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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섬마을 정취 물씬… 강화나들길에서 만난 맛집
정갈한 밑반찬마다 스민 손맛 ‘나들식당’
화도읍 맛집 등극이 기대되는 ‘미가우동’
푸짐한 오징어볶음 감동 밥상 ‘화개식당’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13 06:31:2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강화도에 만들어진 ‘강화나들길’ 코스 여섯 개 길을 최근 도보 여행 다녀왔다. 단순 여행은 아니고 나름 길 기획자 관점에서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일이 생겨서 다녀왔는데, 도심과 달라 결과적으로 외려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다.
 
강화나들길은 현재 20개 코스가 있다. 강화도 본섬뿐만 아니라 주변 교동도·석모도·볼음도·주문도까지 코스를 만들었다. 걷기 재미난 길 길도, 지루한 길도 있다. 볼거리가 다양한 길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논과 바다·갯벌만 보이는 지루한 길도 있다. 이런저런 길들이 각양의 이름을 달고 스무 개나 있어 선택 다양성이 강화나들길의 장점 중 하나다.
 
개성 넘치는 강화나들길 20개 코스
  
▲ 강화나들길은 강화의 자연과 역사를 잇는 길로 20개 코스가 조성돼 있다. 사진은 8코스 황산도 선착장에 서 있는 나들길 안내판. 필자 제공
 
각각의 길 이름이 참 예쁘다. 1코스부터 차례로 열거해 보면 △심도역사문화길 △호국돈대길 △고려왕릉가는길 △해넘이길 △고비고개길 △화남생가가는길 △낙조보러가는길 △철새보러가는길 △다을새길 △머르메가는길 △석모도바람길 △주문도길 △볼음도길 △강화도령첫사랑길 △고려궁성곽길 △서해황금들녘길 △고인돌탐방길 △왕골공예마을가는길 △석모도상주해안길 △갯벌보러가는길 등이다.
 
필자는 이들 중 2회에 걸쳐 4박5일 동안 3·4·7·8·16·20코스 등 모두 6개 코스를 답사했다. 코스 이름 속에 강화의 역사와 자연환경이 빼곡하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섬이지만 수도권에서 가깝고 강화대교와 초지대교가 놓여 있어 쉽게 입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의 층을 켜켜이 품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도에 속해 있다가 현재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이다.
 
강화도는 수도권 역사 문화유산 답사 여행지로 매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섬 전역에 시대별 역사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역사 전시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고려·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를 문화재로 접할 수 있다.
 
강화도의 고인돌 유적은 전남 화순과 전북 고창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려시대엔 삼별초가 이곳에서 몽고군에 맞서 싸웠고 , 조선시대 병자호란과 구한말 서구 열강의 빈번한 외침에 맞서 고군분투했던 항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강화도에는 해안선을 따라 진·보·돈대라 불리는 조선시대 군사시설이 많이 남아 있다. 병자호란으로 오랑캐로부터 호되게 치욕을 당했던 조선 효종이 북벌 계획의 하나로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를 숙종 때 이르러 완성한 것이 5진 7보 53돈대다. 이후 간척사업으로 몇몇이 기능을 상실해 혁파되면서 흔적만 남은 것들도 있다.
 
이 중 1871년(고종 8년) 신미양요 때 전투가 벌어졌던 초지진과 덕진진·광성보가 유명하다. 서양 함선 대포의 위력은 조선 화포를 압도했다. 초지진을 내준 이튿날 파죽지세로 밀려드는 외적의 공격에 덕진진과 광성보도 함락됐다.
 
어재연 장군 휘하 천여 명의 조선 관군은 불과 몇몇을 빼고 모두 전사했다. 조선군 진영에 내걸렸던 수(帥)자기는 성조기로 대체됐다. 지금도 초지진 성벽과 소나무에는 전투 당시 포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날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코스 정비 몇 개 나들길 사라질 운명
 
초지진에서 분오리돈대까지 강화 남단 해안로를 걷는 길이 강화 나들길 8코스 ‘철새보러가는길’이다. 11km 구간으로 동막해수욕장 직전 분오리돈대까지 걷는 길에 새로 조성된 황산도선착장을 비롯해 검암도 입구·선두5리어판장·후애돈대 등 볼거리가 있다.
 
분오리돈대에서 화도공용버스터미널까지는 20코스로 ‘갯벌보러가는길’이다. 이 코스는 갯벌체험센터부터 7코스 ‘낙조보러가는길’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 때문에 7코스는 20코스로 병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8코스와 20코스를 걸으면 강화도의 남부 해안선을 완전히 돌아볼 수 있다. 강화 낙조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펜션 촌이 밀집돼 있는 곳이다.
 
동막해수욕장 펜션촌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저녁 끼니를 위해 들렀던 한 해물 국숫집은 관광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줬다. 고등어구이가 2만5000원에 해물칼국수도 2인분부터 파는데 5만원이다. 일반 칼국수는 1만3000원으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맛이 뛰어난 것도, 밑반찬이 좋은 것도 아니다. 딱 관광지의 바가지 음식 그 자체다.  현지 다른 식당 점주에 따르면 “블로그 리뷰 마케팅을 통해 손님을 끌어모으는 곳이 두 곳 있다”고 하니 식당 선택할 때 감안하시란 의미에서 기록을 남긴다.
 
화도버스터미널 이용객 ‘완소’ 식당
 
▲ 화도공용버스터미널 안쪽에 위치한 ‘나들식당’은 35년 외식업 경력의 손맛 좋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식당 앞에는 강화 나들길 7코스와 20코스의 시종점을 알리는 이정목과 도장함이 있다. 필자제공
 
다행히 20코스의 종점이자 7코스 시점인 화도 공용터미널 식당 두 곳에서 위로를 받았다. 화도읍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나들식당’과 ‘미가가락국수 2호점’에서 세끼 식사를 했다.
 
나들식당은 외식업 업력 35년 차 할머니의 정갈한 백반 한 상이 감동을 줬다. 모든 반찬이 저마다의 고유한 맛을 한껏 담았다. 소고기뭇국이 화룡점정이다. 질 좋은 소고기가 주는 육향이 이른 아침부터 식객을 과식하게 만들었다.
 
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해 새벽 6시부터 영업하는 이 집은 이른 아침 강화를 나서거나 들어서는 이들에겐 ‘완소식당’이지 싶다. 동행이 주문한 해물칼국수도 한 젓가락 맛봤더니 동막해수욕장 1만3000원짜리보다 1만3000배 맛있다. 마침 창밖으로 비가 추적거려 강화도 특산 막걸리를 반주 삼았다. 막걸리 가격이 3000원으로 수도권에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화도읍을 둘러보다 보니 2017년에 여러 차례 다녀갔던 기억이 나는 곳이다. 당시는 차 조수석에 앉아서 실려 다니느라 주변 환경을 인지 못 했는데 왠지 모를 낯익음이 옛 추억을 소환했다. 당시 길정면에서 순무 농사를 짓는답시고 몇 차례 왔다 갔다 한 적이 있었다. 화도읍은 농협에 먹을거리를 사러 왔던 일이 있어 기억에 남았다.
 
정갈한 음식 깨끗한 매장 인상적 
 
▲ 화도공용버스터미널 뒤편에 자리 잡은 ‘미가우동2호점’은 정갈한 음식과 깨끗한 매장이 인상적이다. 필자 제공
 
당시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새 건물이 하나 들어서고 식당이 생겼다. 개업 5개월 차 우동·돈가스 식당인데 화도 토박이 여사장이 어머니와 함께 운영한다. 깔끔하고 정성스러운 맛이 혀끝에 남는다. 외지 손님이라 그래선지 아니면 애당초 인심이 좋은 것인지 또는 개업 초라 그런지 뭐든 막 퍼주려고 애쓴다.
 
좀 있으니 여사장 부군도 퇴근해 앞치마를 두른다. 돈가스·냉모밀·가라아게·새우튀김은 주문한 것이고 오뎅과 호박전 막걸리 한통은 서비스다. 새우튀김도 한 마리 더 튀겨 주는 등 포근한 한 끼를 선사했다.
 
저녁 무렵 비가 개고 쌍무지개가 떴다. 이들 가족과 함께 식당 옥상에서 쌍무지개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멋진 강화 노을을 만끽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시그니처 메뉴인 우동을 먹었다. 인심이 재방문을 소구한 것이다. 남동생이 운영하는 미가우동 본점은 경기도 군포에서 성업 중이다.
 
1회 차엔 초지진에서 화도읍까지 이어진 8·20·7코스를 걷고 2회차엔 창후선착장에서 온수리까지 이어진 16·4·3코스를 1박2일 동안 이어 걸었다. 창후선착장은 강화도 서북쪽 해안, 교동도와 마주 보고 있는 별립산 하단에 위치한 작은 선착장이다.
 
이곳은 칠면초 군락지로 유명하다. 칠면초는 해변에 자란 잡초들이 칠면조와 같이 색이 변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해변 들판에 펼쳐진 잡초들은 계절마다 색을 달리해 바다와 대비되는 화려한 풍광을 자아낸다. 얼마 전 이곳 선착장이 시설현대화 작업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강화읍에서 버스는 드문드문 있지만 그 또한 여행의 별미다.
 
새로 단장한 창후선착장 노포식당
 
▲ 창후선착장 ‘화개식당’은 오징어볶음이 맛있다고 소문나 있다. 필자 제공
 
창후선착장은 강화나들길 16코스의 시작점이다. 고려 후기 제24대 원종의 비 순경태후 김씨의 능인 가릉까지 이어진 코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날도 출발 전 오징어볶음이 맛있다고 소문난 ‘화개식당’을 찾았다. 오징어볶음이 최근 5000원이 올라 2만5000원이다. 다소 부담은 됐지만 식재료 값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이라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백반집으로도 유명해서 이 식당도 밑반찬이 가지런하고 입맛에 맞았다. 계란부침까지 서비스로 주니 외지 식객의 마음이 푸근해진다.
 
여든 살 여사장님 손맛이 인심과 어울려 만족도를 높인다. 반주로 등장시킨 강화 선원면 출신 첫맛과 끝맛이 같은 ‘고향막걸리’는 놀라운 맛을 선사했다. 현대화를 마친 창후선착장 어판장과 식당들이 잡아 온 새우를 선별하고 소금에 재우느라 분주하다. 김장철 새우젓과 각종 젓갈을 찾는 손님을 맞기 위해서다. 슬슬 창후선착장이 1년 중 가장 바빠질 때다.
 
16코스의 종점인 외포항도 새우젓·갈치속젓 등 각종 젓갈과 해산물이 유명한 곳이다. 필자도 한때는 김장용 젓갈과 박대 등 해산물을 사러 이곳의 외포 3호 집을 자주 이용했다. 3개 코스를 이틀 만에 돌려다 보니 1.5 코스를 걷고 다음 날 일찍 출발해 종착지인 온수 공용주차장에 다다랐다.
 
우연하게도 첫날과 마지막 날을 비로 시작하고 마무리했다. 마지막 식사로는 차가워진 몸을 덥히기 위해 ‘송화삼계탕’에서 따끈한 삼계탕을 한 그릇 했다. 진한 육수와 푸짐한 찹쌀밥, 감칠맛 나는 김치와 깍두기가 매력적인 곳이다. 강화나들길을 걸으며 ‘길 따라 맛 따라’ 칼럼을 써 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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