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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의 와인이야기] 키안티 와인엔 왜 수탉 문양을 붙일까
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05 06:31:30
 
▲ 어승룡 와인칼럼니스트‧문화평론가
와인숍에서 이탈리아 와인을 고르다 보면 키안티(Chianti)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을 자주 볼 수 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레드와인 브랜드명으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장 유명한 와인이지만 품질은 중급 정도다. 용기 디자인이 독특한데, 피아스코라는 독특한 형태의 특수한 유리병에 풀잎을 두른 지방색이 짙은 디자인이다. 오래전 이탈리아 농부들이 밭에서 일을 하면서 갈증 해소용으로 와인을 마셨다고 하는데 여기서 디자인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와인 병을 짚으로 싸고 새끼줄로 매어 허리춤에 차고 일한 게 유래가 되어 키안티 와인은 호리병 모양의 병에 그 아랫부분은 ‘라피아’라는 짚으로 에워싸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 독특한 모양을 피아스코병이라고 부른다. 필자도 젊은 시절에 마신 키안띠 와인은 대부분 외형이 피아스코병이었다. 최근에는 인건비나 위생상의 문제로 보르도 타입의 병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키안티라는 명칭은 AD 700년경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주요 산지는 토스카나주 북부피렌체 남부의 키안티 구릉지대이다. 
 
토스카나 지역은 예로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좋은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일조량이 풍부하며 지형 또한 포도 재배에 적합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와인 생산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키안티 지역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중요 와인 산지인 피렌체 지역 남쪽 아르노강 좌안에 뻗어 있는 산맥 지역을 의미한다. 7000개의 밭에서 수백 명의 생산자가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키안티는 와인 산지의 이름인 동시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의미한다. 
 
토스카나 지역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카르미냐노·키안티·키안티 클리시코·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등 6개의 D.O.C.G.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키안티 와인은 워낙 다양한 생산자가 생산하고 있어 품질의 편차가 큰 편이다. 
 
키안티 중에서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좋은 곳에서 생산된 와인을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라고 하는데 키안티 클라시코는 와인 병목에 수탉 문양이 표시돼 있다. 일종의 정품인증 마크인 셈이다. 
 
 
▲ 키안티 클라시코 정품에 붙이는 검은 수탉 문양. 필자 제공
 
수탉 문양을 표시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피렌체와 시에나의 성주가 키안띠 지역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이때 두 성주는 인명 피해가 심해지자 휴전 협정을 맺으며 특정 날짜를 정해 각자가 준비한 수탉이 울면 기병이 달려가 양쪽 기병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했다. 
 
이때 피렌체는 검은 수탉을 하루 종일 굶겨서 시에나 지역 수탉보다 먼저 울게 하여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것을 기념해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병목에 검은 수탉 문양을 표시하게 된 것이다.
 
키안티 와인 생산 지역은 오래전부터 여러 사람에 의해 표준화가 시도되었다. 그중에서 19세기 리카졸리(Ricasoli) 남작에 의해 규정된 포도품종 배합 비율이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최근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1984년 D.O.C.G. 규격으로 승급되면서 산지오베제가 최소 75% 이상, 카나이올로 10% 이하, 트레피아노 10% 이하, 청포도 품종인 말바지아가 5~10% ,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새로운 품종을 10%까지 넣을 수 있도록 허가하여 좀 더 레드와인 품종  위주로 만들고 있다. 
 
키안티 와인은 예전에는 이처럼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화이트와인을 첨가해 만들기 때문에 오랜 기간 숙성시킨다고 품질이 좋아지는 와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전에 생산된 빈티지는 오래 숙성했다고 꼭 좋은 품질이 보장되지는 않으니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한다. 
 
1967년 DOC 규격이 변경되면서 화이트와인 10~30%를 의무적으로 넣어야 등급을 허락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청포도를 넣는 것에 불만을 품은 몇몇 와이너리들은 DOC 등급을 포기하고 적포도로만 만든 키안티를 출시했다. 현재 슈퍼 투스칸으로 불리는 안티노리·타냐넬로 등의 와인이 대표적이다.
 
2006년 DOC 규격은 결국 개정되어 화이트 품종을 블랜딩하는 것을 금지하고, 국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의 블랜딩을 허용해 진하고 풍미가 강한 지금에 이르고 있다.
 
키안티 와인의 부드러운 맛은 고베르노라 불리는 제조 방법 때문이다. 수확한 포도의 10% 정도를 건조해 발효가 끝난 와인에 첨가하여 재발효시켜 당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4~7개월 숙성하며, 더 긴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는 리제르바는 26개월 숙성한다. 
 
숙성 과정을 거쳐야 산지오베제의 드라이하고 강한 신맛이 부드러워져서 마시기 좋아진다. 기준 알코올 농도는 키안티 11.5%, 리제르바는 12%이다. 체리·딸기·자두향을 느낄 수 있고 이탈리아 음식인 피자·파스타와 잘 어울린다. 또 가금류나 소스향이 진하지 않은 구운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키안티는 7개의 소지역 키안티에서 나온다. 키안티 세네지(Chianti Senesi)·키안티 아렌티니(Chianti Arentini)·키안티 피자네(Chianti Pisane)·키안티 몬탈바노(Chianti Montalbano)에서 나온 와인은 수확 후 다음 해 3월1일까지는 출하할 수 없다. 
 
키안티 피오렌티니(Chianti Fiorentini)·키안티 루피나(Chianti Rufina)·몬테스페르톨리(Montespertoli)는 수확 다음 해 6월1일까지는 출하할 수 없다. 이 중 키안티 루피나는 키안티 지역 중 북동쪽에 있는 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키안티 클라시코와 대등한 품질이라고 평가받는다. 
 
키안티 루피나 와인은 프레스코발디(Marchesi de'Frescobaldi)와 셀바피아나(Selvapiana)가 유명하며 이 중 프레스코발디는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같이 슈퍼 토스카나인 루체(Luce del la vite)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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