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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연금개혁 시작부터 ‘옥신각신’… 청년들 불신 가득
두배 더 내고 3년 늦게 받는 제도개선안 MZ세대 거센 반발
저출산·고령화에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어나는 부작용
출산·군복무 트레딧 등 청년층 연금개혁 동참할 유인책 필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8 00:07:00
▲ 보건복지부는 1일 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고 내달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 ⓒ스카이데일리
 
‘더 내고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드러났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연금개혁이 필요하긴 하나 그걸 왜 미래세대의 희생으로만 해결하느냐는 주장이다. 연금 의무가입 폐지를 외치는 등 불신도 깊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의 취지·구조를 상세히 설명해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보험료율 2배 늘고 수급개시연령 3~5살 올라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일 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고 있다. 수렴된 국민 의견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논의 내용 등을 종합해 내달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크게 ‘더 내고 늦게 그대로 받는’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다. 재정계산위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소멸되지 않도록 한다’는 목표 하에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 △기금투자수익률 등을 조합해 18가지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보험료율에 대해 1998년부터 25년째 그대로인 9%를 12%·15%·18%로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2025년부터 1년에 0.6%p씩 올려 2030년에 12%로, 2035년에 15%로, 2040년에 18%로 올리자는 것이다. 수급개시연령과 관련해서는 66세·67세·68세로 상향하는 안을 꺼냈다. 현재 수급개시연령은 63세(2023~2027년)에서 64세(2028~2032년), 65세(2033년 이후)로 5년마다 1살씩 올라가고 있는데 2033년 이후에도 5년마다 1살씩 늦추자는 주장이다. 기금투자수익률에 대해서는 현재(4.5%)보다 0.5%p·1%p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 가지 변수를 종합해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 15% 인상·수급개시연령 68세 상향·기금투자수익률 1%p 제고 △보험료율 18% 인상·수급개시연령 68세 상향 또는 기금투자수익률 0.5~1%p 제고 등의 사례를 시행하면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전문가들이 재정 안정에 무게를 둔 것은 국민연금 기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올해 3월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0년 1755조 원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2041년부터 수지적자(지출>총수입)로 돌아서고 2055년(-47조 원) 이후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이는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때 내놓은 예측시점보다 적자는 1년, 기금소진은 2년 앞당겨진 결과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재정 악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다. 한국의 전체인구는 올해 5156만 명에서 2030년 5120만 명, 2040년 5019만 명, 2050년 4736만 명으로 천천히 감소하지만 18~64세에서 65세 이상을 나눈 값인 노인부양비는 27.1%에서 2030년 40.2%·2040년 62.0%·2050년 81.8% 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보니 가입자가 줄어들고 수급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99만 명에 수급자 수는 527만 명이지만 2050년에는 가입자 1534만 명·수급자 1467만 명으로 비슷해지고 2060년부터는 수급자가 가입자를 넘어선다. 실질경제성장률이 2040년까지 연평균 1%대를 유지하다가 2041년부터 0%대로 떨어지는 점도 악재다.
 
청년들 세대 간 형평성 지적… “덜 냈으면 덜 받아야”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연금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문제는 연금 재원을 책임질 청년세대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혁을 이행하는데 있어 난제 중 하나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7월 21~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선호하는 개혁 방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30대 이하(18~39세) 응답자의 68%가 “향후 수급연령이 됐을 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50대(33%)와 60대 이상(14%) 등 기성세대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예·적금, 주식 등 재테크가 국민연금보다 낫다”는 질문의 응답도 30대 이하는 73%고 40대는 67%로 절반을 넘겼다.
 
국민연금이 청년에게 굉장히 불리하다고 봤다. ‘국민연금 제도는 현재 젊은 층과 미래 세대에게 불리한 제도이다’라는 질문에 30대 이하 79%가 “그렇다”고 공감했다. 
 
심지어 국민연금 탈퇴를 선호하기도 했다. 30대 이하 과반수(52%)가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낸 돈을 돌려받고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뚜렷하지 않았다. 30대 이하 응답자는 보험료율 인상 시 ‘조금 더 내고 현재 수준 유지’에 59%로 답했고 ‘더 내고 더 받는’것에 41%로 답했다. 전체 응답률도 전자는 53%, 후자는 47%로 비등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워낙 크게 다가오는 까닭에 응답자 대다수(79%)는 기금 고갈 시 세금으로 연금을 보장하는 ‘국가지급보장’ 법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실제로 만난 청년들도 연금개혁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중장년층의 노후를 위해 청년들이 과도하게 희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서울 소재 기업에 재직 중인 서현석 씨(남·30세)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 중장년층은 그동안 국민연금 보험료를 조금 냈고 우리는 앞으로 많이 내야할 텐데 받는 비율이 똑같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연금 보험료를 적게 낸 중장년층이 은퇴 전까지 더 내거나 나중에 덜 받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두 배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소재 기업에서 일하는 변성훈 씨(남·30세)는 “소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고물가 시대에서 연금 보험료마저 오른다면 소비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청년들의 경제적 사정도 녹록하지 않다. 집값 안정 등 사회문제를 어느 정도 진작시키고 나서 연금개혁을 실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강점 설명하며 청년층 설득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년들에게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연금개혁을 지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연금이 퇴직연금·개인연금과 예·적금 등 금융상품과 비교할 때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은 “젊은 층들이 봤을 때 연금은 굉장히 먼 미래의 일이라서 ‘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바에 차라리 폐지하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우리나라에 있는 금융상품 중 제일 좋은 제도”라며 “(청년들이) 잘못된 정보에 매몰되지 않도록 국민연금 제도의 취지와 작동원리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고 퇴직연금 보험료율은 8.3%로 거의 같은 수준인데 퇴직연금은 소득대체율이 15%(국민연금 40%) 될까 말까한다. 물가 연동도 안 되고 종신연금도 아니다. 몇 년 지급하다가 끝이 난다”며 “국민연금은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고 연금액도 물가 상승분만큼 올려준다.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민간 금융기관은 손실이 날 수 있지만 국민연금은 모자라면 정부가 돈을 채워줘야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젊은 층들은 ‘연금 폐지하라’가 아니라 ‘연금이 지속 가능하도록 빨리 개혁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며 “청년들도 언젠가는 연금 제도에 의지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때를 겪을 것이다. 물가 연동도 안 되고 몇 년 지급하다가 멈추는 개인연금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실질가치를 보장하고 사망할 때까지 지급하는 공적연금으로 갈 것인지 할 때 답은 정해져 있다. 모든 세대가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출산하는 사람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하는 ‘출산 크레딧’과 군대 기간을 인정하는 ‘군복무 크레딧’ 등을 통해 청년들이 연금개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금 수령액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크지만 국민연금 수급자의 가입기간은 2020년 기준 평균 18년으로 유럽 8개국 공적연금(평균 36년)의 절반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기금 고갈을 막는 게 청년들한테 이득이라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급여액은 OECD 국가의 공적연금 중에서 가장 적은데 그것은 가입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군복무 기간 전체를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고 출산했을 때 첫 아이부터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후납부(추납)를 미가입자 청년에게 적용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추납은 연금을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추후 일시에 납부하면 최초 가입시점까지 산입해 가입기간을 인정하는 제도다. 
 
김태일 교수는 “추납은 한 달이라도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18세 이상 누구나 보험료를 첫 달에 내든 안 내든 나중에 추후 납부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대 초반 수입이 없다고 해도 나중에 취업한 다음 앞에 것을 내면 가입기간이 연장돼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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