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독재’ 벨라루스, 반대 세력 탄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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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선후보 궐석 재판서 15년형… “민주화 훈장”
노벨 평화상 수상자 등 독재반대 운동가도 10년형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7 13:55:35

▲정치적 망명 중 궐석재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은 벨라루스 야당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AFP=연합뉴스)

친 러시아국가인 벨라루스에서 ‘30년 독재’를 이어나가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를 비롯해 인권 운동가들에게 잇달아 중형을 선고하거나 구형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AP·벨라루스 관영 벨타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벨라루스 민스크 법원은 해외 망명 중인 벨라루스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에게 반역과 권력 탈취 음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궐석 재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올해 1월 벨라루스 당국은 야당의 사실상 수장인 티하놉스카야와 다른 야당 인사들이 위헌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장악하려했다는 혐의를 씌워 기소했다.

영어 교사 출신인 티하놉스카야는 2020년 대선에서 루카셴코 현 대통령과 맞붙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했다는 결과가 나온 뒤 이웃 리투아니아로 도피했다.

또한 민스크 법원은 벨라루스 야권 유력 인사인 파벨 라투슈코에게 징역 18년을, 다른 3명의 독재 반대 운동가에 12년형을 각각 선고했다고 벨타 통신은 보도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약 1500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벨라루스에 수감돼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앞서 티하놉스카야의 남편인 시아헤이는 2021년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18년의 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알레 비알리아츠키는 민스크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3일 선고받았다.

한편 이날 벨라루스 검찰은 인권 운동가인 발레리야 카슈호바와 타치야나 쿠지나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고 유럽자유라디오(RFE/RL)가 보도했다. 카슈호바는 저명한 정치 분석가이자 벨라루스 온라인 매체의 편집장이고, 쿠지나는 청년 행정 학교의 설립자이자 초당적 조사 그룹의 전문가이다.

2020년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당선이 발표된 이후 야당과 인권 운동가들은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부인했다. 이후 1994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루카셴코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자 벨라루스 보안군은 이를 진압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구금했다. 진압 과정에서 여러 명이 사망했고 많은 언론인, 인권 운동가, 민주인사들이 수감됐다.

티하놉스카야는 자신의 SNS에 “(나에 대한) 15년 징역 선고는 루카셴코 정권이 벨라루스의 민주화를 위해 싸운 내게 준 훈장”이라면서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석방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부정선거와 인권 탄압을 이유로 루카셴코 정권에 여러 차례 제재를 가했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이 벨라루스를 불안정하게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며 통치권에 대한 도전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