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신창재, 내년 금융지주사 설립 진두지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富동산

[우리동네 명사들(서울 성북구 성북동)]-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이동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9 18:02:15

교보생명은 대산(大山) 신용호 창업주가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1958년 ‘국민교육 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을 창립 이념으로 교육과 보험을 접목해 설립한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됐다.

창립과 동시에 ‘진학보험’이라는 교육보험을 출시해 ‘담배 한 갑 살 돈만 절약하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라는 희망을 국민에게 안겨줘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1995년 교보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현재는 업계 톱3에 드는 국내 대표 생명보험회사로 거듭났다.

신용호 창업주의 교육에 대한 신념은 1980년 광화문에 들어선 교보문고에서도 나타난다. 당시 임직원들은 수익성이 낮다며 서울 한복판에 대형 서점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지만 신 창업주는 “교양이 어떤 형태로든 나라를 위해 투자됐을 때 어찌 이 자리에 고급상가를 들인 것에 비기겠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여 실현했다.

그의 장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교보생명을 경영 중이다. 신 회장은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1987년부터 산부인과 의사로 17년간 일하다가 1996년 경영권 승계 문제를 고민하던 창업주의 부름으로 그해 11월 교보생명 부회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참여했다.

1998년 회장에 오른 뒤 이듬해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2000년 5월 회장으로 복귀했다. 회장 취임 당시 교보생명은 2000년 한 해 적자만 254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1400억 원 흑자로 돌려내 능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는 신 회장의 여러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지속가능한 인본주의적 경영’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조직문화 도입, 보험업계 관행이었던 외형 경쟁 중단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대출과 저축성 보험 등 이익이 나지 않는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며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한편 신창재 회장이 금융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교보생명은 이사회 보고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의 닻을 올렸으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 검토를 지속해 왔지만 직접 계획을 밝히며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설립 추진 결정 배경으로 “인구 구조 변화·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생명보험업 경영 환경이 갈 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생명 중심의 지배구조로는 각종 법규상 제약으로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수립 및 추진에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인적 분할 단계로 교보생명이 보유한 자회사 주식 및 현금 등을 분할해 금융지주사를 신설하고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신설 금융지주사의 신주를 교부한다.

두 번째 단계는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단계다. 이를 위해 지주사는 유상증자를 결정해 신주를 발행하고, 이 신주에 대한 납입금 대신 교보생명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다.

특히 재무적투자자(FI)의 우호적 지분과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FI의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주사 전환시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성공적인 금융지주 전환으로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전환 기반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그룹의 장기 안정적 성장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동원 기자 d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