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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기부는 습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죠”
1994년 원주서 밥상공동체로 시작… 전국에 32개 거점함 ‘결실’”
코로나19 3년 큰 어려움… 활동가·봉사자 헌신으로 난관 이겨내
ESG 시대 사람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환경도 살릴 수 있어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3 00:05:00
▲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서울연탄은행(백사마을센터)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허기복(가운데) 대표와 임직원들. 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작년 10월, 동절기 연탄나눔 활동을 앞두고 전국 300만 장 전달을 목표로 내세웠을 때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에, 경기불황에 가능할까’ 라는 걱정이 컸죠. 활동가분들과 봉사자들의 절실함·애절함이 없었다면 이 같은 목표 초과 달성은 꿈도 못 꿨을 겁니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을 이끄는 허기복 대표의 소회다. 연탄은행은 서울 포함 전국 32개 지역과 해외에서도 연탄나눔 및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활동을 25년째 이어 오고 있는 단체다. 최근에는 동절기 연탄나눔 활동을 ‘402만 장, 초과 달성’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사람 위해 시작한 활동, 25년간 전국 32개 연탄은행으로 확대
 
“1994년 강원도 원주시로 내려가 교회 담임목사를 맡게 됐어요. 그 후 1998년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왔죠. 전국 어디든 힘든 시절이었지만, 당시 중소도시였던 원주는 사회안전망이나 복지 체계가 특히 부족해 실직자와 노숙자가 급증했어요. 교회가 사회성을 잃으면 복음의 현장도 잃는 것이고 무엇보다 정체성을 잃는 것이라 생각해 전도와 관계없이 사람을 위해 밥상공동체를 운영하게 됐죠.”
 
밥상공동체는 원주 ‘쌍다리’ 인근 20평짜리 작은 조립식 건물에서 시작됐다. 실직자·노숙자에 대한 끼니 지원부터 인력은행을 통한 취업 지원까지 이어 가던 허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연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은데 지원을 해 줄 테니 함께 한번 해 보자’는 말을 듣고 연탄나눔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주일 동안 조사를 했는데 당시 원주에서만 연탄 사용 가구가 500가구나 나오더라고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받아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연탄은행의 문을 열었어요. 주민이 연탄을 직접 수령해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봉사자들과 연계해 두어 시간 걸리는 거리까지 리어카를 끌고 가 전달했던 적도 있어요. 진풍경이었죠. 이런 활동들이 타지역에까지 소문이 나 차츰 지역이 확대됐어요. 서울 미아리(現 강북구 미아동)에서는 중형 트럭으로 연탄을 나르기도 하고,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에서도 공가(空家)를 얻어 연탄을 나눠 드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전국 32개 거점까지 생겨 활동하게 됐네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199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누적 연탄 약 7747만 장을 46만여 가구에 전달해 왔다. 무료급식 사업과 함께 집수리 등 주거환경 개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비타민 목욕탕’ 봉사, 노인종합복지관 건립 활동, 취업지원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다.
 
“연탄은행이 겨울에 유독 바쁜 것도 사실이지만, 추위에 약한 어르신들은 4월 말까지도 연탄을 때야 하니까 소위 ‘연탄 보릿고개’가 발생하지 않게 보살펴 드려야 해요. 집수리 활동이나 에너지 취약계층 조사, 자원봉사자 교육, 키르기스스탄·북한 연탄 지원 등 사시사철 바쁘게 움직여야 하죠. 다음 달 원주에선 약 5년간의 모금 활동 끝에 지어진 북원노인종합복지관이 개관되는데요. 서울 대비 상대적으로 지방 도시의 복지관 수가 적어 필요성이 높다는 것을 느꼈고, 시(市)와 협력해 결실을 맺게 됐어요.”
 
이 중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빈곤층 가구조사는 연탄은행의 지향점 또는 궁극적인 목표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활동이다. 급변하는 기후환경 속에서 전국 약 8만 가구밖에 남지 않은 연탄사용 세대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희도 이 일을 하면서 단순히 연탄사용 가구에 연탄을 전달하는 것만 아니라, 에너지 취약계층이 어떻게 하면 시대적 변화나 기후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 왔어요. 2008년에는 연탄가격 인상분만큼 어려운 이웃들에게 쿠폰을 지급하는 정책을 제안해 현재 제도가 정착됐고,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 중에서도 어려운 가정에 난방비를 지원하는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시대 변화 속에서 소외계층이 외면받지 않도록 노력해 왔죠.”
 
“연탄을 계속 사용해야 하거나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문제도 크지만, 아직도 도시가스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지역이 있고 또 들어오더라도 주거환경이 열악해 설치가 어려운 가구도 많기 때문이에요. 구조적·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복합적으로 접근해야 하죠. 이러한 활동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에너지은행사회적협동조합 법인을 세워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예요. 향후 연탄은행과 이 조합이 손을 잡고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에요. 특히 최근 난방비가 급등하고 있어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부분이죠.” 
 
봉사·후원자들의 도움 큰 힘’, 사람을 위한 작은 실천이 중요
 
연탄은행의 활동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에 접어들고 경기마저 어려워지면서 봉사자 수와 기부 규모가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이전엔 한 해 봉사자 수가 5만여 명에 달했지만 이후 1만 명대에 머물 정도로 급격히 줄었어요. 경기가 나빠지고 물가도 상승하니까 기부도 줄었고요. 특히 연탄후원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보고 ‘내 후원이 이렇게 활용되는구나’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활동들이 축소되다 보니 3년간 참 힘든 시기를 보냈죠. 작년에 300만 장 목표를 세우던 당시 창고에 있었던 연탄이 7만4000장뿐이었어요.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많은 활동가들과 봉사자들의 절절한 노력 덕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어요.”
 
연탄은행의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의 면모는 각양각색이다. 나이로는 세 살짜리 아이부터 70대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있고, 개인봉사를 포함해 학교·기관·기업의 부서·동아리 단위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허 대표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봉사나 기부에 대한 의무감·부담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서울연탄은행이 위치한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는 현재 150가구만이 남아 있다. 마을 어르신들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허기복(오른쪽) 대표. ⓒ스카이데일리
 
“지게로 연탄을 나르는 일 외에도 집수리·무료급식봉사 등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활동이 아직도 많아요. 또 봉사자를 인솔하거나 교육하는 봉사자도 필요하고요. 특히 상대적으로 봉사 인력이 부족한 지방 도시에선 이런 고민이 더 큰 상황입니다. 저희 같은 단체들이 더 열심히 뛰고 홍보해 후원이나 봉사하시는 분들이 보람을 느끼고, 나아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따뜻하게 조성되도록 노력해야겠죠.”
 
“후원이나 기부 역시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액수에 마음 쓰기보단 작은 규모로 하더라도 생활화·습관화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연탄 한 장에 850원이에요. 연탄 한 장이라도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에서도 특히 환경에 대한 개선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에서, 연탄은행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서울연탄은행의 거점이 있는 백사마을엔 과거 1000가구 이상의 사람이 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150가구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수십 년 동안 이분들과 ‘기관-대상자’의 관계가 아니라 정말 가족처럼 편하고 친하게 지내고 있죠. ESG에 대한 요소들 모두 각각 중요한 것들이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적인 구조가 변해 사람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일을 하며 느끼고 있어요.”
 
“이러한 보완점들을 개선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이고, 나아가 급변하는 기후환경 속에서 연탄은행이 양질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저희 단체의 궁극적인 숙제이자 비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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