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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메타버스 거품론
가상세계 마케팅 한물 갔나… 열기 식는 ‘메타버스’
메타, AI 투자 최우선 순위 발표… 구글 트렌드 메타버스 언급 급감
“메타버스 열풍에도 결과물 만족스럽지 못해… 업계 분위기 변했다”
거품론에도 투자는 계속… 사업 모델·수익성 문제 여전히 남았다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30 00:07:36
▲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메타버스 산업 거품론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몇 년간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은 메타버스(Metaverse)가 점차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메타버스 열풍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고, 이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면서 메타버스의 위기론’ ‘거품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관계자들도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시선이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코로나19의 엔데믹 전환으로 현실과 같은 가상 세계가 힘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관련 기업들은 메타버스에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다. 다만 수익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언급량·VR 기기 판매 감소… ‘메타버스 거품론’ 본격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 시각) 블로그를 통해 인공지능(AI)를 투자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사명까지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변경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메타의 이러한 행보는 메타버스 사업의 막대한 적자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는 지난해 기준 무려 137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최근에는 몇 달에 걸쳐 1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메타의 구조조정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전반적인 불황도 있겠지만 리얼리티 랩스의 천문학적인 적자 또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최근 몇 년 동안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주목 받아왔다. 그러나 마땅한 수익 창출 수단이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돼왔고 코로나19가 잦아든 후에는 메타버스 열풍 역시 사그라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게이브 뉴웰 밸브 CEO는 지난해 2월 “메타버스에 대해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며 “그들은 여러분이 맞춤형 아바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10년 전에 이미 나온 이야기이며 당신이 처음 알아낸 멋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해 10월 RTL뉴스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가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타버스로 구축한 가상현실(VR_은 정해진 시간 동안 몰입하는 것이지 소통이 잘 되는 방법은 아니다”며 메타버스에 대해 의문을 표한 바 있다.
 
실제로 3월 구글 트렌드 기준 메타버스의 언급량은 전년 동월 대비 70%나 줄면서 메타버스 거품론이 일었다. 여기에 챗(Chat)GPT를 필두로 생성 AI가 떠오르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떨어졌다.
 
▲ 메타버스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던 메타가 대규모 적자와 함께 정리 해고에 들어가며 메타버스 거품론이 커지고 있다. (모바일시럽 뉴스 캡쳐)
 
메타버스 산업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VR 기기 판매량 또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CSS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VR 기기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 감소한 960만 대에 그쳤다. VR기기의 판매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목됐다. 
 
CSS는 향후에 VR 기기 판매량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VR 기기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이 주목받는 동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현재의 메타버스 거품론으로 이어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창영 신한대 인공지능 언어 기반 인문학연구소 소장은 “업계나 학계 등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메타버스 열풍이 많이 식었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메타버스가 처음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 정도로는 인식이 됐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 세계라는 특성상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았는데 메타버스 산업이 그런 사람들끼리 빠져들게 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것도 뼈아픈 결과를 가져왔다”며 “챗GPT 등 생성 AI가 사람들에게 와닿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어서 실제로 챗GPT가 메타버스를 밀어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거품론에도 계속되는 투자… 수익성 개선은 불확실
 
메타버스 거품론 속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은 계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16억9000만 달러였으며 연 평균 44.5% 성장해 2030년 기준 1조300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에 대한 지원과 투자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는 역대 최초로 메타버스 분야를 신설했다.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3에서도 메타버스는 주요 키워드였으며 주요 통신사들이 메타버스 서비스와 관련 단말기 등을 선보였다.
 
정부 역시 2023년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총 2233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산업 지원금 발표 당시 오용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 정책관은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투자 위축으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회의론도 등장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메타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는 네이버의 ‘제페토’와 SK텔레콤(SKT)의 ‘이프랜드’다. 제페토는 구체적인 이용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글로벌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프랜드의 경우 2월 기준 MAU 40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글로벌 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수익성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의 경우 2021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37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 손실은 188억 원에서 295억 원으로 커졌다. 2022년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으나 아직 수익성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프랜드 역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대표적인 국내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위)와 이프랜드. (네이버, SKT 제공)
 
그러나 통신사들은 앞다퉈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알파 세대 특화 메타버스 서비스 ‘키즈토피아’ 오픈 베타를 2월 말 출시했고 KT는 메타버스 서비스 ‘지니버스’의 오픈베타 버전을 13일 출시하며 메타버스 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앞다퉈 메타버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제페토와 제휴를 맺고 ‘하나월드’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NH 농협은행은 가상의 독도에서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는 ‘독도월드’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은행 시스템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오픈했다. 금융권에서 구축하는 메타버스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만 유의미한 이용자 수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게임 업계에서도 메타버스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마블은 ‘모두의마블’ IP를 기반으로 한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의 글로벌 사전 등록을 진행 중이며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컴투스 역시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2분기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졌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재미있으면 게임 재미없으면 메타버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며 “일반적인 게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 메타버스를 붙이는 건데 이러한 메타버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 게임은 블록체인 산업과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블록체인과 관련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가 많아서 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산업이 고질적인 사업 모델 및 수익성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계속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산업에서 가상 세계를 구현하면서 현실과 똑같은 요소들을 강조한 면이 있는데 코로나19가 지나가자 결국 현실에서 만나는 것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게 됐다”며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게임형 메타버스라면 모를까 가상 사무실과 같이 현실을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들은 이렇다 할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메타버스에 투자하는 기업 중에서는 이미 투자한 비용이 있고 메타버스 사업의 실패를 인정하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이어 나가는 면이 있다고 본다”며 “이 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결국 기업의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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