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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죽어서도 잊힌 박정희… 시해 현장 가린 나무, 엉뚱한 비석 혼선
10.26 사태 朴 서거 옛 궁정동 안가… 동네 주민조차 어딘지 못 찾아
겹겹이 에워싼 나무… 200m 떨어진 김상헌 집터 알림판 혼란 부추겨
방송인 이익선 씨 “비석 세우는 건 이념 떠나 국민 상식의 문제” 통탄
김연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1-05 17:24:35
▲ 방송인 이익선 씨가 2일 청와대 인근 옛 궁정동 안전가옥 터를 찾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현장에 놓인 헌화석을 가리키고 있다. 옛 성곽의 일부인 왼쪽 돌무더기 위에 널따랗게 놓인 돌이 박 대통령이 피격 사망한 안가 건물의 2층이 있던 자리다. 좌우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최근 2~3년 전엔 헌화석 정면에도 식수가 들어서 꽃이 피는 봄여름가을에는 전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시해현장 왼쪽 3m 지점에 청음 김상헌 선생의 집터 안내문이 설치돼 있어 혼선을 부추긴다. 실제 집터는 사진 오른쪽 200m 떨어진 북악산 자락에 있다. 남충수 기자
 
10.26 사태로 서거한 박정희 대통령의 궁정동 안가(안전 가옥) 시해 현장을 겹겹이 나무가 에워싸고 있는 데다 왼쪽 3m 지점엔 청음 김상헌 선생의 집터 안내문이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숨결이 스러져 간 옛 궁정동 안가는 무궁화동산에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 서쪽, 경복고와 경기상고 남쪽이다. 안가 건물은 이미 헐렸고 그 자리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성곽이 있던 자리다. 
 
박정희 지우기에 안간힘을 썼던 김영삼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1993년 3월 초 국무회의에서 궁정동 안가를 헐어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공원이 들어서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됐다. 
 
무궁화동산 조성 사업을 맡은 반도환경개발은 피격 현장을 재현할 수 없는 대신 층층이 쌓은 돌 위에 일종의 널따란 지줏돌을 세워 옛 건물의 2층을 상징하게 했고 그 앞엔 넓고 평평한 돌을 놓아 헌화하도록 했다. 
 
시해 현장은 정문 입구에서 올라올 때 보이지 않는다. 큰 나무가 가리고 있는 데다 최근 2~3년 사이에 또 다른 식수가 헌화 돌 정면에 심어진 사실이 스카이데일리 취재에서 확인됐다. 
 
좌우에 이어 정면에도 식수가 있어 여름에는 시해 현장을 3개 방향으로 촘촘히 가리고 있는 데도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과 서울시는 수년째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993년 청와대 앞길 개방 조처로 청와대 부지에 흡수되면서 출입 금지 구역으로 묶였으나 현재는 시민 공원으로 개방돼 있다.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지만 정작 알림판조차 제대로 없어 방문객은커녕 공원을 찾는 동네 주민들조차 정확한 시해 현장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역사적인 추모 장소로 보기엔 턱없이 미흡한 관리 실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곳에 표식이 있다. 카퍼레이드 도중 건물 위에서 하향 사격으로 쏜 총격을 받아 달리던 차에서 숨졌는데도 피격 현장인 도로에 표시가 있어 일반인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박 대통령 44주기 추모문화제를 무궁화동산에서 개최한 오이박사의 이정신 단장은 “케네디 암살 현장은 도로에도 표시해 세대를 이어 국가의 역사를 바로 알고 가르치려는 노력을 미국은 기울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무궁화동산은 교육적 가치가 충분함에도 홍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이박사는 ‘오직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단체’의 앞 글자를 딴 애국시민단체다. 
 
이날 추모문화제에서 사회를 본 방송인 이익선 씨(전 KBS 아나운서)는 이달 2일 무궁화동산을 다시 찾았다. 그는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시해된 자리에 세워진 ‘석상’ 옆에 누군가 식수를 심어 안내문을 가렸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 청음 김상헌 선생의 집터는 사진 중앙 북악산 어귀의 흰색 건물 부근이다. 약 200m 떨어진 박정희 대통령 시해 현장에 김상헌 선생 시비가 세워진 것이다.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씨는 “박 대통령께서 돌아가신 안가가 있던 곳에 넓적한 바위들을 증축해 2층 높이로 바위가 쌓여 있다”며 “대통령이 서거한 정확한 장소를 조경으로 구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지만 누군가 표지석을 일반인들이 알아볼 수 없게 식수를 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궁화동산이 왜곡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역사란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재평가가 이뤄지고 공과를 분명히 구분해 기릴 것은 기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한다는 것에 많은 분이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겹겹이 에워싼 나무들이 바위로 증축한 시해 현장을 가렸고 변변한 안내문조차 없는 실정이지만 불과 3m 떨어진 곳에 엉뚱하게도 청음 김상헌 선생의 시비(詩碑)가 들어서 있어 방문객들은 박 대통령의 마지막 숨결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는 것이다. 
 
시비는 병자호란 당시 청과의 화의를 반대했던 김상헌 선생의 공을 소개한다. 정작 김상헌 선생의 집터는 박 대통령 시해현장에서 북악산 방면으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어수룩한 유적지 관리인 셈이다. 한 주민은 “지금 김상헌의 시비가 있는 곳은 김상헌의 집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방문객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 세종대왕 표지문을 달고 세종대왕 동상 앞엔 이순신 안내문을 설치한 꼴”이라고 관할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꼬집었다. 
 
이익선 씨와 기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주민들은 한결같이 “누가 일부러 식수를 심은 것 같다” “왜 굳이 가려야만 했나”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씨는 “역사는 그것이 자랑스럽든 그렇지 않든 제대로 기록돼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처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빈곤의 시대를 끝내고 우리 국민에게 비로소 자부심과 자신감을 심어준 박정희 대통령의 비참했던 최후를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표지석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 이것은 이념을 떠나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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