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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충주호 자드락길 끝자락서 만난 두 끼의 별미
제천 남부 수산면 힐링 축제 후 식후경
원하는 메뉴 다 해 주는 금손 ‘중앙식당’
지역 음식경진대회 휩쓴 손맛 ‘가람식당’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10 06:31:2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지난달 말 충북 제천을 방문했다. 제천을 방문한 것은 2004년 이후 두 번째다. 19년 전 방문은 민선 4대 엄태영 시장 재임 당시 중부권을 대표하는 한방산업 클러스터 개발을 위해 중국 산둥성(山東省)에 있는 산둥중의약대와 상호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 조인식을 했는데 그것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엄 시장과 순증리앙(孫曾良) 산둥중의약대 당위서기는 ‘한·중 의학 발전 국제세미나’ 현장에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제천 바이오밸리 특화를 위해 중의학과 약학 등에 대한 폭넓은 학술 교류를 약속했다. 행사가 끝난 후 엄 시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중의약연구소를 제천 바이오밸리에 설립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천이 한방산업화 단지를 선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재선된 그의 시장직 이임 직후인 2010년 11월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 설립 계획이 수립됐고 이듬해 7월 설립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거쳐 재단법인이 발족되는 성과를 일궜다.
 
한방 자원·미식 관광의 도시 제천
  
▲ 제천 수산면 괴곡리 충주호를 가로질러 옥순봉으로 이어지는 옥순봉출렁다리는 제천의 대표적 관광자원이다. 필자제공
 
이를 통해 제천은 청정 자연환경과 한방 산업을 접목시킨 에코테라피(생태친화적 치료)와 천혜의 환경에서 각종 약초를 재배하는 한방 도시가 됐다. 지난해 우수관리인증(GAP) 약초만도 감초·당귀·백수오·백출·오미자·율무·작약·지황·천궁·황기·황정·도라지·돼지감자·우슬 등 14종이나 있다.
 
이 같은 약용작물 기반으로 제천약초시장·우수한약재 유통지원 시설·제천한방바이오클러스터·한방천연물센터 등 한방 인프라가 구축됐다. 또 관내 세명대 한의대를 기반으로 하는 제천한방병원을 비롯해 한방자연치유센터·한방생명과학관·국제발효박물관·약초허브식물원·한방체험관·약초판매장(한방마을) 등 한방 의료관광 기반도 잘 조성돼 있다.
 
제천은 충북·강원·경북 등 3도 접경지역으로 교통·물류 요충지이자 충주호와 수변생태·월악산·소백산·치악산을 품은 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한방바이오박람회·겨울왕국 제천페스티벌 등 탄탄한 축제도 있고 최근에는 미식을 관광상품화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4개 권역 맛집 77곳 선정
 
▲ 제천은 4개 권역에 맛집 77곳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남부 권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밥상 위의 보약 한 첩’. 제천시 제공
 
제천 먹거리는 충주호의 민물 어종 재료와 풍성한 산채가 만난 단단한 내륙 식단을 자랑한다. 제천시는 북부·시내·청풍·남부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먹거리 맛집을 선정해 인정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배론성지가 있는 북부 권역엔 순례자의 밥상과 묵밥을 파는 또랑길·채묵밥 전문 묵마을·미당광천막국수 등 한정식을 벗어난 식단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제법 있다. 시내 권역은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한식부터 퓨전요리까지 다양성이 좋고 청풍 권역은 매운탕과 떡갈비가 강세다.
 
제천은 충주호를 함께 끼고 있는 단양과 함께 쏘가리 매운탕이 특히 유명하다. ‘느티나무횟집’은 40여 년의 업력을 지닌 비빔회와 매운탕 전문으로 청풍대교와 청풍호반 케이블카 인근에 있는 청풍 권역 대표 식당이다.
 
송어·향어·쏘가리를 주재료로 한 비빔회는 민물고기 특유의 생경한 식감을 접할 수 있다. 매운탕은 쏘가리·빠가사리·메기·잡어 등을 기호대로 골라 끓여 먹을 수 있다. 충주호는 수량이 풍부하고 어종이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씨알도 굵은 것들이 많이 잡혀 매운탕을 한 솥 끓이면 민물고기 특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쏘가리매운탕이다.
 
남부 권역에는 면 소재지가 청풍·한수·수산·덕산 등 4개나 되는 데 시에서 소개하는 맛집은 단 한 곳이다. 맛집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다소 소홀한 대접을 받는 곳이다. 물론 청풍 권역과 일부 겹치기는 하지만 제천 시내보다 단양과 충주가 가까우니 생활 권역도 제천이라고 할 수 없는 애매함이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쓰이는 속담에서 말하듯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남부 권역 유일한 맛집은 청풍면에 있는 ‘밥상 위의 보약 한 첩’이다. 매우 직관적인 상호를 사용하는 곳으로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농촌진흥청에서 인증한 농가 맛집이다. 농가 맛집이 되려면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점심 특선으로 나오는 한상 차림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적은 예산으로 고군분투 수산힐링축제
 
▲ 수산힐링축제는 수산면에서 열리는 작은 규모의 축제지만 주민들의 땀과 정성이 녹아 있어 정겹다. 필자 제공
 
이번 제천행은 수산면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를 볼 겸 쏘가리 매운탕을 맛보기 위한 것이다. 수산면은 제천 10경 중 한 곳인 옥순봉과 출렁다리가 유명한 대표적 관광지다. 수산슬로시티협의회라는 지역 공동체가 옥순봉 생태공원에서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연 수산 힐링 축제는 면민들이 적은 예산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소중한 축제다.
 
10년을 넘게 했다는데 규모가 크지 않고 킬러콘텐츠 빈약과 야간 체류 프로그램 부재로 향후 발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다만 충주호와 옥순봉·월악산국립공원·자연조성 된 측백숲·수변공원·활 체험 등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잘 꿰면 숨은 보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마을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이웃 동네 친구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누니 즐거운 표정이다. 초대장에 8000원짜리 식권이 넣어 보내 주다 보니 어르신들 많이 오셨다. 뼈대 있는 의병의 고장이라 축제가 차분하고 질서가 잡혀 있다.
 
소머리 수육·인삼 튀김·떡볶이·오뎅·호떡·수수부꾸미 등 축제 음식이 선보였다. 맛은 크게 내세울 게 없지만 기본은 하고 정성도 느껴진다. 외지인보다 마을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바가지요금은 언감생심이다. 이 지역은 석회암 토질이라 이곳에서 재배하는 인삼은 단단하고 질이 좋단다. 이를 갈아 넣은 막걸리에서 인삼향이 은은하다. 그러나 축제 음식엔 뭐니뭐니 해도 불쇼와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절대적이다.
 
맛 좋고 다양한 밑반찬 짜글이 전문
 
▲ 제천시 수산면 ‘중앙식당’은 동네 주민들이 돼지고기 짜글이를 즐겨 먹는 현지인 맛집이다. 필자 제공
 
수산면에서 두 끼를 먹었다. 축제장에서 배를 한껏 채웠지만 맛 칼럼니스트의 소명을 위해 ‘중앙식당’과 ‘가람식당’에 들렀다. 중앙식당은 동네 사람들이 엄지를 세우는 소위 현지인 추천 맛집이다. 짜글이 전문 식당이라고 소문나 있어 가 보니 못 하는 게 없는 ‘금손’ 실력파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해 달라면 뭐든 해 주는 곳이다.
 
메뉴판을 보니 소고기 비빔밥·오삼불고기·동태찌개·갈치조림구이·꽃게탕·아구탕·막창·오리훈제·토종닭 등 육··공군이 총망라돼 있다. 아들이 제천 시내서 정육점을 해서 좋은 고기를 사용한다며 고기가 좋으니 육사시미에 입맛이 당길 때는 사전 연락하란다. 엄청난 유혹이다.
 
밑반찬이 종류도 많지만 허투루 만든 게 하나도 없다. 맛도 식당 반찬의 특징인 ‘맵단짠’ 하지 않고 간이 적당하다. 정성이 한껏 느껴지는 상차림이다. 짜글이에는 김치 반 포기가 통째로 들어가고 기름기 없는 퍽퍽한 돼지고기가 한껏 들어간다. 질 좋은 쌀로 지은 밥맛도 좋아 입안에서 밥도둑이 활개 친다. 제천의 반찬 인심과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탕·어칼국수·쏘가리매운탕 전문
 
▲ ‘가람식당’은 어탕과 쏘가리매운탕 전문 식당으로 넓은 주차장이 구비돼 있어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필자 제공
 
가람식당은 어탕과 매운탕 전문 식당이다. 점심 식사는 대부분 어탕이다. 밥 대신 칼국수를 넣어 먹는 어칼국수도 있다. 업력이 꽤나 오래돼 많이 알려져 있고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어 개별·단체 할 것 없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어탕은 비린 맛을 완전히 잘 잡았고 칼칼한 뒷맛이 땀 흘리기 딱 좋은 메뉴다.
 
이 식당 역시 밑반찬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두부를 기름에 살짝 굴린 뒤 간장에 조린 두부조림은 맛이 매우 고급스럽다. 오이무침과 찐 고추무침은 중앙식당서도 나온 걸 보니 오이와 고추가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식재료인 듯하다.
 
2017년 충청북도에서 개최한 향토음식경연대회 밥맛 좋은 집 부문에서 대상을 탔다는 현판을 한쪽 벽에 붙여 놨다. 2014년엔 수산슬로시티협의회서 주관한 향토음식 경진대회에서 쏘가리찜과 어탕수제비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런저런 스토리가 음식 맛을 돋운다. 제천 남부 권역 자드락길 끝자락 수산면에도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맛집이 많더라는.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 비탈진 곳에 난 좁은 길을 말하는데 제천에는 7개 코스가 있다. 수산면 편백 숲을 경유하는 코스가 개발됐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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