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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불법 콘텐츠 유통
언제든 ‘제2의 누누티비’ 등장할 수 있다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0 00:02:30
▲ 김기찬 경제산업부 기자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유료 콘텐츠를 수년간 무료로 제공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TV)’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23일 누누티비는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 전체 자료 삭제 안내라는 공지사항을 올려 최근 누누티비에 대해 이슈가 된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해당 주 내로 일괄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웨이브·쿠팡플레이·왓챠·티빙·KT 시즌 등의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가 삭제 대상이다.
 
콘텐츠업계는 물론 정부 당국까지 나선 전방위 압박 덕분이다. 이달 초 MBC·KBS·CJ ENM·JTBC 등 방송사 및 영화제작사·배급사들은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를 꾸리고 형사 고소장을 제출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월부터 자체 입수한 첩보로 수사에 착수했다. 누누티비의 백기 투항 이후인 28일에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 등이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범(凡)부처 협의체를 꾸렸다.
 
그간 누누티비에 대해 접속 차단 또는 폐쇄 시도가 없진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2110월 처음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시정(누누티비 접속 차단)을 요구한 이래 총 20회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하지만 누누티비는 보란 듯이 웹주소(URL)을 옮기며 운영을 이어 왔다. URL에 숫자를 넣고 막힐 때마다 1씩 늘리는 방식으로 URL을 바꿨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집중적으로 접속한 5일 동안에만 URL의 숫자가 2번 바뀌었다.
 
누누티비에 대한 취재 기사가 발행되기 직전에 일괄 삭제공지가 나오는 바람에 급히 내용을 수정했다. 원래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잡기 어려웠고 누누티비 수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흐름의 내용이었다. 그랬다가 방향을 크게 틀어 누누티비가 삭제 대상을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독점 콘텐츠)’로 제한한 데에 집중했다. 예상대로 누누티비는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나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같은 해외 OTT’ 내 한국 인기 드라마에 대한 불법 스트리밍을 이어가고 있다.
 
누누티비의 공지 내용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사이트 운영 자체가 불법인데 마치 선심 쓰듯 영상 내려는 드릴게(일부는 빼고)”라고 하는 것 같았다. 수년간 불법 스트리밍 행태를 지속한 것에 대한 사과와 조치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고작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다정도였다. 불법 사업자인 누누티비가 스스로 낳은 피해에 스스로 공감하는 꼴이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불법적인 콘텐츠 유통은 성행했다. 다른 사용자의 컴퓨터에 인터넷으로 접속해 각종 정보나 파일을 교환·공유할 수 있는 ‘P2P(peer to peer)’나 사용자끼리 파일을 직접 공유하는 토렌트(torrent)’ 등은 이기적인 이용자들의 음지 문화가 된 모양새다. P2P·토렌트 기술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불법 콘텐츠를 주고받는 데 많이 쓰여 논란이 된 바 있다.
 
2·3의 누누티비가 언제 다시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수사망을 좁혀 누누티비 운영진을 잡는 일도 시급하지만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비슷한 사이트가 등장하지 않도록 막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련 제도 및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수많은 노력이 깃든 유료 콘텐츠를 공짜로 누리려는 일부 이용자의 그릇된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도 누누티비의 바뀐 주소를 찾기 위해 분주히 검색포털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는 이용자가 없지 않을 것이다. 불법 콘텐츠를 공유·시청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 콘텐츠 유통에 일조한 범죄라고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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