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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석<66>] - 약세장에서 급등하는 2차전지 관련주
“숨 고르기 장세 없다”… 2차전지株 하락장에도 ‘고공행진’
2차전지株 줄줄이 주가 상승… 에코프로 한 달 새 2배 급등
글로벌 기업들과 대형 수주 계약, 유럽판 IRA 발표 등 영향
주가 상승세에 ‘外사’ 목표가 내리고 ‘韓사’ 목표가 올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25 00:07:01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2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최근 한 달간(2월15일~3월15일) 3.7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8%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 관련주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는 국내 증시와 다른 분위기다. 특히 소재 기업의 상승세가 매섭다. 이 같은 급등세는 유럽의 보조금 관련 법안 발표, 대형 수주 계약 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우려할 점도 많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격히 올라 조정 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의 가격 급등도 악재다. 기대감보다는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초 호재에 2차전지株, 두 자릿수 상승률 기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2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최근 한 달간(2월15일~3월15일) 3.7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98%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코스닥 상승률(0.20%)보다도 앞섰다. 2차전지 종목을 일부 포함한 ‘일반전기전자’(27.84%), ‘KRX 300 소재’(7.07%) 지수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종목별로 보면 2차전지 소재주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15일 기준 44만8000원으로 한 달 전(21만3500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14만1100원에서 21만4000원으로 대폭 뛰었다. 
 
이 기간 대기업그룹에 속한 SKC와 포스코케미칼도 각각 14.83%, 5.24% 상승했다. 코스닥 중소형 기업인 성일하이텍(43.01%), 코스모신소재(39.54%), 나노신소재(14.79%), 신흥에스이씨(13.15%) 등도 크게 치솟았다.
 
‘2차전지 강세’는 코스닥시장 순위도 뒤흔들었다. 에코프로비엠은 작년 말 시가총액 9조75억 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2위였지만 연초 상승세를 타며 1위에 올라섰다. 15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시가총액은 20조9295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4위인 현대모비스(20조6484억 원)보다 많다. 에코프로도 작년 말 7위에 불과했지만 두 달 새 9조 원 가까이 불리며 2위에 올라섰다. 천보는 13위에서 12위로, 성일하이텍은 27위에서 14위로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2차전지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대형 수주 계약을 맺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엘앤에프는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Tesla)와 3조8347억 원 규모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미 완성차기업 포드(Ford), 튀르키예 제조업체 코치(Koc)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삼성SDI는 이달 3일 미국 제너러모터스(GM)와 북미 현지에 배터리 생산 합작 공장을 짓는 데 손을 잡았다. 합작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30∼50기가와트시(GWh) 수준, 양사 투자액은 3조∼5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조철희 한국투자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2차전지 회사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며 “삼성SDI를 포함한 국내 회사들은 향후 5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2차전지 시장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유럽판 IRA’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주가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5년까지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채택해 시행에 돌입했다. 이는 배터리·태양광 패널 등 핵심 청정 기술 기업이 유럽에서 투자를 지속하도록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제도다.
 
16일에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했다. EU 내 친환경 기술(태양광·풍력·수소·배터리 등)의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핵심 원자재 관련 공급망을 안정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보조금 제도를 단순화하고 제3국(미국 등)에서 받을 수 있는 보조금 액수에 상승하는 ‘매칭 보조금’를 지원할 예정이다. 발전소 등 친환경 기술 관련 운영 설비와 제조설비 관련 인허가 기간이 축소되는 점도 이점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U의 현지화율 요구조건을 계기로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유럽 진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고 배터리의 경우 유럽 시장을 선점한 덕에 여유가 있으나 추가 증설은 계속될 것”이러며 “광물·리사이클은 에코프로그룹과 성일하이텍이 가장 앞서 있다고 판단되나 경쟁사들 역시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차전지 수요 연 32% 성장… 리튬 가격 상승은 우려
 
연이은 호재에 증권사도 2차전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14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78.6% 올렸다. 15일 종가와 비교해 17%가량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추정 실적도 상향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액·영업이익을 각각 7조4030억·5104억 원으로 봤다. 두 달 전과 비교해 19%, 16%씩 늘어난 수준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셀·OEM)의 신규 투자계획 구체화 및 장기 공급계약 체결 기대감 상승 때문”이라며 “삼성SDI의 전기차용 2차전지 탑재량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SK온의 올해 전지 출하량 가이던스가 증가하면서 이익 추정치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시장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B증권에 따르면 2차전지 수요는 지난해 575GWh에서 2030년 5149GWh로 늘어 2차전지 출하량은 연평균 31.5%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출하량의 연평균 증가율(23.5%)보다 높은 수치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 내 전기차 침투율 확대로 2차전지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미국의 IRA 시행으로 추가 확대가 기대된다”며 “전기차 내에서도 대당 배터리 용량이 큰 BEV(순수 배터리 전기차)의 비중이 확대되고 주행거리와 자율주행 확대로 전력 소모량이 커 전기차 대비 2차전지의 성장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무조건 2차 전지 산업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과 리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은 악재로 꼽힌다. 니켈·리튬은 배터리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주원료로 배터리 판매가격을 좌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15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킬로그램(kg)당 269.5위안으로 전년 평균(465.51위안) 대비 42.1% 떨어졌다. 작년 11월 11일 581.50위안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 하락세다. 니켈 가격은 연초 t당 3만1200달러에서 15일 2만2750달러로 석 달 만에 1만 달러 가까이 빠졌다. 이는 배터리 업체의 이익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종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당분간 견조하겠지만 리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해 양극재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리튬 가격 상승은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이제 반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셀 업체들은 원가 개선에 따른 수혜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고평가 우려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2차전지에 대해 매도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이달 6일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과도한 수주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단기간 너무 빨리 올랐다”며 매도 의견과 함께 12만 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UBS증권도 최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 ‘매도’, 목표주가 13만 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15일 종가(21만4000원) 대비 8만 원 이상 적다. 
 
이태우 USB증권 연구원은 “올해 음극재 분야 매출 성장은 기대되지만 에코프로비엠은 경쟁사 대비 눈에 띄는 프리미엄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져 투자의견을 매도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는 19만 원에 불과했다.
 
증권업계는 2차전지 종목과 관련해 먼 미래 실적을 주가에 반영한 기업들이 많은 만큼 과도한 급등세에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시적인 실적에 집중하라는 분석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재업체들의 수주 이벤트는 지속적이기 어렵기 때문에 높아진 밸류에이션 멀티플(상대가치 평가)이 유지되려면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되거나 상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차전지 전망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가격에 반영돼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야 한다”며 “일부 소재종목의 주가는 과열 국면에 다다랐고 먼 미래의 실적을 당겨 와도 납득하기 쉽지 않은 종목도 나타나고 있다. IRA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낙관론으로 증폭되고 있지만, 정작 발표된 것은 적고 아직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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