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탈당’ 사과 뭉개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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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Talk] 헌재 검수완박 판결

‘꼼수 탈당’ 사과 뭉개는 민주당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1 00:22:30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안의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23일 헌법재판소가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 중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부분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헌재가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 처리 시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안건조정위원회에 야당 몫으로 배정된 안건조정위원으로 참가하게 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헌재는 끝내 검수완박법안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도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헌재로부터 문제가 있음을 지적당한 민형배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 내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숙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던 일, 이로 인한 국회 심의·표결권 침해에 대해 국민께 깨끗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민주당이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보여 준 민주당 한 의원(민 의원)의 꼼수탈당, 국회법에 근거한 안조위의 무력화 절차는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지점”이라며 “헌재가 제기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헌재의 결정 이후 민주당은 당내에서 흘러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적어도 자숙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헌재가 ‘법안을 무효화시키지 않았다’는 부분만을 강조하면서 이를 이용해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민주당 내에서는 이미 위장탈당의 절차적 위법성이 헌재에 의해 확인된 마당에 논란의 당사자인 민형배 의원의 복당까지 거론되고 있다.

헌재의 모순적인 결정에 대한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헌재의 결정이 떨어진 이상 이에 대해 다시 다툴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의회민주주의의 핵심일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에 어떤 의미를 담았건 간에 법치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이처럼 문제가 됐다면 그 의미마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도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헌재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