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尹대통령에 주어진 천명 ‘경제·안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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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3 00:02:40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발걸음이 바쁘다. 동분서주다. 당장 사흘 뒤인 1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4월26일엔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은 12년 만이다. 이어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에서 5월19~21일 개최하는 선진 7개국 정상회의(G7 정상회의)에 초청 방문이 확실시되고 있다.

대통령 자신이 ‘국가정상’임을 실감할 때는 아마 해외순방 때일 것이다. 국빈으로 극진한 예우를 받으며 화려한 행사에 자리하다 보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지도자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터이다. 때론 복잡하고 짜증나는 국내 정치에서 벗어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그만큼 중차대한 임무를 띤다. ‘외교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요, 전쟁은 피 흘리는 외교’라고 하는 이유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내우외환이다. 한국 경제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절기는 봄이건만 경제에는 겨울이 닥쳐오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시대에 서민 삶이 힘겨워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소규모 자영업자는 물론 주력 엔진인 수출이 추동력을 잃으면서 대기업마저 휘청댈 정도다.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인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게 이것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나흘 전 당선 1주년을 보낸 윤 대통령에게는 경제 회복과 북한 위협, 급변하는 국제정세 대처라는 과제가 쌓여 있다. 민생(民生)의 절박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오랜 불황에 부익부빈익빈, 민초의 삶은 하루하루 버겁기 그지없다. 민생의 어려움 해결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둬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오죽하면 사마천이 ‘사기’에서 이식위천(以食爲天), 곧 백성은 먹고사는 일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겠는가.

안보 현실 또한 위중하다. 우크라이나 참상이 보여 주듯 북한의 도발이 언제 어디서 시도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국방력을 강화하고 강력한 한·미동맹, 긴밀한 한·미·일 협력을 통해 공고한 연합방위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무력통일 의지를 천명하고 전술핵무기와 신형 미사일 개발에 몰두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동중국해의 센카구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지에서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이 대립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이 한반도 분단 체제와 동북아 대립질서 축선에서 만나고 있다. 한·미·일, 북·중·러 대립 구도다.

이 같은 국제 환경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방일하고,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와 경제, 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협력 확대와 양국 국민 간 교류 활성화에 나설 것이 기대된다.

윤 대통령의 4월 미국 방문 또한 뜻 깊다. 윤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양국 최대 행사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발판으로 70년간 북한의 위협에 맞서며 세계 10위권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는 미·소 냉전과 탈(脫)냉전을 거쳐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시대로 전환됐다. 시진핑 국가주석 3기 집권 시기에 미·중의 첨단산업 공급망 다툼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내적·외적 환경 변화를 맞은 한·미동맹은 형식과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된 것이다.

북한과의 이상론적 화해 교류에 집중하며 미·중 사이를 오갔던 문재인정부의 외교 정책으로 인해 윤 대통령에겐 미국의 대(對)한국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지워져 있다. 또한 국내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하며 한·일 관계 복원에 나섰다. 이런 기반 위에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에서 5월19~21일 개최하는 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패권주의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중국과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이나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때 윤 대통령의 분망한 외교 행보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미·일 협력의 고리를 튼실하게 이을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튼튼한 안보의 틀 안에서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시켜야겠다.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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