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상대는 ‘웨딩드레스’에 총을 든 우크라이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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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우크라이나 전쟁 결말은

박선옥 논설실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3 00:02:40

러시아가 일으킨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 발발했을 때 모두가 예상했던 바를 깨고 1년이 넘도록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측에서도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겠지만, 우크라이나 편에서 전쟁을 바라보던 전 미국 사령관도 승패가 곧 판가름 날 것이라고 봤다. 물론 그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과연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편의 승리로 끝이 날지, 혹은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평화적으로 끝을 맺게 될지…. 전쟁 발발 1년이 넘은 시점에서 전쟁이 끼친 막대한 영향을 생각하면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유럽에 주둔했던 전직 미군 사령관인 벤 호지스는 러·우크라 전쟁이 발발한 지 약 한 달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기준으로 열흘 안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판단에 뒷받침이 된 것은 러시아군의 보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었다.

지난해 12월 BBC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어느 편이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호지스 전 사령관은 “전쟁이란 물자 보급의 시험장이라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물류 보급 개선 상황이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점치게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급이라면 무기류·군량 등의 물자와 군인의 지속적인 공급을 의미할 터인데,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러시아 군대가 버리고 간 탱크 등에서 후진성이 드러나고 사상자 수가 우크라이나의 2배 정도로 추산되는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비해 열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쟁 1주년이 된 올해 2월24일경 영국 국방정보국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침공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17만5000~20만 명에 이른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약 18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같은 기간 군 사상자가 약 10만 명으로 분석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의 무차별한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자도 많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로는 최소 2만 명이라지만 서방 당국에서는 3만~4만여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전쟁을 1년 이상 끌어 가도록 하는 힘은 푸틴의 강력한 군대 동원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할 당시 이를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면서 지원병과 용병을 모아 전선으로 내보냈다. 그러다가 전쟁 7개월째인 지난해 9월21일 특별 담화를 통해 부분적 군사 동원령을 선포하고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해 전장에 투입했다. 스스로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이처럼 러시아가 군 동원령을 발동해 전쟁을 벌인 것은 구 소련 시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BBC가 전하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우크라이나의 승리 편으로 기울고 있다. 물론 서방측 전문가로서의 선입견과 희망이 작용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전망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크라이나의 우세 쪽으로 기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와 조국애다.

미국의 분석전문가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올해 봄이 지나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국토를 회복하고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군대와 국가 전체가 지닌 (자발적) 동기와 결단력, 그리고 용기’를 꼽았다. 그는 이러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애국적 의지는 ‘현대 전쟁 역사상 선례를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언급했던 호지스 전 美사령관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예상케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우크라 국민과 군인의 의지, 즉 애국심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외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항전 의지는 실로 감동적이다. 전쟁이 터지자 많은 여성들이 군대에 자원입대 하기 위해 나섰다. 수도 키이우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은 자원입대 등록을 하려 지역의 해당 부서를 찾아 갔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그녀가 들은 대답은 “대기자 명단에 올려 놓겠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많은 지원자가 있어서요”라는 것이었다.

한 젊은 부부는 전쟁이 터지자 혼인신고부터 하고는 곧바로 자원입대 해 각각 다른 부서에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 전황이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 결혼식을 올린 이 부부의 결혼식 사진에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

푸틴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는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의 결연한 조국수호 의지는 돈 몇 푼 받고 전선에 떠밀리듯 나선 러시아군의 사기에 비할 수 없다. 전쟁의 결말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지길 바라는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아닐 것이다.

박선옥 논설실장 sobah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