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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흑인 인어공주
‘인어공주’ 좀 안 보고 싶을 수도 있지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1 00:02:30
▲ 산업부 양준규 기자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5월24일 국내에서 개봉됐다. 첫날 4만5931명의 관객이 입장하며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던 인어공주는 이틀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에 밀려 3위로 내려갔다.
 
인어공주는 개봉 전부터 캐스팅 논란이 일었다. 원작의 인어공주는 백인이었으나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를 인어공주 역에 캐스팅하면서 원작 훼손 논란이 일었다. 인종 문제를 떠나서도 할리 베일리가 인어공주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란도 있었다. 디즈니 프린세스 중에서도 특출난 미인으로 꼽히는 인어공주 역을 맡기엔 할리 베일리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어공주의 캐스팅 논란은 곧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졌다. 인종차별 논란에 이어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 추구에 따른 블랙 워싱·외모지상주의 등이 언급됐다. 이제 인어공주가 국내에서 개봉됐으니 인어공주의 흥행 성적과 평점 등을 가지고도 한국 사회를 논하는 진지한 고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가나 흥행에는 사회적 이슈 말고도 다양한 관점이 작용한다. 먼저, 원작이 있는 작품에서 원작 캐릭터와 배우의 외모와 이미지를 비교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에도 배우와 캐릭터가 같은 한국인이라도 원작에 비해 너무 날카롭게 생겼다 혹은 생각했던 것보다 어린 느낌이다 등의 이유로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팬이 생각하는 이미지라는 것은 이렇게 섬세한 영역이다.
 
영화에 대한 비판점이 캐스팅에 관한 것으로만 국한되진 않는다. 인어공주가 사는 바닷속 왕국이 생각보다 아름답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고 작중에 나오는 바다 생물을 애니메이션 그림체에서 실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쾌한 골짜기가 생각난다는 평도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라인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의견과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서 진부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런 이유로 영화에 1점을 준다면 이건 별점 테러가 아니라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이다.
 
인어공주의 관객 수를 비교한다면 경쟁작이 어떤 것들이었나 하는 것도 따져 봐야 한다. 인어공주와 맞물려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이 상영 중이고 5월31일에는 ‘범죄도시 3’이 개봉됐다.
 
본인이 인종 문제 또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든 간에 인어공주 대신 화끈한 액션 영화나 마블 히어로가 더 보고 싶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근육 빵빵하고 강하게 생긴 형님이 나쁜 놈들을 박살 내는 ‘마동석’ 장르는 한국 시장에서 확실한 인기를 구가하는 장르다.
 
최근 영화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일단 영화관람권 가격이 많이 올랐고 OTT 등 대체재도 많이 생겨났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고 VOD가 나오면 집에서 보고 싶다고 할 수도 있다.
 
인어공주를 보지 않을 이유들을 하나하나 대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언제부터 영화 보러 가면서 사회적 이슈들을 생각하고 눈치를 보게 됐냐는 것이다. 본인이 영화 평론가로 일하는 것이 아니면 영화 관람은 그냥 취미 혹은 여가 생활이다. 관객은 그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인종의 스테레오타입을 깨는 어떤 용감한 시도를 했는지와 상관 없이 보기 싫으면 안 볼 권리가 있다.
 
한국에서 반전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서 한국인을 전쟁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기업이나 경영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고 해서 한국인이 반시장주의자나 공산주의자라고 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냥 영화다. 영화의 성적이 기대 이하라고 인종차별주의자 취급을 받는 건 조금 많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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