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땐 국제유가 배럴당 150달러 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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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원자재 시장 전망’… “당장은 제한적”
개전 이후 유가 6% 올라… 현 추세 땐 내년 81달러 안정
전쟁 他지역 확산 땐 개도국 식량위기까지 번질 수도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31 13:26:22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중동으로 퍼져나가는 최악의 경우 세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국제 유가 가격은 3% 가량 떨어지면서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시간 10월30일 세계은행은 ‘원자재 시장 전망’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출동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당장은 제한적일 것이라 평가했다. 분쟁이 시작된 이후 유가는 6% 가량 오르는 데 그쳤고 농산물·금속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에서도 큰 변동은 없었다.

세계은행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현재 배럴당 평균 90달러에 형성된 유가는 둔화된 세계 경제와 함께 내년 81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 내다봤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도 내년 4.1% 하락할 것으로 봤다.

세계은행은 분쟁이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국가가 석유파동 이후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개발하는 등 석유 의존도를 낮춰온 노력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전 거래일과 비교해 3.23달러(3.78%) 내린 배럴당 82.31달러에 거래됐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애셋매니지먼트 최고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의 끔찍한 사태에도 유가는 대체로 양호한 흐름”이라며 “글로벌 성장세가 부진하면서 중동 지역 갈등이 확산하지 않는 이상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되는 경우다. 세계은행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첫째로 나온 시나리오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와 유사하게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가량 줄어들면서 유가가 현 분기 평균보다 3~13%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대로면 배럴당 93~102달러까지 오른다.

둘째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와 같이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한다는 가정이었다. 지금보다 유가가 21~35% 올라 배럴당 109~121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까지 줄어 유가가 56~75% 오른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는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급등한다.

해당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 미국 등의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한 제1차 석유파동 때와 유사하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의 최근 분쟁은 1970년대 이후 원자재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로 뒤따랐다”며 “분쟁이 확산되면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식량 가격도 올라 중동 분쟁이 개발도상국 식량 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30일 ‘주요국 디스인플레이션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흐름 재개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유가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이 주원인이다. 특히 한은은 최근 중동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져 향후 물가 전망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건혁 기자 g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