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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 정리를 단순히 돌아가신 분의 물건을 정리하는 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일본의 관련 업체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 일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키퍼스코리아는 국내 최초의 유품 정리 전문기업이다. 요양 병원 선정부터 유품정리까지 임종 전후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키퍼스코리아가 단순히 유품정리 관련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 예방부터 고독사 예방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전국 각지로 강연을 다니고 있다. 그는 특히 고독사 문제에 대해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고독사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점을 끌어안고 나타난 문제라고 말한다.
“한 사람의 죽음에는 다양한 사회 문제가 집약돼 있어요”
“일본의 유품정리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본 게 처음이었어요. 무역업을 하다가 돈만 쫓아가는 사업이 싫던 차에 그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 거죠, 그래서 제 아는 지인의 일본인 여동생을 통해 유품정리 업체 후쿠오카 지점을 찾아봐 달라고 부탁해서 어렵게 대표를 만났어요.”
김 대표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일본의 유품정리 업체 대표를 만나는 데까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결코 즉흥적으로 이뤄진 결정이 아니라 많은 고민이 있었다. 고민 끝에 들어선 이 길에서 김 대표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일본 업체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일이 단순히 주인을 잃은 물건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회사에는 일본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담당하는 사람도 위원으로 있어요. 민간단체 정책연구원인 사람도 있고요. 소위 말해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관심을 가지고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하고 있는 거죠.”
“누군가 30평 아파트 한 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한다면, 그 안에서 문화재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사회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한 사람의 인생에는 사회적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누군가의 죽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가 집약돼 있을 가능성을 보는 거죠.”
일본에서는 고독사 문제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보고 있다. 유품정리 업체는 이런 문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다양한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고독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사회 문제라는 인식 필요”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보건복지부가 최초로 지난 5년간 고독사 실태조사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한 진단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고독사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바라봐야 하는데 지금의 시각으로는 단편적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왜 고독사에 직면했는지 들여다봐야 하는데 아직 심층적인 연구 조사가 부족한 상황이에요.”
“사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고독사 사례는 극히 일부분이에요. 누군가 문제 제기할 사람조차 없는 죽음만 노출되는 셈이죠. 이런 현장들을 콘텐츠화하는 풍토를 바꿀 필요가 있어요. 고독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우리 사회 공통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해요.”
김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고독사 문제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극적인 스토리에만 집중하는 시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나간 국가들을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잘 따라잡았어요. 하지만 최근의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선두에 서 있는 격이죠. 이제 관건은 지금까지 선제적으로 해 본 경험이 없는 이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주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어요.”
“문제 해결을 위한 밑그림 그렸으니 제 역할은 했다고 봐요”
죽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는 각 세대별로 삶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세대별로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겠죠. 젊은 사람들은 너무 허무주의에 빠질 필요가 없고, 중장년층은 쉼표를 찍으면서 여유를 찾고 미래와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죠. 또 노년층은 그동안 쌓아 온 것들을 어떻게 후세에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김 대표는 죽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우리가 외면해 온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지금이라도 기성세대가 죽음을 준비하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젊은 세대가 자연스레 그 문화를 습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자신은 그런 담론을 촉발시킨 밑그림을 그렸다는 데 만족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는 2006년부터 이 일을 했어요. 제 나름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해요. 이제 사회가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계할 수 있도록 포럼도 만들고 해야겠죠. 저는 이제 제 할 도리를 다했으니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고독사 문제를 풀어 간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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