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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초고령 사회, 떠오르는 ‘웰 다잉 문화’
연명치료 중단·존엄사법 발의… 초고령화 사회와 ‘죽음의 자기결정권’
고령인구 900만명 초과… 요양병원·요양원 입소 ‘노인’↑
노인 진료에 국민건강보험 적립금 지출 급증 ‘고갈 위험’
연명치료 중단 ‘소극적 존엄사’·조력 자살 ‘적극적 존엄사’까지…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2 14:30:32
▲초고령화 시대에 '품위 있는 죽음' 이른바 '웰 다잉' 문화가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말기 환자가 의사의 조력으로 생을 마감하도록 하는의사조력 존엄사법이 발의되면서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Hospice·임종 간호)’ 및 완화 의료 확충부터 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하면서 어떻게 죽어야 하나에 대한 철학을 담은 웰다잉(Well-Dying)’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21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국내 65살 이상 고령인구는 9018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2%(447000) 늘었다. 통계청은 2025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20.6%로 올라가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2040년에는 35.3%로 높아진다. 인구 3명 중 1명은 고령 인구인 셈이다.
 
기대수명과 함께 건강수명도 대폭 증가했다. 2021년 현재 여자의 기대수명은 86.6세, 남자는 80.6세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경제의 비약적 발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증가해왔다. 이에 반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20년 기준 73.1세로 10년 정도 짧다. 건강수명에서도 여자 74.7세, 남자 71.3세로 여자가 3.4년 더 길다. 70대가 된 후 갑자기 몸이 노쇠해지면서 한국인 대부분은 노후 10년을 매우 어렵게 살아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의사조력으로 죽음존엄사관심
 
이 같은 추세와 함께 맞물려 관심을 받고 있는 게 준비된 죽음’ 인 웰다잉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죽음의 질적 수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생의 마감을 의미하는 죽음이 결국 신체적·정신적·사회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만큼, 죽음에 대한 다차원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말기에 좋은 죽음의 조건(복수응답)으로 우리나라 고령층 10명 중 9명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90.6%)이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90.5%),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89.0%)이 뒤를 이었다.
 
▲국민건강보험이 내년에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에 따른 노인진료비 또한 급속한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더 나은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관련한 법제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명 조력존엄사법안’(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조력존엄사는 현재 법이 허용한 연명의료 중단(소극적 존엄사)과 달리 말기에 이른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하는 적극적 존엄사에 해당한다.
  
반면에 ‘소극적 존엄사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2009년 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할머니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다. 인공호흡기를 찬 채로 소생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를 두고 가족과 의료진 간에 이견이 발생했다. 가족은 사전 할머니의 뜻대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원했고, 의료진은 법적 근거가 없어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대법원 재판까지 갔는데, 대법원은 행복추구권과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 이후 19대 국회 때 웰다잉 문화조성 국회의원 모임이 만들어졌고, 활발한 활동을 통해 2016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연장선상에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해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 미시행·중단할 수 있는 기준·절차를 마련해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인원 또한 올해 2월 기준 160만 명을 달성했다실제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 중단이 이행된 건수도 26만 건을 넘어섰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19세 이상 성인이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됐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 없이 죽음의 의사를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그럼에도 의료계서는 가족의 동의가 없을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더라도 현장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 실효가 없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일 때, 임종 과정을 지연시키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가족뿐만 아니라 대리인도 가능하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행법을 보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판단에 따르고 있다환자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인 때에는 환자 가족의 진술을 통해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등을 원한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결정을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대판 고려장 전락한 요양원·요양병원건보 지속성 우려 커져
 
웰다잉문화가 확산되기 전까지 국내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의 역할을 주로 담당해온 건 요양병원과 요양원이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사망 전에 1인당 평균 707일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들어가는 진료비는 1인당 약 5000만 원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각각 분석한 결과, 노인 1명이 사망 전 10년 동안 입원한 일수는 요양병원 평균 460, 요양원 904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은 급성기 치료와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약사·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하며 환자 증상에 따라 치료와 재활을 제공한다. 반면, 요양원은 치매 등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보다는 돌봄서비스에 치중돼 있고, 의사가 상주하지 않고 한 달에 몇 번꼴로 협진·촉탁의가 방문한다.
 
노인요양기관은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라는 오명을 입을 정도다. 수많은 노인들이 말기에 연명치료를 받으며 기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에만 의미를 둘 뿐 결국 삶의 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의사가 상주하며 진료와 처방이 이루어지며 당직의가 필요하다. 병실마다 간병인이 있고 간호도 3교대로 24시간 이어진다. 시설의 불안전성,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 인력의 부족, 과잉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부당이득, 노인에 대한 인권침해 등의 문제점들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친을 요양병원에 입소시켰던 주부 A(53·전남 광주)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노쇠한 모친을 모시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보냈다갈 때마다 입소 전 보다 생기를 잃고 수액치료 등으로 어렵게 연명하고 계신 어머니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병원장 B씨는 의사한의사든 요양병원은 가장 마지막에 가는 직장으로 알면 된다노인 의사가 노인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젊은 의사 구직난에 정년퇴직 혹은 폐원 후 요양병원에 봉직의가 늘어나면서 적극적 처치치료는 어불성설이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은 2021년 1464개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무엇보다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매년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1분기 건강보험 주요 통계 개요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2021년에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하며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4%에 달했다. 건강보험 적용인구 중 노인 인구 비율도 201612.7%에서 202116.2%로 증가했다. 앞으로 노인인구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어서, 노인 진료비 비중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전체 의료기관 진료비 지출 중 요양병원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요양병원은 1464개로 요양병원 병상 수는 지난해 기준 273616, 환자수는 약 42만 명에 달한다.
 
요양병원 급여비 지출은 2021년 기준 4.4조 원으로 10년 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요양병원을 운영했던 D병원장은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세계 2위 수준으로, 현재와 같은 고빈도 저비용 치료의 방식은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감기와 같은 경증의 고빈도 저비용 치료나, 암과 같은 위중증의 저빈도 고비용 치료 중에서 하나는 건보에서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에 요양병원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대구보건대 임은실 교수는 지난해 3의료와 요양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서 먼저 노인요양시설의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팀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역할을 재정립한 의료요양원 설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존엄사 논의를 이끌고 있는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언론에 웰다잉 문화를 만들면서 2차적으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하면 환자는 고문 같은 치료의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고 의료비도 절감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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