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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혼외자 생부 출생신고 막는 가족관계등록법 ‘위헌’
혼외자의 헌법상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침해 인정
혼외자 생부의 헌법상 권리 침해 헌법소원 청구는 기각
입법 공백으로 인한 혼선 막고 국회 입법권 존중 위해 헌법 불합치 결정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0 14:37:48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기혼 여성과 불륜 관계로 아이를 낳은 생부는 사실상 출생신고를 못 하도록 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자 자유권·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또 헌재는 등록 없이 방치돼야 했던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의 출생신고 제약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가족관계등록법 45조·46조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정한 법 개정 시한은 2025년 5월31일이다.
 
가족관계등록법 46조에 따르면 혼외자의 출생신고 의무는 생모에게 있다. 57조는 생모와 불륜관계인 생부가 혼외자의 출생신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생모가 소재불명이거나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정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은 기혼 여성과 불륜관계로 아이를 낳은 생부들과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이다. 청구인들은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으로는 이렇게 출생한 아이를 여성의 법적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해 생부가 현실적으로 출생신고하기 어렵다며 헌재의 판단을 요청했다.
 
헌재는 사안을 1년 여간 심리한 끝에 가족관계등록법이 혼외 관계로 출생한 아이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로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게 한다”며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라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출생 등록될 권리는 헌법 10조(존엄·가치·행복추구권)와 34조 1항(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36조 1항(가족생활의 보장) 등을 망라하는 독자적 기본권이며 자유로운 인격 실현을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건강한 성장·발달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혼외자를 낳은 여성은 남편이 알게 될까 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국가는 출생 신고권이 있긴 하지만 의무사항까지는 아니어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침해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족관계등록법 조항이 효력을 즉시 잃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해당 조항을 없애면 ‘혼인 중이 아닌 여성’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남성이 아이에 대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보고 법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헌재는 또 아이들의 헌법소원은 받아들였지만 가족관계등록법이 생부의 권리까지 침해한 것은 아니라며 재판관 8대1 의견으로 생부들의 헌법소원은 기각했다.
 
출산으로 아이와의 혈연관계가 곧장 확인되는 생모와 달리 생부는 혈연관계를 따로 확인해야 할 때도 있어 가족관계등록부가 생모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맥락을 고려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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