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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후폭풍’… 美 영향력에 中 도전
아랍 국가 ‘환영 목소리’ vs 이스라엘 반이란 연합 실패 ‘외교적 참사’
중재자 역할 中 ‘외교적 승리’… ‘美 안방’ 중동지역 역할 커지나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2 14:34:56
 
▲ 무사드 빈 모하메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알리 샴카니(오른쪽)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서기가 11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이 보는 가운데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 신화통신·AP=연합뉴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반(反)이란 연합전선을 구축하려 했던 이스라엘의 시도는 좌초됐다는 평가다. 협상 과정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에서 큰 입김을 행사해온 미국의 영향력이 도전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AP 등 외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7년에 걸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두 달 안에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앞서 2016년 이란의 반대에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양국의 외교 관계는 단절됐다. 당시 사우디와 연대한 아랍 국가들과 이란과의 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번 발표에 대해 아랍 국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시리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는 중요한 행보”라고 평가했고,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은 “안정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후원했고, 사우디는 이에 반대하는 야당 세력을 지원했다. UAE는 지난해 이란과 공식 외교 관계를 재개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티 반군 대변인인 무함마드 압둘살람은 “이슬람 사회가 외국의 개입으로 잃어버린 안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가 간 관계의 정상적인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멘 정부는 “말과 주장이 아닌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이란의) 행동에서 진정한 변화가 나타날 때까지 조심스럽게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014년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해 예멘 정부를 사우디로 망명시킨 지 몇 달 뒤 사우디 주도의 군사동맹이 예멘 분쟁에 개입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국제 위기 그룹(ICG)의 걸프 선임 분석가인 안나 제이콥스는 “사우디와 이란이 2개월 내에 외교 관계를 재개하고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이란이 예멘 분쟁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보장 없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이스라엘에서는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추진한 ‘반(反) 이란’ 연합 전선이 사실상 와해된 것 아니냐며 ‘외교적 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자신의 SNS에 “이란과 일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대신 하루 종일 법적 광기를 다룰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이스라엘 정부 외교 정책의 완전하고 위험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리쿠드당 소속 의원조차 “권력 투쟁이 더 긴급한 위협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켰다”고 비난했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부 개편 계획을 추진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반(反) 이란’ 연합 전선을 추진해왔고, 이 결과 2020년 9월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은 UAE와 바레인·모로코·수단 등 4개 이슬람 국가와 외교관계 완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사우디-이란 간 협상이 네타냐후 정부의 야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를 공식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나라 안보관련 최고위급이 6일부터 10일까지 닷새간 비밀리 베이징에서 협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미국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서 중국이 거둔 외교적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전 외교부장)은 “중국은 세계적인 현안을 다루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고 주요 국가로서의 책임을 보여줄 것”이라면서 “세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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