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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11월은 프랑스 와인 ‘보졸레 누보’의 계절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2 06:31:0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는 농부들이 매년 그해 9월 초에 수확한 포도를 4~6주 정도 짧게 숙성시킨 후 와인을 포도주통에서 바로 부어 마시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인의 맛이 신선하고 독특해서 좋았다. 그래서 이 전통을 지역축제로 승화시켜 1951년 11월13일을 기점으로 매년 ‘보졸레 누보 축제’를 열었다. ‘보졸레’는 지방 이름이고 ‘누보’는 새롭다는 뜻이다. 이 축제는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포도주 축제가 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198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을 보졸레 누보 판매 개시일로 정했다. 올해는 11월16일이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는 보졸레누보데이(Beaujolais Nouveau Day)다. 이날은 전 세계 어디서나 보졸레 누보를 구입할 수 있는 날이다.
 
보졸레 누보는 발효 즉시 내놓은 신선한 맛이 생명이기 때문에 보통 출시된 지 한 달 안에 판매한다. 프랑스 정부는 보졸레 누보 와인을 배가 아닌 항공기를 이용해 출시일에 맞게 세계 각지로 배송·판매하도록 돕고 있다. 운송수단이 비행기이다 보니 보졸레 누보의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 2023년도 보졸레 누보 출시일은 11월16일이다. 필자 제공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포도 품종은 가메(Gamey)’인데, 이 품종은 온화하고 따뜻한 보졸레 지역 기후와 화강암·석회질 등으로 이루어진 토양으로 약간 산성을 띠면서도 화이트와인처럼 가볍고 포도향이 풍부한 게 장점이다.
 
가메 품종의 포도는 탄닌 성분이 강하지 않아서 바디감이 약한 편이지만 특유의 과일향이 매력적인 레드와인이다. 보졸레 누보는 일반 와인보다 탄닌이 적다 보니 오랜 시간 보관해서 마시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선한 맛으로 마시는 와인이므로 구입하고 6개월 이내에 마시는 것이 좋다.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인 와인 만드는 방법과는 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보졸레 와인은 포도를 으깨서 만든 즙을 숙성시켜 만들지만, 보졸레 누보는 포도를 으깨지 않고 있는 그대로 통 속에 집어넣고 3~4일간 침용시킨 후 발효해서 만드는 ‘탄산가스 침용법’을 통해 와인을 만든다. 
 
탄산가스 침용법은 일반 발효보다 효율이 떨어져 포도 속 당분을 모두 발효시킬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특유의 꽃향기와 바나나 향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사과산은 감소하고 껍질의 타닌은 적게, 색소는 많이 추출되어 신맛과 떫은맛은 적고 진한 붉은빛이 감도는 과실향이 풍부한 와인이 된다. 
 
더불어 휠씬 맑고 좋은 색깔을 얻을 수 있고 발효 시 생성되는 사과산의 양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포도주의 질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며칠간의 침용 후에는 다시 통을 개봉하고 포도더미를 압착하여 일반 발효를 진행한다. 이러한 탄산침용법은 가메 품종의 가볍고 신선한 과일 맛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적절한 방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보졸레 와인을 만드는 데도 사용됐다.
 
보졸레 누보는 대략 15일 정도 걸리는 속성 양조 방식으로 만든다. 그래서 안정된 구조의 장기보존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숙성되기 전에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포도를 압축하고 3일만 지나면 일반적인 레드와인에서 발견되는 탄닌과 페놀 성분의 신맛이 없어져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와인이 된다. 일반 레드와인과 달리  10~14℃로 차게 해서 마셔야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일반 와인처럼 한 모금씩 마시기보다는 벌컥벌컥 들이키며 마셔야 보졸레 누보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오랜 기간 숙성된 레드와인의 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포도의 과일향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보졸레 누보만의 신선한 매력 때문에 이 무렵만 되면 한 병 정도는 마시고 싶어진다.
 
최근 보졸레 지역에서는 최상급 프랑스 와인을 만드는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양조 방법과 같은 일반적인 양조 방법을 적용해 중장기 숙성이 가능한 고품질 보졸레 와인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부르고뉴에서 퇴출된 가메 품종은 이제 보졸레에 둥지를 틀고 최상급 와인으로 탈바꿈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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