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된 우크라이나 판사 “승리 없이 정의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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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미슈첸코 “조국을 지키는 것은 영광… 선택의 여지 없어”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7 00:03:00

▲ 군입대한 이반 미셴코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사 [RFE/RL 화면 캡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이 넘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사가 직접 참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유럽라디오(RFE/RL)는 우크라이나 군에 복무한 이반 미슈첸코 우크라이나 대법원 판사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미슈첸코 판사는 “최전방에서 싸우는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면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법원과 판사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배우 실버스타 스탤론이 주연한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딴 ‘저지 드레드’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미슈첸코 판사는 “승리로 가는 길은 길고, 그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면서 “푸틴(에 대한 처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배상을 위한 정의는 우리의 승리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고 모든 전선에서 전진해야 한다”면서 “서방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부패와 다른 내부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침공 전에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과 마찬가지로 미슈첸코 판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2월24일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이 떨어지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아들과 약속했음에도 담배 한 갑을 사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고등판무관 위원회의 모든 절차가 중단된다’고 올렸다. 이후 가족을 폴란드로 보내고 유언장을 쓴 뒤 국토방위군에 합류했다. 그는 침공 첫째 주에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에 합류한 약 1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 중 한 명이었는데, 동반 입대한 친구 10명 중 젊은 시절 군사훈련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하고 북쪽의 방어선을 돌파하려고 하자 미슈첸코 판사가 속한 의용군 여단은 드론을 이용해 공중 정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연령, 배경,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지만 끊임없이 서로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3월 미슈첸코 판사와 그의 전우들은 제93 기계화여단에 합류해 우크라이나 정규군의 일원이 됐다. 장교의 부족으로 대학 시절 의무 군사 훈련을 받은 그는 30명이 넘는 보병 소대를 맡게 됐다. 2주 뒤 그의 부대는 이지움 인근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견뎌내는 임무를 위해 최전방인 하르키우 지역으로 보내졌다.

미슈첸코 판사는 “조국을 지키는 것은 영광”이라며 “특히 절대 후퇴하지 않고 항상 전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콜로드니 야르’ 부대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는 지난해 3월 러시아 국경 인근 트로스타네츠 전투에서 러시아군 정예 전차 사단의 진격을 저지하는 데 일조했고, 이후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참여했다.

이런 와중에 그의 매제가 25번째 생일을 앞두고 전사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훌륭한 사람들의 목숨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자유의 대가”라고 말했다.

침공 1년이 지난 현재 우크라이나인 사상자의 수는 비밀로 남아있다.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군 사상자는 10만 명 이상, 러시아군 사상자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6월 미슈첸코 판사는 당시 러시아 점령 하에 있던 하르키우 참호에서 국제법 전문가들과 줌 콘퍼런스를 열고 있었다. 회의 도중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그의 부대 근처로 접근하고 있다는 무전을 받고 그는 회의를 끝내고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뛰었다.

전선에서 몇 달을 보낸 후 미슈첸코 판사는 지휘관과 최고 사법 위원회, 우크라이나 보안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고등판무관 위원회 업무를 재개하기 위해 군대에서 소환됐다. 그는 전장을 떠나 폴란드로 가서 유럽 연합(EU)의 지원을 받는 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판사들을 선발하는 일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 간 우크라이나 사법부는 족벌주의와 부패로 몸살을 앓아왔으며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아킬레스건으로 간주돼 왔다. 미슈첸코 판사는 “우리는 더 크고 많은 적과 싸우고 있지만 가장 큰 위협은 우리 자신”이라며 “우리가 문명 세계 전체의 지지를 잃는다면 우리는 러시아와 홀로 마주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이 위원회에는 그를 포함해 연방대법원 판사 4명과 보좌관 15명, 하급법원 판사 60명과 참모 311명이 속해 있다. 그는 “침략에 맞서고 개혁에 참여함으로써 사법부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전쟁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