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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K-제약·바이오의 미래]
[창간기획] 매출 1조 ‘황금알’… 블록버스터 신약 출시 머잖았다
내수산업 벗어나 수출 경쟁력 지닌 산업으로 변신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 지난해 29조 8596억 역대 최고
신약개발 투자 집중… 렉라자·엑스코프리 ‘대박’ 예약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2 00:05:00
 
 
제약·바이오 산업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건안보와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의약품 부족으로 전 세계인들이 고통을 받으면서 각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을 포함한 보건 의료 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국내 제약 산업은 내수 산업에서 벗어나 의약품을 개발해 수출하는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조선의 문호 개방부터 일제 강점기·정부 수립·경제 성장기·의약 분업·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시대의 전환기마다 한국의 제약 산업은 발전했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화 시기마다 제약업은 기술을 축적하며 성장해왔다.
 
▲ 1926년 유한양행이 설립됐다. 유한양행 제공.
 
‘성장 산업’ 한국의 제약업 내수에서 세계로
 
현재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에 대해 “성장산업”이라고 답했다. 전망이 밝다는 의미다.
 
그는 유망산업의 증거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전체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2021년(25조3932억 원)보다 17.6% 증가한 29조859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실적에서 국내 의약품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25%로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8.2% 성장해 국내 전체 제조업 성장률(2.2%)의 4배에 달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의약품 생산실적은 △2018년(21조1054억 원) △2019년(22조3132억 원) △2020년(24조5662억 원) △2021년(25조4906억 원) △2022년(28조9503억 원) 순으로 계속 성장해왔다.
 
1949년 18억4200만 원이던 한국의 의약품 생산 실적이 지난해 28조9503억 원으로 약 157만 퍼센트가 성장했다.
 
의약품 수출 실적은 2018년 5조1431억 원에서 2022년 10조4561억 원으로 5년 사이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 역시 늘었다. 2017년도에 1조4000억 원 규모였던 기술수출 규모가 2021년에는 14조51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반적인 투자 감소로 6조6326억 원의 기술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기업·정부의 R&D(연구·개발) 투자와 벤처 캐피탈의 투자 금액도 증가했다.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산업으로 보고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 의지를 밝혔다. 정부의 생명·보건의료 분야 R&D 투자금액이 2018년 4657억 원에서 2022년 6991억 원으로 5년간 연 평균 10.7% 증가했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다. 벤처 캐피탈의 바이오·의료 업계에 대한 투자 금액이 꾸준히 증가했다. 바이오·의료기업에 대한 벤처 캐피탈의 투자금액이 2018년 약 8417억 원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지난해 약 1조1058억 원으로 약 31%가 증가했다.
 
 
▲ JW중외제약 과천 사옥. JW홀딩스 제공
 
제약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체 제조업의 매출 대비 평균 R&D 투자 비중이 약 3%”라면서 “국내 의약품 제조업 평균 R&D 투자 규모는 이보다 많은 매출액 대비 약 7% 정도이고 상장 제약회사의 경우에는 약 9%·혁신형 제약회사는 약 12%를 신약 개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2018년 약 1조6300억 원 에서 2021년 약 2조750억 원으로 늘었다.
 
그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해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 배경에는 “시대적인 흐름”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약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와 업계 내부의 변화·사회적인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제약 업계는 일제 강점기에도 민족 기업을 설립했다. 암울했던 그 시기 민족 자본으로 탄생한 제약회사 하나 없이 일본의 의약품에 의존했다면 해방 뒤에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성장은 더욱 더뎠을 것이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1876년(고종 13년) 음력 2월 조선이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체결하고 문호를 개방하면서 시작됐다. 개항 이후 근대 문물과 함께 서양 의학이 소개되고 1897년(대한제국 광무1년) 선전관 민병호가 조선 최초의 제약회사인 동화약방(현재 동화약품)을 세웠다.
 
1926년 일제 강점기에 근대적 의미의 최초의 제약회사이자 지금도 업계 선두인 ‘유한양행’이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세워졌다.
 
종근당은 한국 제약회사로는 최초로 196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국내 생산 의약품인 클로람페니콜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다음해 일본의 산쿄제약에 클로람페니콜 항생제를 수출해 국산 의약품 수출 1호를 기록했다.
 
1987년 물질특허제도의 도입으로 국내 제약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본격화했다. 1999년 7월 SK케미칼이 한국 최초의 신약 위암치료제 ‘선플라주’(성분명 헵타플라틴)를 출시했다. 
 
선플라주 개발 이후 2003년 4월 LG생명과학(현 LG화학생명과학사업본부)이 한국 최초의 FDA 승인 신약 ‘팩티브’를 출시했다. 개발 기간 12년 동안 1000억 원이 투자되고 1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투입됐다. 
 
당시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가 한국 바이오 산업의 밑거름이 됐다. LG 출신의 연구원들이 세운 바이오벤처 기업으로는 크리스탈지노믹스·레고켐바이오·제노스코·알테오젠·파멥신·오름테라퓨틱스 등이 있다.
 
2000년 7월 시행된 의약분업은 한국 제약산업은 물론 의료 업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의약분업 직전인 1999년부터 의약분업 후 2004년까지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1.5% 성장했다.
 
의사가 의약품의 처방 권한을 갖게 되면서 전문의약품 위주로 수요가 증가했고 이는 제약산업의 규모를 키웠다. 의약분업 직전 519곳이던 제조업소가 2000년 547곳으로 늘더니 2004년에는 761곳으로 폭증했다. 의약품 생산품목도 의약분업 직전인 1999년 2만170개에서 2004년 2만5396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시장은 규모는 커졌으나 R&D 역량이 부족한 국내 제약업계는 이러한 약점을 양질의 복제의약품과 개량신약이라 불리는 슈퍼 제네릭(super-generic) 전략으로 돌파하면서 신약 개발 역량을 쌓아갔다.
 
▲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소.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빅파마와 경쟁하는 바이오테크로 성장하는 ‘K-바이오’
 
초창기 한국의 바이오 기업은 거품 논란을 겪으면서 외부의 조롱에도 굴하지 않고 기술을 축적해왔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가 있다.
 
2002년 창업한 셀트리온은 늘 의심이 따라 붙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제약회사도 아닌 신생 바이오 기업이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고 하니 모두들 의심했다.
  
셀트리온은 2005년 글로벌 제약사인 BMS와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뒤 2008년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와 위탁 계약을 맺었다. 이 때부터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회사로부터 생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유럽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지난해 기준 유럽에서 점유율 55%를 기록해 오리지널의 처방량을 넘었다. 전통 제약회사가 못 해낸 일을 바이오 기업이 해낸 것이다.
 
유럽과 북미에서 직판 체제 구축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직판을 한 뒤부터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기존 6종의 제품 이외에도 2030년까지 22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국의 대표 기업가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직접 추진한 사업으로 세간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바이오 업계의 반응은 처음엔 냉담했다. 분식회계 논란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지난해 매출액 3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성공 방정식을 바이오 의약품에 이식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성공이었다. 삼성의 후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이오 업계에서는 벤처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이룩한 성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로슈·화이자·노바티스 등의 빅파마와 대규모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톱 20개 제약회사 중 13개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한 실적이다. 또 회사는 30개 제약회사와 46개 제품 생산을 계약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4공장이 가동된데 이어 2025년 5공장이 가동되면 매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에는 선을 긋고 있다. 고객사로부터 잠재적 경쟁자로 비춰질 가능성을 처음부터 없앤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삼성물산이 공동으로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다.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은 현재까지 에임드바이오·재규어진테라피·센다 바이오사이언스·아라리스 바이오텍이 있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시장을 이끄는 제약회사들은 전통적으로 후보물질 발견 단계부터 의약품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R&D 파이프라인의 모든 단계를 내부에서 수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파트너링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에서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파이프라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네이처는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글로벌 톱20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출시한 신약 138건의 출처를 조사했다. 각 신약의 출처는 순서대로 각각 △외부 바이오 기업과의 M&A 41%(56건) △내부 개발 28%(38건) △외부로부터의 기술도입 25%(34건) △협업 5%(7건) △그 밖 2%(3건) 순이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한국의 제약 바이오 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 투자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 셀트리온 1공장 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최초의 글로벌 매출 1조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
 
한국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매출 1조를 달성하게 될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후보는 어떤 의약품일까. 우선 제일 먼저 기대되는 약물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다. 유한양행은 2018년 레이저티닙을 1조4000억 원 규모로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얀센은 최근 자사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유한양행의 렉라자를 병용한 임상 시험 결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서 화학요법에 비해 무진행 생존에서 개선을 보였다고 밝혔다. 자세한 임상시험 결과는 10월 유럽종양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 임상 3상 결과 발표에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의 병용요법이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나은 결과로 발표된다면 최초의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렉라자 외에도 ‘1조 블록버스터’ 클럽을 예약한 치료제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있다. 시장분석 기업 Evaluate Pharma는 엑스코프리의 2027년 매출이 9억6000만 달러(약 1조2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능력 있는 후발 주자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현재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270개에 이른다.
  
어제의 성실함이 오늘의 성장을 말해주는 것처럼 오늘의 부단한 연구·개발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내일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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