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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단풍 맛집’ 설악 품은 속초… 살살 녹는 가을 회 맛
설악산 울산바위 보며 걷는 영랑호길 일품
어촌 뉴딜로 시설 개선 ‘장사항활어회센터’
지역 원조 강자 동명항 ‘수협동명활어센터’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27 06:31:1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바다가 보고 싶었다. 계절이 깊은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늘 역마살이 도져 엉덩이가 들썩인다. 특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스케치북처럼 쾌청한 가을 하늘을 맞닥뜨리면 이성의 끈이 느슨해진다. 그런 사이 손가락은 시나브로 기차나 고속버스 승차권 예매 어플을 열고 있다.
 
지난 주말이 딱 그랬다. 초저녁에 잔 쪽잠 때문에 밤을 하얗게 새우다가 희부윰히 동트는 아침을 맞았다. 날씨도 알아보고 심호흡도 할 겸 문밖을 나섰다가 마주친 쪽빛 하늘의 유혹이 강했다. 바람은 서늘했고 공기는 맑았다. 어디론가 떠나기 딱 좋은 이유가 차곡차곡 쌓였다.
때마침 페이스북을 보니 속초에 갈 일이 생겼다. 겸사로 잘됐다 싶어 예매도 하지 않고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로 갔더니 당장 탈 수 있는 차편은 없었다. 두 시간 정도 뒤 차표를 예매하고 광진구 구의동 지역을 둘러봤다. 이 지역은 한강변 쪽으로는 이미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섰고 여러 지역에서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오래된 동네다.
 
구의역 일대에는 ‘미가로’라는 음식문화 거리가 조성돼 있다. 승차 시간에 맞춰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터미널 인근 저가 커피숍에서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들고나왔다. 메가커피·컴포즈·더벤티·아마스빈·빽다방 등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의 원두 맛이 예전엔 ‘쓴 물’ 같았던 것이 이젠 제법 풍미가 좋다. 맛있는 커피는 기분을 좋게 돋운다.
 
쪽빛 하늘과 바다의 환상적 풍경
  
▲ 장사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쪽빛 하늘과 바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물보라. 필자제공
 
지난해 이맘때 기억을 되살려 보니 그때도 동해안을 돌아다녔다. 거진항 맑은 탕 전문 50년 노포 제비호식당·속초관광수산시장 내 활어 전문 영동횟집·속초 옹심이 전문 감자바우와 장칼국수 전문 옛날수제비·아야진항 오미냉면 등을 두루 들렀다. 때마침 고성 통일 명태 축제(올해는 26~29일)도 봤고 설악산 신흥사의 고즈넉한 가을 단풍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 속초행에서는 또 하나의 색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서울서 두 시간 조금 더 달리니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이다. 참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속초 역시 서울과 똑같은 쪽빛 하늘을 이고 섰다. 그러나 쪽빛을 품은 바다는 서울이 가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압도적 풍광이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면서 바다를 살짝 뒤집으니 우르릉거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이 진경을 연출한다.
 
속초버스터미널에서 20여 분을 걸으면 장사항에 닿는다. 가는 길에 영랑호의 동쪽 끝을 스치듯 지난다. 내심 영랑호 수변 길을 한 바퀴 돌아 보자고 다짐하고 장사항 방파제로 향했다. ‘ㄱ’자 형태로 약 100m 정도 되는 장사항 방파제는 이 지역에서 동해 바다를 정면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낚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바람 탓에 조과는 시원치 않은 모양이다.
 
장사항 방파제 옆으로는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파도를 코앞에서 경험할 수 있다. 쿨렁거리며 다가오다가 하얗게 뒤집힌 파도가 해안가 바위를 때리면서 물보라로 생을 마치고 물러났다가 다시 살아오기를 무한 반복…. 바다는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출했다.
 
화랑 영랑을 매료시킨 석호 영랑호
  
▲ 속초사잇길 제1길 영랑길은 영랑호를 한 바퀴 도는 코스다. 필자제공
 
발걸음을 돌려 영랑호를 향했다. 둘레 7.8·면적 1.21㎢·수심 8.5m의 자연호수다. 그동안 스치듯 지나쳤던 호수가 맹추(孟秋)와 맞물려 유혹이 강했다. 그래서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 걸리는 호반길을 걷기로 했다. 거의 모든 지역에 지자체에서 조성해 놓은 테마길이 있다. 속초에는 고유의 문화와 잘 어우러진 도심관광코스인 10개의 속초사잇길이 조성돼 있다.
 
속초사잇길은 원주민과 실향민(정착민과 이주민)·동해 바다와 석호(바닷물과 민물)·산과 바다(산촌 문화와 어촌 문화) 등 2개 이상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융합한 길이다. 사잇길은 2개 이상의 문화 간의 사이를 의미한다.
 
속초사잇길 제1길이 영랑호길이다. 석호(潟湖)인 영랑호는 동해 바다와 민물의 두 자연이 만나는 길이다. 석호란 바다 일부가 사취(砂嘴)·사주(砂洲) 등에 의해 바깥 바다와 분리돼 형성된 호수를 말한다. 영랑호는 신라시대 화랑도들의 순례지다. 영랑호란 명칭도 화랑 영랑(永郞)이 경주로 가다가 호수 경관에 매료되어 오래 머물면서 풍류를 즐긴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자연 호수의 모양을 최대한 살려서 길을 내 구불구불 걷는 맛이 있다. 특히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를 마주 보면서 막 물들기 시작한 벚꽃 단풍길을 걸으면 가을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대청봉 위로 해가 서서히 기울어지면 물가에 키 높이로 자란 갈대꽃이 금빛 은빛으로 바람에 일렁인다. 나른한 가을 오후 자연이 만든 몽환적 분위기가 영랑호반길을 수놓는다.
 
어촌 뉴딜 통해 재탄생한 장사항
  
▲ 어촌 뉴딜사업으로 지난해 여름 새롭게 선보인 장사항활어회센터의 각종 회. 필자제공
 
영랑호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장사항으로 향했다. 장사항에선 주변에 많은 횟집과 활어판매장이 운영되고 있어 싱싱한 활어회를 즐길 수 있다. 해양수산부 어촌뉴딜300 사업을 통해 ‘장사항활어회센터’를 지난해 여름 문을 열었다. 그래선지 깔끔하고 손님맞이에 자신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센터는 여타 수산시장과 동일하게 운영된다. 1층에서 횟감을 고르면 손질해 준 회를 2층 식당에서 먹는 구조다. 2층 식당에선 상차림 값과 채소와 매운탕 값을 따로 받고 오징어순대와 같은 사이드 메뉴에 주류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낸다.
 
1층 횟집은 장사항 어민들이 운영한다. 청해호·머구리수산·배일호·이모해신·태백호·정수산 등이 일렬로 몰려 있다. 가게는 나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동일한 가격정책으로 운영된다. 물론 활어 횟감 가격은 손님과의 흥정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11월은 도미·광어·고등어·꽁치·도루묵 등이 제철이다. 패류로는 굴·홍합·꼬막·가리비가 살이 달다. 장사항은 돌돔회가 인기가 많다.
 
활어는 물론 붉은 대게로도 유명 
 
▲ 동명항은 활어회 이외에도 붉은 대게가 대량 유통되는 항구다. 동명항수협활어센터 활어회와 붉은대게직판장의 홍게. 필자제공
 
활어회뿐만 아니라 속초는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하다. 붉은 대게(홍게)·곰치국(물곰탕)·생선구이·아바이순대·오징어순대·막국수·함흥냉면·순두부·물회 등 바다에 접한 도시답게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룬다. 닭강정도 속초 명물로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관광객들은 회를 먹기 위해 장사항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동명항에 주로 갔다.
 
동명항은 주변 항구 가운데 비교적 큰 곳으로 1978년부터 15년 동안 약 500m 길이 방파제가 축조됐다. 방파제 축조 뒤 인근 지역의 고깃배를 비롯한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으며 과거 금강산 관광을 위한 여객선과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국제 항로가 개설된 국제적인 곳이다.
 
동해에서 해가 밝아 오는 항구라는 이름대로 일출이 유명하다. 방파제 입구에는 활어시장이 형성돼 있다. 지금은 ‘수협동명항활어센터’로 정비됐고 옆에는 ‘붉은대게직판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활어회 이외에도 영덕대게 못지않은 맛을 자랑하는 붉은 대게가 관광객의 미각을 자극한다. 일명 홍게라고 불리는 붉은 대게는 속초시가 고유 특산물로 성장시키고 있다.
 
매년 10월이면 붉은 대게 축제를 열었는데 최근 들어 명맥이 끊겨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신 속초시 승격 60주년을 기념해 이달 초 열린 제1회 속초 음식 축제 ‘마숩다!속초’에서 젓갈 명인과 함께하는 젓갈 담그기 시연, 붉은 대게 무료 나눔 행사 등을 진행해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젓갈·붉은대게축제가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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