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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칼럼] 對共업무를 국정원이 맡아야 하는 이유
경찰, 탈북인 대북 송금 ‘외환거래법’ 위헌 혐의 기소
실적 쌓기 위해 탈북인을 모조리 간첩으로 몰 건가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23 00:02:40
 
▲ 조정진 발행인·편집인
#상황1=당신을 국가보안법 위반(목적수행)으로5년간 내사를 했는데, 혐의 입증이 안 돼서 종결지으려 한다. ‘불입건 결정 통지서가 집으로 갈 테니 알고 있으라. 내사 과정에서 살펴보니 북한에 돈을 꾸준히 보냈던데, 이걸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걸 수는 있지만 먹고사는 일이라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20227월 서울경찰청)
 
#상황2=대북 송금 대금이 재북 가족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북한 내 상선(총책)과의 공모와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의자가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금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북한 내 공범이 수수료 일부를 반국가단체 구성원 등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고, 외화벌이 사업이나 국내 탈북민 정보 수집을 위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직접 브로커로 활동하거나 공모(정보원 운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20239, 경기경찰청)
 
국내 입국 탈북인이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지난해와 올해 받은 경찰 통지서 내용이다. 대부분의 탈북인이 관례대로 해 온 재북 가족 송금에 대한 법 해석이 정반대다. 지난해까지는 먹고사는 일이니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과 이중스파이 혐의로 출국정지까지 받고 일부는 기소된 상태다. ‘송금을 하며 북한에 (예민한) 정보를 넘겨줬을 수 있다는 이유다.
 
일견 그럴 듯하다. 간첩이라면 당연히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대공수사 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말마따나 대북 송금은 탈북인의 국가보안법상 편의 제공 죄와 외국환거래법이라는 실정법 위반이 맞다. 실제 북한은 탈북인으로 위장시켜 간첩을 침투시키기도 하고, 재북 가족을 인질로 국내 정착 탈북인을 포섭해 간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탈북인들의 북한 송금은 이들이 대거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방관해 왔던 사안이다. 탈북인들이 한국에 들어온 것은 정치적 망명이기보다는 생존이라는 경제적 이유가 크다. 이들은 모형제가 굶어 죽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대한민국이 중국보다 더 잘살고, 살 집과 정착금도 주고, 무료로 공부도 시켜 준다는 사실을 알고 이역만리 제3국을 돌아 천신만고 끝에 입국한 국민이다.
 
국내에 자리를 잡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북한에 남은 가족을 위해 돈을 보내는 일이다. 30만 원을 보내면 12명이 한 달을 살 수 있다. 물론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100만 원을 보내면 최대 60%까지 수수료로 뜨이고 40만 원 정도만 전달된다. 단속이 심해지면 수수료가 80%까지 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보내야 하는 게 국내 정착 탈북인들의 현실이다.
 
▲ 더불어민주당의 종북 입법으로 내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 돼 간첩 체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북 문제는 전문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주도하는 게 맞다. ⓒ스카이데일리
 
 
가족 중 한 명이 먼저 나와 자리를 잡으면 북녘의 온 가족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일부는 장마당 장사의 밑천도 된다. 뿐만 아니라 나머지 가족의 탈북과 국내 입국도 이런 자금과 루트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탈북인들이 스스로 하는 모양새다. 통일부에서는 한때  탈북인 가족이 제3국에서 상봉 시 300만 원씩 몰래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경찰의 잇단 탈북인 외환거래법 위반단속 사례는 임기 내내 종북 정책을 편 문재인정부의 국가정보원 무력화의 일환으로 추진한 대공수사권 경찰 이양의 후유증이다. 물론 탈북인으로 위장한 간첩의 대북 접촉망 포착일 수도 있지만, 대공수사권 이관을 앞둔 경찰의 무리한 실적 쌓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에서 수십 년 동안 탈북인을 담당한 한 인사는 하소연한다. “전 세계가 대북제재 나선 상황에서 가족까지 북한에 돈을 안 보내면 그들은 굶어 죽습니다. 남한에 온 이유도 가족 먹여 살리려는 것인데 이걸 현 정부가 잡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못 하는 것을 이들이 해 주는 것인데, 탈북인들이 다시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는 것도 재북 가족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걸 어떻게 막나요, 천륜인데.”
 
그는 이어 북한 실상을 모르는 경찰이 이런 수사를 벌이면 안 된다고 우려한다. 그도 물론 탈북인들의 재북 가족 송금 일부가 사회안전부나 국가보위부 등 북한 권력기관원들한테 뜯긴다는 걸 잘 안다. 탈북 중계인(브로커) 중에도 사기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그들이 있기에 탈북인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부는 오히려 동남아 등 제3국을 돌아서 오는 탈북 루트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는 게 급선무다. 대북 비밀 송금도 공신력 있는 단체를 활용해 수수료가 적으면서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물론 간첩은 색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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