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세대와 이승만의 화해가 사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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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의 시사저격

이승만 건국대통령 재평가 움직임 활발
자유민주주의 가치공유에서 접점 찾아
4.19에너지 재점화는 국가발전 동력

구월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30 08:14:20

이승만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역사성이 강한 인물이다. 그런만큼 그에 대한 정서와 평가도 다양할 뿐더러 논쟁적이다.

돌이켜 보면 민주주의는 우리 역사상 처음 도입된 제도였다. 4·19 당시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12년에 불과했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수백년에 걸처 피와 땀을 바쳐가며 성숙된 것이었지만 우리는 1948년 건국과 힘께 시행되기 시작했고 그 이전까지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지배와 복종을 기본으로 한 군주체제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영국 같은 나라는 마그나카르타 민주대헌장을 채택한 후 700년에 걸쳐 완성된 민주주의가 우리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떨어졌던 것이다. 수입된 민주주의의 시행착오와 값비싼 비용 지불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독립한 신생국가들이 모두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나마 우리 한국이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게 됐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12번에 걸쳐 정권교체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 기간에 실제로 민주주의를 해보면서 우리는 이승만을 다시 보게 되었고 그의 공과(功過)에 대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자각이 일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63년 전 4·19때, 10대 20대 학생들이었던 80대 노장(老長) 50여명이 26일 이승만 전대통령 탄신 148주년을 계기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모여 참배하고 화해를 선언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75년 전, 이 땅 위에 김일성이 공산주의를 세울 때 이승만은 민주주의를 세웠고 6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남과 북의 격차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벌어져 있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고 살아 있는 증거다. 남쪽은 세계 10위권의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자유와 풍요를 누리게 된 반면, 북쪽은 하루 세 끼도 때우기 어려운 지구상 최빈국, 자유와 사유재산이 몰수된 인권지옥이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이승만은 선견지명이 있는 리더였다. 비록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문제로 고배를 마셨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공산주의의 위험성에 대한 그의 예지가 없었다면 해방공간의 그 어렵고 복잡했던 혼란과 도전을 뚫고 자유체제의 독립국가를 세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당시만 하더라도 1917년 러시아혁명과 마르크스 레닌식 공산주의에 대한 유혹이 대단했던 시기였다. 우리도 그 길로 빠질 수 있었던 때였다. 이승만의 고집스런 신념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볼 일이다.

4·19시위가 일어나자 이승만이 일주일 만에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나겠다며 자진 하야한 것은 민주주의자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결단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그런 하야가 없었다.

당시 다친 학생들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찾아가 “장하다. 젊은이들이 불의를 보고 일어서지 않으면 젊은이가 아니지.”라고 한 것도 주목할 장면이다.

이승만은 37세에 미국으로 망명하여 일류대학의 교육을 거쳐 박사까지 딴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역량이 출중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의견 충돌과 갈등들이 있었지만 독립투쟁의 순수의지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상해 임시정부에 갈 때는 체포를 면하기 위해 시체운반선에 몸을 숨겨 들어가 20일만에 태평양을 건넜던 모험은 생명을 건 그의 애국열정을 잘 보여준다.

또 고국의 식민지 백성들이 캄캄한 절망에 빠져 있던 1942년 6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일본이 머지않아 패망할 것이니 희망과 용기를 갖고 분투하라는 장문의 감격적인 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서울 장안이 술렁거렸고 깜짝 놀란 일제 총독부는 그 방송을 듣거나 전파하는 사람을 색출하려고 광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1960년 3.15 정·부통령선거는 조병옥 야당후보의 서거로 이승만의 당선이 확정적이었으나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려는 세력들의 음모로 부정선거가 자행되어 85세 노대통령의 종말을 재촉하게 되었다.

한·미군사동맹으로 오늘의 번영을 담보한 것도 큰 공적이다. 만약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4·19세대와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부동한 가치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갈등이 아니라 대화해의 접점을 찾았다. 이 역사를 계기로 4·19의 에너지가 재점화된다면 획기적인 개혁의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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