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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코믹 영상물이 음란물?”... 원로교사 ‘강등’ 퇴임 앞둔 교장의 탄식
“감사 결과도 통보 받지 못해 재심 기회마저 박탈 당했다” 주장
이젠 다 내려놓고 명퇴… 대한민속놀이연구회로 ‘제2인생’ 준비
“다 내려놨으니 저 이제 홀가분합니다”… 명예회복만 바랄 뿐
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6 10:57:18
▲ 서대기 전 화성 C초등학교장이 24일 36년간 재직했던 교정을 떠나며 새롭게 꾸린 비영리법인 사무실에서 상념에 잠겨있다. [사진=강재규 기자]
 
편견은 한 인생을 완전히 딴 길로 가게 만들어버렸다. 경기도 화성시 한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서대기(60)씨의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그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곤 하는, 교감이나 행정실장의 전입 교장 길들이기의 희생양이 되었다는데 억울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2019년 4월 초 우리 사회에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 때였다. 당시 서 교장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남녀가 침대에 나란히 있는 듯한 동영상을 재생한 일이 있었는데, 흡사 무슨 성비위사건이라도 벌인 듯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마치 개그콘서트 정도에 나올 법한 의상 착시를 아이디어화해 만든 코믹물이 명예실추에 따른 정신적·경제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
 
앞서 그는 이 학교로 부임하면서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해진다” “교직원 회의시간만큼이라도 학교에서 겪은 힘들고 지친 것,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 힐링이 되는 시간으로 운영하겠다” “먼저 있던 학교서도 이렇게 운영해보니 교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혀둔 상태였다.
 
그런데 전에 있던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카톡으로 보내준 영상, 누가 봐도 코믹물 정도로 여길 법한 영상물이 외설적 음란물, 마치 포르노물로 치부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임 첫날 기획위원회 부임인사에 참석지 않은 이유를 들어 면전에서 질책한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B행정실장이 이를 놓칠리 없었고, 교감들 그리고 몇몇 부하 직원들과 함께 교육지원청 감사부서에 진정을 넣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빌미로 그를 교장 중임에서 배제, 교장에서 원로교사로 ‘강등’시키고 말았다. 그가 방자한 행정실장의 뒷배를 교육청으로 보는 이유다.
 
서 전 교장은 “이 사건은 못된 행정실장이 빚은 전입 교장 길들이기가 단초가 돼 빚어졌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교육청 감사 부서가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편견에 사로잡힌 ‘여성의전화’ 측의 무책임한 의견서 한 장이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더 한심한 일은 지역교육청의 부실한 감사 내지는 ‘답을 정해놓고 하는 감사’는 물론, 그 결과에 대해 당사자에게 통보해 주지 않음으로써 결국 재심 기회를 박탈,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상 ‘중대한 하자’를 안고 있는 징계라는 주장이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사기구의 장은 감사가 종료된 후 60일 이내에 감사 결과를 자체 감사 대상기관인 단위 학교에 통보해야 하며, 교육지원청은 이를 바탕으로 재심의 절차를 안내하도록 한 뒤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회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 제25조에 따르면 감사 매뉴얼에는 비위의 경중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감사과정에서 법률에 의해 재심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심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감사 공무원들의 명백한 직무태만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피제소자의 방어권조차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에게 돌아온 건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견책. 이것만으로도 교장 중임에 결격사유가 되고 말았다. 36년 교원생활 중에 전국 단위 사도대상 1회, 모범공무원 1회, 장관상 2회, 도교육감상 31회, 교육장상 26회 수상 기록이 부정되는 것만 같았다.
 
이후 그는 두 차례 법적 싸움과 소청을 벌여봤으나 ‘골리앗’에 맞서는 격으로 모두 패했다. 보려는 것만 보고 들으려는 것만 들으려는 교육청 당국의 태도를 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도 절감했다고 한다.
 
다같이 영상물을 시청했는데 유독 행정실장 지휘 아래 있는 주무관 행정실무사 기간제영양사 등 소위 제보자들이 ‘피해 호소인’이 됐고, 이들이 하는 이야기만 듣고 판단한 ‘여성의전화’측 답변도 무책임하다며 못내 아쉬워할 뿐이다. ‘성’자만 들어가도 ‘성 비위’로 낙인찍는 당시 상황이 그랬다고 그는 말한다.
 
교장 중임에서 배제된 채 ‘강등’ 수모를 겪으며 성비위자로 몰렸던 악몽같은 시간 3년여도 어느 새 흘렀다. 억울하지만 명예퇴직을 하는 쪽으로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36년 교단을 지켜온 자신을 돌아보며, 이젠 거짓없는 동심의 세계에서 즐겼던 민속놀이 전수에 전념할 요량이다.
 
“학교 현장에서 비일비재 발생하는 전입 교장 길들이기도 그렇지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교육행정이 돼 다시는 저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굴곡 없는 인생이 어디있으랴. 마지막 한가닥 희망을 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기다리는 중이다. 설령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는 이미 학교를 떠난 상태다.
 
조금은 오해받고 누명을 쓰더라도 언젠가는 벗겠지 하는 바람을 안고 그는 새출발선에 섰다.
 
“이제 저는 홀가분합니다.”
 
3월1일 화성시 동탄쪽에 20년 준비해 온 비영리법인 대한민속놀이연구회 사무실이 문을 정식으로 연다. 그러고 나면 일선 학교장들과 함께 대학평생교육원 등을 오가며 펼칠 전통민속놀이 연수 프로그램들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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