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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거버넌스 개선, 한국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죠”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주주의 권리 찾고 기업의 지속 성장 이끌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7 17:29:01
▲ 자산운용업계·법조계·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19년 12월 설립된 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남우(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ESG 중 G(거버넌스)를 개선하면 E(친환경)와 S(사회)는 예외 없이 잘할 수 있어요.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은 리스크를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하는지,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죠. G(거버넌스)가 모든 것의 중심이고 첫 단추이에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의 성장, 더 나아가 한국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자 해요. 거버넌스를 개선하면 기업들이 성장하는 동시에 국가경제도 발전할 수 있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한국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데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그 중심에는 후진적인 지배구조가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오너 중심 지배구조 하에서 ‘황제경영’, 사익편취 등을 일삼으며 주주들의 권리를 외면한 채 기업가치를 깎아먹곤 했다. 이러한 문제에 반기를 든 곳이 있다. 바로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다.
 
자산운용업계·법조계·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19년 설립한 뒤 기업들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논평, 세미나 개최, 교육 등 활동은 다양하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여의도에 있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사무실을 찾아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남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59)와 이동섭 사무국장(55)을 만났다.
 
거버넌스 개선에 뜻있는 운용업계·법조계 전문가들 모여
 
2019년 12월 추운 겨울이었다. 평소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관해 산발적으로 논의하던 자산운용업계·법조계·학계 전문가들 수십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달랐다. 결의에 가득 찼다. 이들은 기업 거버너스를 논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단법인을 설립해 개선 과정을 체계화하는 데 목소리를 모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출발한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 경제대국이고 자본시장 규모도 1조8000억 달러로 커요. 삼성전자·현대차그룹 등 기업들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며 경제적인 위상도 높아졌죠. 하지만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위해 일해야 하는 부분은 여전히 부족해요. 흔히 말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해진 것이죠. 두 걸음 나아가면 세 걸음 후퇴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요.”
 
30여 년간 글로벌 자본시장에 몸을 담은 이남우 교수도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그는 JP모간·메릴린치·삼성증권 등 국내외 금융기관을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로서 기업 거버넌스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기업을 소개하거나 외국자금을 가지고 펀드를 직접 운용할 때 경영진 퀄리티에 관한 문제에 부딪히며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혼자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죠. 정치적 색채와 경제적 단기 이익을 배제해 ‘기업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뜻을 같이 품고 힘을 합치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15~20명이 모여 시작했어요. 회원 수는 80명 정도로 늘어났는데 서로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대의를 위해 잘 가고 있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 논평이 대표적인 예다. 포럼은 회원들이 한 사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면 이사회에서 여러 번 토론을 거친 뒤 엑디팅(편집)해서 홈페이지에 논평을 발표한다.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하다 보니 다른 단체에서 낸 논평보다 깊이 있고 전문적인 해석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CJ CGV 유상증자 및 현물출자 자기거래에 관한 논평을 법률적인 관점에서 상세히 다뤘고요.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논평도 냈죠. 올해는 약간 주춤하지만 작년까지 세미나 행사를 격월로 진행했어요.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에 관해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이었죠.”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 발표, 세미나 개최, 여성 사외이사 교육 등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관련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 교수와 이동섭 사무국장이 인터뷰에 참여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과 3년째 여성 사외이사 전문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사회에 들어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 사외이사 수가 부족하고 그간 이사회와 주주 권리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던 점을 고려한 방안이다. 지금까지 200여 명이 수료해 그 중 10%(20명)가량이 사외이사로 부임했다.
 
“김주영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로스쿨 ‘동계공익법무실습’도 매년 1월 운영하고 있어요. 회원사를 탐방해 견학하고 강의를 듣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이죠.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후원을 해줘서 산학 연구논문 발표회도 올 1월 치렀어요. 서울대 로스쿨과 이대 경영대 박상 과정 중 5명을 선발해 용역 프로그램을 줘서 거버넌스 개선 관련 논문을 발표하게끔 했죠.”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도 전문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파를 초월해서 거버넌스 개선에 뜻이 있고 이것을 입법화하려는 국회의원과 협력하고 있죠. 의원들이 법안을 마련할 때 자료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개진해 법 개정으로 연결하는 식이에요.”
 
4년 가까이 고군분투하며 성과도 여럿 냈다. 이 교수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거너넌스를 개선하는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포럼 회원들은 에스엠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지적하고 거버넌스 개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이사회 중심으로 거너번스를 탈바꿈했다.
 
“포럼 멤버들끼리 서로 도와서 거버넌스 문제가 심각한 곳을 탈바꿈하거나 그 과정 중에 있어요. 에스엠의 경우 많이 걱정했지만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나가고 나서 에스엠의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주가에서 나타나듯이 기업가치가 좋고 실적도 좋아요. 이사회를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모델을 보여준 것 같아 기억에 남죠.”
 
“최근에는 포럼 회원인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이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하고 ‘3%룰’을 적용해 심혜섭 변호사가 감사로서 일하고 있어요. 사익편취를 하며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있는 것이죠. 어느 한 주주나 투자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들이 혜택을 입는 게 중요한데 그러한 롤모델을 저희가 보여준 것 같아요.”
 
“거버넌스 개선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
 
기업 거버넌스 개선은 왜 중요할까. 이 교수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거버넌스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는 회사의 이익·성장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곱해서 산출하는데 밸류에이션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거버넌스라는 주장이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에요. 거버넌스 개선은 주주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죠. 주주들은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성과를 얻는 것을 기대해요. 예전에 외국 고객들을 상대할 때 한국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을 믿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어요. 대주주·경영진을 믿을 수 있느냐는 투자의 가장 기본이죠. 그런 면에 있어서 기업 거버넌스는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모든 주주를 위해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에요. 법률 지식으로 돕고 경험을 공유하거나 코칭을 해줘서 거버넌스를 개선해 나가야지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죠.”
 
“경영 성과는 기업가치로 나타나요. 애플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은 3조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알 수 있죠.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기업 거버넌스인데 한국은 불행하게도 대주주의 사익편취, 투명성 결여 등으로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국민연금도 국내주식에 150조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제대로 성과를 못 내고 있어요.”
 
▲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하반기에 국회 문턱을 통과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이 교수(왼쪽)와 이 국장(오른쪽)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이 국장은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 발전에서도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본의 효율적 배분, ESG 리스크 예방·관리 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성장 재원으로 투자하거나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거나 배당금을 늘려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거버넌스가 좋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아요. 대주주 마음대로 수익성이 안 좋은 프로젝트 사업에 뛰어들어 낭비를 초래하죠.”
 
이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그동안 대형 해외 헤지펀드들이 삼성·현대차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인게이지(경영 관여)한 적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토종 행동주의자들이 힘을 모아 거버넌스 개선 성과를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토종 행동주의자가 한국처럼 경제대국에서 주주행동주의 성과를 낸 것은 세계에서 상당히 주목받을 만해요. 행동주의 주주제안 건수도 한국이 올 상반기에 미국·일본·영국 등에 이어 6위를 차지했죠. SM엔터 같은 곳을 상대로 대주주의 문제점을 밝혀내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해서 지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지난 정부에 현 정부도 21세기 자본주의에서 거버넌스 개선을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감독당국도 공감하고 있어 기대가 많이 되죠.”
 
선진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 교수는 상법·자본시장법이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의 중내용인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가 핵심이다. 또 이사회 중심 경영이 필요하다고 봤다.
 
“많은 사람들이 사장 밑에 이사회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사회는 주주가 임명한 사람으로서 주주를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해요.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장기적인 회사 전략 방향에 대해 충고하고 컨설팅하는 것이죠.”
 
“대주주가 있는 건 좋아요. 외국도 LVMH·월마트 등 ‘가족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죠. 가족기업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장점은 많죠. 다만 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회가 필요해요. 경영진은 다양하고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하죠. 그게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첫 단추이에요.”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금까지 해온 세미나·학술지원 등의 활동을 계속하면서 자본시장과 거버넌스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도록 힘을 쏟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적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개선 방안 중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주목하고 있죠. 이사회의 책무에서 주주 보호는 당연한 것인데 우리나라만 기형적으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잖아요. 결국 법을 통해서라도 강제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해야 되겠다고 결심했죠. 21대 국회 회기 내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며 집중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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