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 노인이 코인 거래를?”… 금융당국, 가상화폐 위법·부당 사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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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분석원, 작년 5대 원화마켓 사업자 현장검사 실시… 차명의심 거래 등 적발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0 11:48:29

▲ 30일 금융정보분석원(FIU)는 지난해 5대 원화마켓 사업자를 대상으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에 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해 확인한 주요 위법·부당행위 사례를 공개했다. 일부 사업자는 95세 노인이 새벽 시간에 99만 원 이하로 분할거래를 하는 행위를 두고 차명의심 거래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FIU는 지난해 5대 원화마켓 사업자(두나무·빗썸코리아·스티리미·코빗·코인원)를 대상으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에 관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특금법에 따라 개별 사업자 제제내용을 당사자 이외 공개할 수 없음에도 주요 지적사항을 사례화해 공개한 것은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하고 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주요 위법·부당 행위를 살펴보면 우선 ‘차명의심 거래’를 적발했다. 일례로 사업자 A의 고객 갑은 1929년생 고령자임에도 주로 늦은 밤 또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30종 이상 다양한 가상자산을 거래했고 트래블룰 회피를 위해 99만 원 이하로 거래금액 분할해 출고했다.

사업자 B의 고객 을을 비롯한 31명의 고객도 73세부터 85세까지의 고령층으로 이들 모두 동일한 해외 IP주소에서 프로그램 자동매매를 이용해 가상자산을 활발히 거래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고객이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등 자금세탁행위 우려가 있을 경우 고객의 신원정보·금융거래 목적·거래자금 원천 등을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확인 절차를 밝아야 한다. 고객이 자금세탁행위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의심거래보고를 해야 한다.

FIU는 “고객의 연령·직업·거래패턴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강화된 고객확인을 이행하고 고객이 정보 제공 등 고객확인을 거부하는 경우 해당 거래를 종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비정상적 거래’와 관련한 부당 행위도 적발했다. 사업자 C의 고객 병(급여 소득자)은 9개월 동안 해외 등으로부터 1074회에 걸쳐 278만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입고 받아 1만2267회에 걸쳐 매도했고 현금화된 282억 원을 712회에 걸쳐 전액 인출하는 비정상적 거래 패턴을 보였다. 그럼에도 사업자 C는 고객 병의 의심거래 검토를 태만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불법적인 금융거래 등을 통해 자금세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고객의 거래를 보고해야 하고 자금세탁행위 등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감시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FIU는 “사업자는 유효한 의심거래 추출기준을 마련·적용해야 하고 고액거래·비정상적 거래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미흡’도 지적받았다. 사업자 D의 임직원 丁은 자기의 계산으로 배우자를 계정을 이용해 사업자 D에서 가상자산을 매매했다.

FIU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사업자의 임직원이 해당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IU는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반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관주의와 과태료(최대부과액 4억9200만 원)를, 임직원에게는 견책·주의 등 조치요구를 부과했다.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향후 이행사항을 면밀히 점검해 개선이 미흡할 경우 추가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FIU는 “이번 검사의 경우 신규 업권의 시장질서 확립 과정임을 고려해 사업자의 개선 유도에 초점을 두었고 향후 공개된 주요 위법·부당행위 사례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다 엄중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FIU는 올해에도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현장 검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코인마켓 사업자 및 지갑 사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하반기에는 5대 원화마켓 사업자의 현장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차명의심 거래·비정상적 거래 등 자금세탁위험이 높은 취약 부문에 대한 테마검사 등을 계획한 상황이다.

FIU 관계자는 “향후에도 검사 결과에 따른 주요 문제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다른 사업자의 위법·부당행위 발생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사전에 예방해 투명한 가상자산 거래 관련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