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로 ‘기후 위기’ 쓰나미가 덮쳐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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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긴급한 기후행동 실천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1 00:22:40

며칠 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메닌디 지역 주민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마을을 지나 흐르는 달링바카 강의 수면이 온통 죽은 물고기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달링바카 강에 떠오른 물고기 사체는 수백만 마리에 이른다. 한 주민은 BBC에 물고기 사체가 강을 따라 30km가량 이어져 있다고 전했다.

원인은 이상고온으로 지목되고 있다. 초가을에 접어든 요즘 호주의 기온은 초봄을 맞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31일 예상 최고기온은 섭씨 24도다. 하지만 물고기 사체 수백만이 강물 위로 떠올랐던 2주 전에는 38도까지 치솟았고 그 전 주에는 41도를 기록하는 등 고온의 날씨가 이어졌다.

달링바카 강은 이 마을 주민 500여 명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한 주민은 “우리는 이 강물로 세탁도 하고 샤워도 한다”면서 “이젠 당분간 강물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건 다음날에도 고온이 예보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더 커졌다. 강에 떠 있는 물고기 사체들이 부패하기 시작하면서 강물이 더 오염될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물고기가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마을 전체가 온통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썩은 내로 진동할 것은 물론이다.

수백만의 물고기 사체가 강물 위에 30km나 이어지는 광경은 실로 비현실적으로 보여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지구상에는 이 외에도 우리의 상식과 예측을 벗어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9일 CNN은 ‘전 세계에 기후 변화를 각성케 하는 10장의 사진’을 소개했다. 그 중에는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미터마이어가 2017년에 찍어서 화제가 됐던 북극곰 사진도 포함됐다. 이 사진은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지칠대로 지친 곰이 흰색털은 군데군데 빠지고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사진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후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2021년 케냐의 황폐하고 메마른 땅에 숨진 채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6마리의 기린 모습은 자연으로부터 버림받은 야생동물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이 기린들 역시 무척 수척해진 몸으로 마실 물과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최후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케냐에는 가뭄이 장기간 이어져 동물들은 물론 케냐 국민의 삶도 위협을 받고 있었다.

기후변화 각성을 이끈 사건으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발생했던 호주의 산불도 빠질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2019년 12월 호주 콘졸라 호수 인근의 한 주택에 화마가 덮쳐 집과 주변 숲이 온통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그 앞으로 캥거루 한 마리가 껑충거리며 뛰어가는 사진이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바 있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전 세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0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는 ‘인간’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주로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한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현재 우리가 겪는 ‘손실과 피해’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며, 이는 가장 약한 존재와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특히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IPCC는 강조한다. 아직은 인류가 실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고, ‘긴급한 기후행동’을 실천한다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후행동 실천의 일환으로 지난 주말인 25일 전 세계에서 ‘어스아워(Earth Hour)’ 행사가 진행됐다. 어스아워는 세계자연기금(WWF) 주최로 2007년부터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불을 끄는 전 지구적 행사다. 파리 에펠탑 등 세계적 건축물도 이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편의점 간판 조명을 끄는 등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전 세계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동료의 작업에 대해 사진작가 미터마이어는 “그것은 마치 쓰나미가 서서히 다가오는 모습을 찍은 것 같다”고 말한다. 기후위기의 쓰나미는 바로 우리 등 뒤에 와 있다. 우리가 돌아보기만 한다면!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