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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반도체가 ‘산업의 쌀’로 대우받지만, 반세기 전만해도 산업의 쌀은 철강 산업이었다. 하지만 식민지에서 갓 벗어난 건국 초기 대한민국은 자본도 기술도 인재도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의욕을 품은 군복 입은 박정희 소장뿐이었다.
남로당에 가입했다가 발각 돼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후 기사회생한 박정희는 신생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제대로 건설하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그러나 가장 먼저 달려간 미국에서 그의 원대한 꿈은 좌절됐다. “당신 (공산주의자에서) 전향했느냐”는 말만 듣고 묵묵히 귀국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1964년 서독을 찾은 박정희는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로부터 금과옥조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산이 많은 한국 지형에선 산업 발전이 힘듭니다. 그러니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고속도로를 놓아야 합니다. 저는 나치를 혐오합니다만 히틀러가 놓은 아우토반에겐 달릴 때마다 마음속으로 경례를 합니다. 고속도로에 자동차를 달리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철소가 필요합니다. 연료를 얻자면 정유화학공업도 육성해야 합니다.”
에르하르트 총리는 그러면서 “(한국을 도와 줄 자본과 기술이 있는) 일본과 화해하라”고 권한다. 발끈한 박정희는 “그럴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자 에르하르트는 “우리가 프랑스와 몇 번 싸웠는지 아십니까. 열여섯 번입니다. 그래도 전후에 양국은 손을 잡았습니다. 각하, 지도자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가야 합니다”하며 박정희를 설득했다.
훗날 동독을 합류 통일시킨 서독 경제력의 원천이 프랑스의 지원에 크게 힘입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에르하르트의 충고를 새겨들은 박정희는 이듬해 역사적인 한·일 청구권협정에 서명한다. 일본한테 식민지 배상금을 받아 포항제철소와 여수정유공장을 짓고 경부고속도로를 깐다.
철강·정유산업을 시작으로 이후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일약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박정희 덕분에 요즘은 방위산업이 제1의 효자 산업이 됐다. 북한과 연계된 좌파는 박정희를 폄훼하는데 집중한다. 어떻게 해서든 그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독재자로 낙인찍으려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무공을 질시한 선조와 대신들을 보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이 꼬아놓은 한·일 관계를 다시 개선한 것은 박정희의 맥을 잇는 구국의 결단이다. 멀리서 자세히 봐야 가치가 보인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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