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피의 일요일’ 행사서 “투표권이 민주주의·자유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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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마 흑인 민권운동 58주년… “참정권 공격 받는 중” 공화당 비판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6 15:21:12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3번째)이 5일(현지시간) ‘피의 일요일’ 58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앨라배마 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투스 다리를 알 샤프턴 목사, 제시 잭슨 목사 등과 건너고 있다. (셀마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참정권을 요구하던 흑인들의 시위가 유혈 진압된 ‘피의 일요일’ 기념식에서 “투표권이 민주주의와 자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 일각에서 추진되는 투표권 제한 움직임에 맞서면서 동시에 2024년 재선을 위해 흑인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열린 ‘피의 일요일’ 제58주년 행사에서 “참정권이 공격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수적인 대법원은 수년에 걸쳐 투표권법을 폐지했다”면서 “2020년 선거 이후 ‘큰 거짓말’로 촉발된 수십 개의 투표 금지법과 선거를 부정하는 자들이 이제 공직에 선출됐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의회가 투표 자유법과 존 루이스 참정권 증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시절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전면적인 입법에 나서겠다고 공약한 뒤 발의된 이 법안에는 선거일을 공휴일로 만들고 새로운 유권자를 등록하며 지방 선거 관할권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1년 조지아주 하원의원이자 민권 지도자인 존 루이스의 이름을 딴 법안에는 선거구의 게리맨더링을 제한하고 부유한 기부자들이 익명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 재정 시스템에 투명성을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바이든은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인종차별과 노예제도에 대한 교육을 비판하거나 심지어 불법화했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 등 모든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드산티스 주지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 과목에 정치적 의제가 포함돼 있다며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중단시켜 인권 운동가와 교육계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2년 전 ‘피의 일요일’ 기념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기관에 유권자 등록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연방기관 책임자에게 연방 직원에게 투표하거나 투표소 직원으로 자원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을 촉구했다.

연설을 마친 뒤 바이든 대통령은 민권 지도자인 알 샤프턴 목사와 제시 잭슨 목사, 마틴 루터 킹 3세 및 바이든 행정부 요인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 행진했다.

1965년 3월7일 참정권을 요구하는 약 600명의 시위대가 앨라배마 주도 몽고메리의 주 의사당까지 54마일(약 86km) 평화행진에 나섰다가 앨라배마 경찰에게 무자비하게 진압 당했다. 이를 ‘피의 일요일’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틀 뒤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시위대가 2차 행진을 시도했다가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폭력으로 제임스 리브가 사망했다. 이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연방군을 파견해 행진하는 시위대를 보호했고, 이후 흑인 투표권 보호법안에 서명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