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새 역사… 제2 황금기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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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 ·이해인 세계선수권 동반 은메달 쾌거
러선수 불참 덕 봐…2026 동계올림픽 입상 전망 밝아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6 14:37:57

▲김연아 이후 10년만에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이해인(로이터=연합뉴스)

한국 피겨에 르네상스가 열린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고려대), 이해인(세화여고)이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반 은메달을 획득한 것은 한국 피겨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성과다.

차준환은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96.39점을 획득, 쇼트프로그램 99.64점을 더해 합계 296.03점으로 2위에 올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작성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99.51점)과 프리스케이팅(182.87점), 합계(282.38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 남자 싱글이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처음이다.

차준환은 이미 수많은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아역배우로도 활동하다 초등학교 때 피겨에 입문한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16~17시즌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한 시즌에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을 획득했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역시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니어 무대를 밟은 뒤에도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까지 부상과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남자 피겨계에서 희망이 된 차준환은 자기 자신과 싸워 왔다.

차준환은 2022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남자 싱글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선 아쉽게 4위에 그친 차준환은 시즌 마지막 국제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있는 대회로 이 무대에서 시상대에 오른 건 김연아(은퇴)가 유일했다. 2020년 전까지는 김연아를 제외하면 10위 안에 든 선수도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이해인이 여자 싱글에서 총점 220.94점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남녀 동반 은메달을 획득한 건 처음이지만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신지아), 아이스 댄스에서 은메달(임해나-취안예)을 거머쥐었다. 신지아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은메달을 획득했고, 임해나-취안예 조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입상했다.

한국 피겨가 현재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메달 획득도 꿈은 결코 아니다. 물론 이번엔 피겨 강국 러시아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아서 메달 획득에 유리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피겨가 올림픽에서 김연아 이후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제적인 지원 문제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른 빙상 종목 선수들은 실업팀 소속으로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피겨는 그렇지 않다. 개인 종목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종 안무비와 대회 출전비를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

한국 피겨가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다양한 지원책이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해 처음 시행한 진천선수촌 집중 합숙 훈련의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