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옥의 열사일침(烈士一鍼)] 칼날 위를 걷는 두 부류의 나체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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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6 06:31:00

서울의 한 주택가. 모두 잠든 새벽녘에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집주인이 불을 켜자 거실에 반나체로 피를 흘리고 있는 괴한이 서 있었다. 기겁하며 누구냐고 묻자 괴한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옆방에서 잠을 자던 누나가 놀라 뛰쳐나오자 괴한은 누나의 다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범인이 제압당하기까지 남매는 살점이 뜯기는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괴한은 진정제를 투약하기 전까지 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살점을 물어뜯긴 피해자는 3명이었고, 괴한은 베트남 여행객으로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한 여성이 나체로 돌아다니다가 애완견을 잔인하게 찢어 죽인다. 이 광경을 목격한 행인이 데리고 나온 어린아이를 안고 피한다. 그러자 나체 여성이 이들을 쫓아간다. 자제력을 잃은 여성은 멈추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이들을 뒤쫓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된다.

2012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나체 차림의 흑인 남성이 남성 노숙자를 덮쳐 얼굴을 뜯어먹고 있었다. 범인은 루디 유진, 피해자는 로널드 팝포였다. 짐승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팝포의 얼굴을 뜯어먹던 루디는 경찰관에게 총을 6발이나 맞고 즉사한다. 팝포의 얼굴 70%가 없어진 뒤였다. 왼쪽 눈은 물어뜯겨 안구가 적출되었고 오른쪽 눈은 실명되었으며 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얼굴을 뜯어먹기 전 루디가 팝포에게 접근해 한 말은 너무나 다정했다. “당신은 나의 아내가 될 것이다.”

배스솔트(Bath Salt)는 입욕제로서 목욕할 때 욕조에 넣는 소금이다. 비누 거품을 나게 하고 은은한 향기를 내며 피부 미용에 최고다. 화학적으로 ‘까트’라고 불리는 합성 카티논은 이 소금과 생김새가 비슷해 배스솔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신종 마약으로, 약물검사에도 걸리지 않는다. 독성이 헤로인의 10배에 이르는 배스솔트를 복용하면 몸이 타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환각으로 통제 기능이 마비되고 옷을 모두 벗은 채 공격성을 보이며 좀비처럼 된다.

2022년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압수한 마약은 3억8000만 명분으로 미국인 모두를 죽이고도 남을 양이었다. 그것도 펜타닐의 한 종류였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몰핀의 100배에 이르는데 2살 여아가 펜타닐에 노출돼 부모가 아동학대로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미국인 18~49세 사망원인 1위가 마약중독으로 10만8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 중 3분의 2가 펜타닐로 인한 것이었다.

8월27일 새벽 4시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30살 현직 경찰관이 추락해 숨졌다. 시신을 검사하자 필로폰·케타민·엑스터시·메스케치논·펜사이클리딘 등 5종의 마약 성분이 검출되었다. 마약 파티를 하던 모임 인원은 총 25명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주항공 비상문을 열려던 10대 소년은 비행기에 탑승 전 마약을 한 것으로 들통났다. 한국은 10대 마약사범이 4년 새 236%나 급증했고 이들 마약사범의 평균 나이는 17.7세다. 제일 어린 마약사범은 12살이었다. 마약공화국의 지옥문이 열린 것이다.

작년 12월, 미국 하이틴 영화 ‘클루리스(Clueless)’의 여주인공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인스타그램에 나체 사진을 올렸다. 양손으로 가슴과 중요 부위를 가린 모습이었다. 평소 TV 드라마나 영화에 나체 출연을 안 하기로 소문난 여배우였기에 더욱 의외였다. 그녀가 나체 사진을 공개한 건 천연가죽을 사용하지 말고 비건가죽을 사용하자는 동물과 환경보호 차원에서였던 것이다.

한 여성이 실오라기 한 점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온 마을을 돌고 있었다. 그것도 모두가 보라는 듯 천천히. 여성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푹 숙였지만 긴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진 봉긋한 가슴과 안장 밑으로 뻗은 우윳빛 다리의 각선미는 남자들을 흥분시키며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천 년 전, 영국 코번트리 지방의 영주 레오프릭 백작은 평민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평민의 원성과 탄식이 온 마을을 덮었지만 백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때 부인이 세금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자 백작은 농담으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만약 부인이 나체로 마을을 지나가면 세금을 내려 주겠소.” 부인은 귀를 의심했다. 청교도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부인에겐 결코 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부인은 심각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다. 자신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느냐 주민의 탄원을 들어주느냐의 갈림길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밤을 지새운 부인은 주민들에게 부탁했다. “정오부터 2시간 동안 마을의 모든 문과 창문을 닫고 밖을 내다보지 마시오.” 부인 고다이바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고 주민들의 환호 속에 집으로 돌아갔다.

두 부류의 나체 행진은 극과 극이지만 나체 행진 자체는 칼날 위를 걷는 모험과 같다. 2022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켐벨이 건강한 모습으로 백일 된 아들을 안은 사진이 ‘보그’지에 실렸다. 아들은 나체였고 나오미는 반 나체였다. 그녀는 말했다. “20년 전 저는 마약중독으로 쓰러졌어요. 스스로 지옥문으로 걸어갔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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