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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정릉천 휘돌아 나가는 월곡역 웅숭깊은 맛집
제기동 성동역서 출발한 경춘선 지났던 동네
獨 전통 肉가공 다양한 메뉴 제공 ‘비너발트’
30년 외식업 정성 가득 손맛 ‘산촌기사식당’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18 06:31:0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서울의 동북부 지역인 월곡과 종암 지역은 갈 때마다 정릉천과 내부순환로로 환경과 생활권이 복잡하단 생각이 든다. 지하철로는 6호선 월곡역을 중심으로 한 이곳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정릉동·월곡동·종암동을 흐르는 정릉천을 끼고 발달한 마을이다.
 
정릉천은 북한산 기슭 정릉 계곡에서 시작해 하월곡동에서 월곡천을 만나 동대문구 신설동과 용두동 사이를 빠져나와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1999년에 하천 위로 내부순환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과 지하철 6호선 월곡역·고려대역 등이 지역 역세권이다. 고려대·동덕여대 등 종합대학이 두 곳이나 있어서 식당가에선 젊은 층이 많이 눈에 띈다.
 
정릉천 위로 내부순환로 만들어
 
▲ 북한산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정릉천과 그 위로 만들어진 내부순환로. 필자 제공
 
월곡동 동명의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하나는 하월곡 3·4동의 산지형이 반달처럼 생긴 데서 연유했다는 것이다. 그 산과 인접해 있는 마을을 다릿골이라 했는데 이를 한자명으로 표기한 데서 유래됐다.
 
다른 하나는 조선 후기 달과 관련돼 있다. 미아사거리에 ‘신근솔’이라는 솔밭이 많아 풍치가 좋았고 당시 이곳에 주막이 밀집해 있었다. 소 장사들이 지방에서 소를 몰고 서울에 들어오면 신근솔 일대 주막에서 숙박을 했다. 이들은 장위동 도축장에서 소를 매도할 때 달밤에 도착해 잔월(殘月) 아침에 흥정했기 때문에 월곡이라는 동명이 생겼다고 한다.
 
한편으론 ‘장위동유성집’이란 소고기구이 체인이 발달한 이면에는 도축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란 합리적 추론을 하게 된다. 동명은 아무래도 후자보다는 전자 유래가 설득력 있다. 지금도 인근 산 이름이 월곡산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후자는 소장사나 주막을 드나들던 과객들이 지어낸 가담항설일 가능성이 높다. 신근솔은 지금의 미아사거리역 인근이다. 과거에 솔밭이 무성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는 무자비하게 변했다.
 
종암동이란 동명은 고려대 뒷산에 북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 때문에 지어졌다. 그 바위를 한자로 종암(鍾岩 또는 鼓岩)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모랫말 또는 모랫골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정릉천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모래가 쌓여 모래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래는 소금기와 불순물이 없는 양질의 모래여서 하수관이나 전봇대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인근에 안암·돈암 등 바위와 관련된 지명이 있는 것은 돌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겉바속촉’ 슈바인스학세·소시지 전문
 
▲ 월곡역 5번 출구 ‘비너발트’는 독일식 족발 슈바인스학세와 수제 소시지가 유명하다. 필자 제공
 
월곡동과 종암동 인근 주민들의 발이 되는 지하철은 월곡역을 지나는 6호선이다.  월곡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했지만 고려대역과 안암역 주변엔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나름 ‘선방’하는 맛집이 몇 곳 있다.
 
월곡역 5번 출구에서 대여섯 발자국만 떼면 식당 문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비너발트’는 정통 독일식 소시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측에 따르면 독일 음식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2008년 개점한 독일 음식 전문점이다. 육동주 대표는 독일에서 육가공을 공부했고 독일 국가기술자격 소유자다.
 
슈바인스학세 세트 메뉴가 인기다. 육 대표는 독일에서도 보기 드문 ‘겉바속촉’ 슈바인스학세(독일 족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슈바인은 돼지, 학세는 무릎이란 뜻이다. 이름 그대로 족이 아닌 무릎 부위를 절여 뭉근하게 구워 먹는 요리다. 오븐의 보급으로 이 요리가 대중화됐다고 한다. 비너발트에서는 불 쇼를 보여 준다. 이런 퍼포먼스 하나가 재방문을 부른다. 요즘처럼 유튜브 동영상과 인스타그램 등이 발달한 시대에는 식당 홍보의 필살기다.
 
육 대표는 201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3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식육전문박람회(IFFA)에서 뮌헨의 전통 소시지 바이스부어스트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핸드메이드 소시지로 모둠소시지·뮌쉐너바이스·뉴른베르거·아우프슈니트·소시지피자·소시지 전골 등 여러 메뉴를 선보인다.
 
비너발트 소시지와 학세 제조에는 전남 신안 천일염만을 사용한다. 돼지는 연간 69도 온도 차이에서 자란 철원의 청정지역서 사육한 것을 독일 육가공 기술을 접목해 정형한다. 특히 무아질산염·무방부제·무색소 등 3무와 저지방·저칼로리·저염 등 3저를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2018년 농림식품부가 후원하고 소비자연맹이 선정한 즉석식품가공업 최우수작업장 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비너발트에서는 슈바인스학세를 메인으로 하는 모둠 플래터 메뉴로 독일 전통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파울라너·크롬바커·쉐퍼호퍼·기네스 등 독일 맥주 구색도 갖추고 있다. 독일 음식 외에도 치킨·골뱅이·노가리 등의 메뉴도 있다. 식당 측은 “독일에서 살았거나 여행하신 분들이라면 그곳의 향수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밝혔다.
 
새벽녘 출출한 택시 기사들 성지
 
▲ 오전 5시에 문을 여는 ‘산촌기사식당’은 새벽 시간 출출한 기사들에게 따뜻한 집밥 같은 한 상을 제공하는 곳이다. 필자 제공
 
월곡역 2번 출구 쪽에 위치한 ‘산촌기사식당’은 식사하기 편한 곳이다. 편함 속에는 편안함도 들어 있다. 충남 부여 출신 최점례 대표의 손맛이 깊고 그윽하다. 기사식당은 대부분 음식 고수들이 운영한다. 그래서 일부 기사식당엔 택시들이 꼬리를 물고 찾아든다. 강남구 역삼동 ‘현대북어’(구 현대기사식당)와 ‘성북동돼지갈비본점’ 등이 그랬다. 원래는 기사들 맛집이었지만 요즘은 일반 시민까지 가세해 문전성시다.
 
산촌기사식당 역시 고수의 웅숭깊은 손맛이 느껴지는 곳이다. 오전 5시에 문을 열기 위해 4시부터 부지런히 오픈 준비를 한다. 밤샘 운전을 하던 기사나 새벽 나절에 나온 기사들을 위해 일찍 문을 여는 것이다. 물론 기사들만이 손님은 아니다. 필자 같은 과객도 시장기와 호기심에 이끌리는 매력적인 곳이다.
 
간판에는 소머리국밥·돼지불백·도가니탕 등이 쓰여 있지만 정작 최 대표는 순두부찌개를 권한다. 해장 겸 칼칼한 게 먹고 싶었던 마음을 읽었나 보다. 아삭이고추 절임을 한가운데 두고 김치·진미채·얼갈이무침·열무김치 등이 담긴 일체형 반찬그릇이 먼저 제공된다.
 
아삭이고추절임을 한입 베먹었는데 간이 적당하고 식감도 좋았다. 다른 밑반찬도 준수한 맛이다. 순두부찌개와 함께 딸려 나온 공깃밥 위에는 계란부침이 정성스레 놓였다. 그로 인해 마치 집에서 밥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식사하면서 식당을 하게 된 연유와 업력을 물었다. 이 근처에서만 올해로 31년째라고 했다. 꽤 오랜 세월이다. 손맛 때문에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이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침 손님이 한두 명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월곡역에서는 정릉천을 볼 수 있다. 특히 비 온 뒤에는 수량도 풍부하고 물도 한결 맑다. 정릉천을 따라 청계천 방향으로 내려가면 제기역이 나온다. 제기역 구 미도파백화점 자리엔 사철(私鐵) 경춘선의 출발역인 성동역이 있었다. 청량리로 옮기기 전만 해도 춘천에 가려면 정릉천을 거슬러 기차역 월곡역을 지나야 했다. 이 역은 지금의 지하철 상월곡역 오른쪽에 있었다. 그러나 1971년 청량리로 착발(着發)역이 통합되면서 폐선됐다. 월곡에는 지하철이 들어서기 전부터 정릉천변을 달렸던 철도의 낭만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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