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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폭우로 취소된 축제 아쉬움은 맛집으로
영월 동강뗏목축제 수해 수습하느라 취소
오징어구이 메뉴로 사랑받는 ‘사랑방식당’
대관령한우 가성비 좋게 즐기는 ‘동강한우’
유성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21 06:32:00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26회째를 맞는 ‘2023 영월 동강 뗏목 축제’가 전격 취소됐다. 영월군은 전국적 폭우 피해와 이에 대한 복구 및 재해 예방에 전념하기 위해 28일부터 30일까지 동강 둔치 일원에서 펼칠 예정이었던 동강 뗏목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월 지역은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큰 비로 토사유출과 도로유실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동강 뗏목 축제는 폭우에 잠길 우려가 있는 동강 둔치라서 선제적으로 행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 영월동강 뗏목 축제의 백미인 뗏목. 영월군청
 
 
 
필자 역시 축제와 관련해 시행사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영월군의 취소 발표가 나왔을 때 발 빠르게 잘한 결정이란 생각을 했다.
 
 
단종을 빼고 영월을 이야기할 수 없다. 조선왕릉 40기 중 유일하게 서울·경기에 있지 않고 강원도에 있는 것이 단종의 장릉(莊陵)이다. 조선왕릉에는 장릉이란 이름을 쓰는 곳이 세 곳이 있다. 영월 장릉을 비롯해 김포 장릉(章陵)은 선조의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 구 씨의 무덤이다. 원종은 임금의 아버지 자격으로 추존됐다. 파주 장릉(長陵)은 인조와 부인 인열왕후가 묻힌 곳이다.
 
 
영월에는 단종의 흔적이 여러 곳에 있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반도 모양을 가진 곳으로 육지지만 나머지 한 면은 절벽으로 막혀 있어 섬같이 고립된 곳이다. 나룻배가 없이는 드나들기 힘들고 지금도 배편으로 오갈 수 있다. 단종은 이곳에서 두 달간 유배 생활을 했다.
 
 
청령포에 요즘처럼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나자 객사인 관풍헌으로 잠시 거처를 옮긴다. 관풍헌은 조선 초기에 영월 동헌 터에 지은 객사다. 객사는 고려·조선 시대에 각 고을에 설치해 외국 사신이나 다른 곳에서 온 벼슬아치를 대접하고 묵게 하던 숙소다. 단종은 이곳에서 사약을 받았다.
 
 
관풍헌 마당 좌측에는 자규루라는 2층 누각이 있다. 원래 이름은 매죽루였는데 단종이 누각에 올라 ‘자규사’라는 자신의 처지를 담은 시를 남겨 자규루로 불리게 됐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길에 올랐을 때 처음엔 물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창덕궁 대조전에서 유배 교서를 받은 단종은 돈화문에서 출발해 한강 물길을 거슬러 배를 타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다 배에서 내려 육로로 100리 길을 걸어 청령포에 도착했다. 이유는 가뭄 때문에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월과 한양은 이미 물길로 이어져 있었고 영월보다 상류인 정선까지도 물길로 이어졌다. 강은 중요한 목재 운송 수단으로 조선시대 때 한강이 물길 운송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월 지역에 뗏목이 활성화된 것은 1867년 경복궁 중건 때다. 흥선대원군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필요한 목재를 강원도에서 조달했다.
 
 
영월의 뗏목 축제는 물길이 품고 있는 이러한 역사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동강 뗏목 축제는 한강 상류의 무거운 원목을 강물을 이용해 서울로 수송하기 위한 뗏목을 재현해 축제로 만든 것이다. 뗏목의 어원은 ‘떼’에서 나왔다. 떼는 ‘나무토막이나 대나무 풀 따위를 엮어 물에 띄워서 타고 다니거나 물을 건너는 데 사용하는 도구를 뜻한다. 떼를 엮은 것이 뗏목이다. 뗏목의 기능은 강을 건너기 위한 운송수단이자 목재 운반수단이다.
 
 
뗏목을 만들고 운송하기 위해선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떼꾼이라고 한다. 한강에 직업적 떼꾼이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 때다. 조선 건국 때 궁궐을 짓기 위해 한강 상류 지역인 강원도의 원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뗏목도 시들해졌다. 1967년 이후 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서히 사라지다가 댐들이 생기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떼꾼들 역시 동시 퇴장했다.
 
어라연 지나 만지의 떼꾼 맛집 ‘전산옥주막’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조양강변에 복원된 전산옥 주막. 떼꾼들이 고사를 지내고 있다. 정선군청
 
 
동강에는 떼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물길을 헤치고 다닌다는 것은 격한 일이다. 정선에서 한강에 이르는 남한강 물줄기에 목숨을 의탁해 먹고사는 떼꾼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동강에는 떼꾼들이 두려워하는 곳이 도처에 있다. 평창군 미탄의 황새여울과 영월 거운리의 된꼬까리가 그곳이다.
 
 
날카롭게 솟은 바위들이 있는 황새여울은 비 온 뒤 물이 불고 유속이 빨라지면 뗏목을 부수고 떼꾼들의 목숨을 앗았다. 황새여울을 간신히 지나면 떼는 어라연을 만난다. 어라연(魚羅淵)은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고 지은 이름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지명에서 직관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름다움도 잠시 뗏목이 격하게 쿨렁거리며 된꼬까리라고 불리는 여울에 휘말린다.
 
 
몇 차례 생사를 넘나든 뗏목과 떼꾼들이 다다른 전산옥이 운영했던 주막이 있는 만지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의 만지(滿池)는 아우라지 정선에서부터 한양까지 목재를 운반하는 떼꾼들의 달콤한 쉼터였다.
 
 
이곳에서 주막을 운영했던 주인은 전산옥(1909~1987)이란 여성이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고성리 출신이다. 당시 전산옥 주막의 위치는 정선군과 영월군 경계인 영월읍 거운리 만지나루터로 알려졌다. 2010년 주막은 접근하기 쉬운 정선읍 봉양리 조양강변에 복원됐다.
 
 
전산옥의 명성은 ‘황새여울 된꼬가리 다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 차려놓게’라는 정선아리랑 가사에 남아 있을 정도다. 미인에다가 정선아라리를 구성지게 불러 젖히는 전산옥은 당시 떼꾼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고 한다. 떼를 타던 사람치고 전산옥 이름 석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주막촌은 힘든 여울을 지나는 곳에 형성됐다. 떼꾼들이 쉬기도 하지만 고장 난 떼를 손봐야 하기에 꼭 필요한 곳이다. 전산옥 주막 이외에도 꽤 많은 주막이 성업했을 것으로 보인다. ‘떼돈을 번다’는 말이 뗏꾼 일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힘든 만큼 보수가 좋았던 모양이다. 목숨을 담보하고 버는 돈이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번 돈을 주색잡기에 쉽게 날리는 떼꾼이 생겨났다. 그래서 전산옥 주막은 당시 웨이팅이 있는 영월 제일의 맛집이 아니었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해 본다.
 
주중엔 보리밥 비빔밥도 인기
 
▲ 오징어구이란 이름의 볶음을 파는 ‘사랑방식당’은 영월의 대표적 맛집이다. 필자제공
 
 
메뉴가 오징어구이라니 맥주집인가 했는데 아니다. 그냥 평범한 밥집이다. 오징어볶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의 메뉴명이 난해하지만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지만 특이해 보이려고 한 것이지 싶다. 오징어볶음의 생명은 사실 불맛에 있다. 대부분의 볶음요리의 성패가 화려한 불 쇼와 함께 기름 타는 맛을 입히는 불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사랑방식당은 그런 기대를 애초에 접게 만든다. 주방에서 센 화력에 불맛을 입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휴대용 가스버너로 식탁에서 직접 볶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눌어붙지 않도록 열심히 되작거리면서 나중에 밥을 비빌 것인지 볶을 것인지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오징어볶음을 몇 점 집어먹다 대접을 달라고 해서 비벼 먹거나 판에다 볶아 먹으면 된다. 둘 다 해 먹어도 된다. 주중엔 보리밥도 판다. 평일 열두 시 갓 넘자 웨이팅이 시작된다. 지역 원주민 맛집이란 의미다. 일손이 없어 로봇과 외국인이 서빙한다. 대체로 음식이 깔끔하다. 오징어볶음엔 김치를 주지 않지만 비빔밥엔 제공한다.
 
대규모 단체 접객 가능 브랜드 소고기 맛집
 
▲ 정육형 대형 고깃집인 ‘동강한우’는 투뿔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맛있는 한우를 접할 수 있다. 필자 제공
 
 
동강한우는 정육식당형 한우고깃집으로 영월이란 공간 대비 식당 규모가 듬직하다. 타지역 관광객 등 단체 손님을 위한 준비 태세가 된 곳이다. 아주 합리적 가격에 한우를 맛나게 즐길 수 있다. 투뿔 한우가 아님에도 살치살·새우살 육질이 좋고 구우면 특유의 육향이 짙고 고소하다.
 
 
한우의 경우 대관령한우란 브랜드육을 사용한다. 평창·영월·정선이 하나의 축협 조합으로 묶여 있고 조합원들이 대관령한우를 키운다. 대관령한우는 전 과정이 해썹(HACCP) 관리가 아주 잘된 곳이다. 김영교 전 조합장이 심혈을 기울인 일이다. 김 전 조합장 주도로 대관령한우 축제도 2회까지 했었다. 한우 축제가 부활하면 좋겠다.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간소한 반찬과 다양한 주류 라인업이 마음에 드는 곳이다. 특히 김치가 아주 맛있다. 고랭지 배추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적 특색이 뭐든 친환경 건강 먹거리 같은 느낌이다. 코다리냉면도 양념이 좋다. 곰탕·한우소시지·패티 등 정형 부산물로 만든 제품 라인도 좋다. 이곳도 로봇이 서빙을 거든다.
 
지난해 단종 장릉 답사 때는 무엇에 쫓겼는지 허겁지겁 보리밥만 먹고 왔는데, 이번에 여유 있게 둘러보니 영월에도 맛집이 지천이다. 다음번엔 무궁화호 타고 기차여행 삼아 여유 있게 다녀올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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