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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N여행] 하늘에 길을 내다 ‘포항 스페이스워크’
포항의 일월 신화 ‘연오랑세오녀’에서 영감 얻은 철 구조물
국내 최고의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포항
포항=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07 09:15:29
 
▲ 영일대 해변과 포항시내를 360도 파노라마 뷰로 만날 수 있는 환호공원 롤러코스터 ‘스페이스 워크’ Ⓒ스카이데일리
 
무중력 상태의 우주를 걷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구름까지 걸어서 올라가고 걸어서 내려온다면?
 
포항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는 하늘을 입체적으로 밟아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한없이 뻗어 올라가고 휘어지고 빙글빙글 도는 모양이 영락없는 롤러코스터지만 이 구조물의 정체는 체험형 예술작품이다. 눈으로 감상하는 즐거움에다 직접 작품 내부로 걸어 들어가 작품과 하나되는 경험까지 할 수 있다.
 
우주의 무중력 공간을 구현하다
 
▲ 스페이스워크는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자리로 관람객의 위치가 묘하게 위치가 조정되는 독특한 예술작품이다. 임유이 기자
 
202111월 포항 환호공원에 들어선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가 강철 317톤을 들여 제작해 포항에 기증한 구조물이다. 강철은 탄소 함유량이 적어 강도가 매우 센 철을 가리킨다.
 
스페이스워크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금속인 강철로 곡선의 부드러움을 표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개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누적 관람객 수 1153338(7일 기준)을 기록할 만큼 포항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스페이스워크의 길이는 333m, 높이는 25m에 이른다. 하루 3회만 오르락내리락 하면 산길 1km를 걷는 등산 효과가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롤러코스터를 닮았기에 빠른 속도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위에 올라서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움직여야 하므로 감상자는 느린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공간적으로는 하늘과 가까워지고 땅과는 멀어지게 된다. 땅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야는 넓어져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360도로 개방된 공간 동남쪽으로는 영일대 해수욕장이 길게 드러누워 있고 서북쪽으로는 포항 시내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작품이 된 감상자
 
▲ 2021년 11월 포항 환호공원에 들어선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가 강철 317톤을 들여 제작해 포항에 기증한 구조물이다. 임유이 기자
 
이 구조물은 관람객의 위치를 조정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자리로 위상을 교체하는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다가왔는데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작품은 안 보이고 풍경이 보인다. 작품이 안 보이는 것은 감상자가 이미 작품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감상자가 스페이스워크를 올려다볼 때 스페이스워크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사람이 포함된 작품으로서의 조형물이다. 그리고 그 관람객도 조형물의 일부가 되어 다른 사람의 관람 대상이 된다.
 
스페이스워크와 같은 공공미술이 예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거리감이야말로 문화를 향유하는 한 방식이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해야 작품이 잘 보였다. 이후에는 작품과 밀착하여 느끼고 만지는 시대로 옮아가더니 어느덧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작품 바깥의 것을 향유하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스페이스워크의 설계자는 독일의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다. 두 사람은 관객 참여형 설치미술과 건축적 조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부부 작가이다.
 
둘은 10여 년 전 독일 뒤스부르크 앵거 공원에 있는 타이거 앤 터틀- 매직 마운틴’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작가는 스페이스워크를 제작하면서 포항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포항의 이미지를 탐색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일월(日月) 신화를 반영해 넣을 수 있었다.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
 
▲ 영일만 임곡리에는 조망 명소로 소문난 ‘연오랑 세오녀테마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임유이 기자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에 동해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郎)·세오녀(細烏女)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연오가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고 있는데 갑자기 바위 하나가 나타나더니 그를 태우고 바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바위는 둥둥 떠서 동쪽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바위를 타고 나타난 연오를 보고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라고 여겨 왕으로 옹립했다.
 
세오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으러 바닷가로 나갔다가 역시나 움직이는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왕에게 고하여 부부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한편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광채를 잃어 온 세상이 어둠에 잠겼다. 아달라왕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을 알게 되었다. 왕은 일본에 사신을 파견하여 두 사람을 데려오도록 했지만 연오는 내가 이 나라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것이라며 세오가 짠 비단을 대신 내주었다.
 
아달라왕이 그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 해와 달이 예전과 같은 광채를 찾으면서 세상이 다시 환해졌다고 한다.
 
후세 사람들은 비단으로 제사를 지낸 곳을 영일현이라고 불렀다. 영일이란 해를 맞이한다는 뜻이다.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즐긴다
 
▲ 포항크루즈는 수십 년간 막혀 있던 동빈내항의 뱃길을 복원하여 도심 한복판을 크루즈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임유이 기자
 
영일만 임곡리에는 조망 명소로 소문난 연오랑 세오녀테마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반달 모양으로 쑥 들어간 영일만 정중앙에 위치해 동해는 물론 포항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경치가 좋은 만큼 테마파크에서 임곡리 해안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눈과 몸이 동시에 즐거울 수 있다.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포항 시내 방향으로 남구 청림운동장까지 6구간의 해안 둘레길이 펼쳐져 있으며, 반대쪽으로는 호미곶 해안까지 18의 둘레길로 연결된다.
 
스페이스워크에서 내려다보이는 영일정은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해상누각으로 2013년 북부해수욕장이 영일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건립됐다. 80m 영일교로 이어진 영일정은 해상 뷰를 감상하기에 제격이지만 2층 규모에 전통미를 살려 지은 건축양식으로 화제가 된 곳이다.
 
▲ 80m 영일교로 이어진 영일정은 해상 뷰를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임유이 기자
 
포항크루즈는 수십 년간 막혀 있던 동빈내항의 뱃길을 복원하여 도심 한복판을 크루즈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형산강 입구에서 송도교를 잇는 1.3km 실개천 운하가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포항은 이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워크·연오랑 세오녀테마파크·포항크루즈는 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키워드를 하나로 엮으면서 포항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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