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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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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걷다 보면 몸에 문신이 그려진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문신은 조직폭력배 등이 소속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추세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문신 기술은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라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의료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은 국내에 몇 없는 ‘합법 문신사’ 중의 한 사람이다. 조 원장은 문신사법이 통과되지 못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장미 문양 문신을 보고 문신 시작해”
“방송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제가 문신을 시작하게 된 데에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1999년에 문신 제거 시술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장미 문양의 문신이 있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그날 본 장미 문양의 문신이 ‘아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게 예술이 될 수 있구나. ‘문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다가 미국 가서 공부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죠.”
조 원장은 문신을 지우는 사람이었다. 험악한 문신만 보던 그는 어느날 만난 아기자기한 장미 문신을 보고 새로운 길을 걸어 보기로 결심했다.
“‘조명신’이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문신하는 사람으로서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비롯됐죠.”
“대단하게 뭘 바꿔 보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어떤 사람들은 이 문신이라는 것을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데 또 어떤 사람들은 마니아 수준으로 좋아하는 이 사회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공부하게 된 거죠.”
“정치가 이 문제에 애정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방치될 리 없어”
의사이자 문신사인 조 원장은 문신사 합법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가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은 이게 어제오늘 쟁점이 된 일이 아니잖아요. 이런 논쟁이 20년도 더 된 이야기란 말이죠.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애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애정이 있었으면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매듭도 지어지지 않은 채로 방치되진 않았겠죠.”
첫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2010년이었다. 이번 국회에서도 2020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신사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고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2021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다. 하지만 문신사 관련 법안들은 계류 상태에 머물다가 ‘임기만료 폐지’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위생적인 측면에서 문신을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데 요즘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위생적으로 더 신경 써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 이런 약품들도 인체에 문제가 없는 걸로 구해야 하는데 국내 타투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정작 이런 거 하나 구하기 힘들단 말이죠.”
“자격이 있는 분들과 없는 분들을 구분하려는 건 아니지만 몽땅 다 불법으로 규정하니 부작용도 많아요. 문신사가 데이트 폭행을 당하고도 같은 가게에서 일하는 문신사들까지 피해를 입을까 봐 묵인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대로 소비자가 문신사에게 강간당한 사건도 있었죠.”
실제로 2013년 경남 김해에서 문신사 A씨가 문신하러 온 가출 여중생과 여고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2020년에는 문신 시술 수업을 수강하던 10대 청소년을 추행 및 강간한 30대 B씨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당시 B씨는 문신 시술 수업 강의를 하며 수강생 C양을 자신의 집에 불러 강제 추행하는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사회적 시선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걸 음지에 방치하니 부작용만 많아지는 거죠. 이걸 끌어올려서 관리해야 하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예컨대 의사를 비롯해 타투이스트들과 소비자들이 모여서 토론하면서 방향을 찾아야죠. 그렇게 논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협의체를 만들어 주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해요.”
“사회 봉사하는 분들을 위해 존중·존경 보이기 위해 무료 시술”
조 원장은 매년 특정 직업군을 선정해 무료 문신 시술을 하고 있다. 흉터가 있는 부위에 그림을 그려 넣어 주는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면 ‘아무 일도 없게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흉터를 보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 않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대단한 건 아니고 의사이자 문신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그분들에 대한 존경심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표현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가 아침 출근길에 오늘 목숨을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안 하잖아요. 그런데 이들은 그게 일이란 말이죠. 그러면 우리 사회가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이들에게 다른 방향으로 존중과 존경을 보여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 원장은 문신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문신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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