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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위주 BM 전면 개편… 콘솔 사업 진입 추진
지난해 게임 산업은 엔데믹과 불경기에 의한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률은 2019년 65.7%에서 2020년 70.5%, 2021년 71.3%로 늘었고 2022년에는 74.4%까지 상승했다. 2021년 게임 산업 총 매출액은 전년(18조8855억 원)에서 20조9913억 원으로 최초로 20조 원 대를 돌파했고 2022년에는 22조77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 넥슨을 제외한 주요 게임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동반 하락하며 게임 업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6% 하락한 547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474억 원으로 56.7% 하락했다. 넷마블의 4분기 매출은 연결 기준 6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했고, 영업손실 198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4분기 매출 237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08억 원이었다.
다만 넥슨은 연결 기준 매출 7785억 원, 영업이익 105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269% 증가한 수치로 게임 업계 한파에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통과하며 대응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 및 표시 의무 규정이 포함돼 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안이 추진된 배경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불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게이머들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사업 모델(BM)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달 발매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확률형 아이템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그라비티가 5일 출시한 ‘라그나로크 X’ 역시 확률형 아이템 거래를 배제하며 BM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말한다면 모든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며, 상당수의 게임은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을 주요 BM으로 삼고 있다”면서 “다만 업계 전체로 보면 확률형 아이템만을 고집하기보다는 게임 특성에 맞춘 BM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통과된다면 새로운 BM으로 과금 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게임사가 참신하고 혁신적인 BM을 도입함과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도 적절한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게임사들은 콘솔 게임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 펄어비스의 ‘붉은 사막’,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등이 개발 전 정보 공개 단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기존 확률형 아이템 위주 BM에 대해 이용자 피로도가 쌓이는 것은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최근 몇 년 국내 콘솔 게임 수요가 늘어나고 게임사들이 시장 다변화를 추진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흔히 AAA 게임으로 불리는 대작 게임에 대해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 지향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 개발 중인 게임들이 성과를 거둔다면 콘솔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모는 커졌지만 죽어가는 웹툰 작가들… “업계 전체가 개선 노력 중”
게임 산업 이외에 웹툰 산업도 엔데믹과 불경기에 순항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웹툰 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산업 매출 규모는 2019년 6400억 원에서 2020년 1조538억 원, 지난해에는 1조5660억 원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스케리컬 인사이트&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웹툰 시장은 47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규모이며 연 평균 40.8% 성장해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601억 달러(약 7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국내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외 웹툰 플랫폼 투자를 통해 글로벌 웹툰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미 일본 시장에서는 국산 웹툰 플랫폼이 선전하고 있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 시간이 짧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웹툰의 특성상 엔데믹이나 경기 침체의 영향이 적다고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웹툰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건 잠깐의 시간과 소액 결제뿐”이라며 “불경기 때문에 소비를 줄인다고 하면 교통비나 기름값 등이 들어가는 야외 활동이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집안이나 출·퇴근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웹툰 사업은 오히려 호재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웹툰 산업의 확대와는 별개로 웹툰 작가들의 근로 환경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지희 한양대병원 전문의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웹툰 작가 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웹툰 작가들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웹툰 작가 중 우울증 기준을 초과한 비율은 28.7%로 한국 우울장애 평생 유병률(7.7%)보다 현저히 높았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한다는 응답은 17.4%로 전체 평균(10.7%)보다 높았다.
원인으로는 웹툰 작가의 과도한 노동 시간이 지목된다. 현직 웹툰 작가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9시간, 마감 전날에는 11.8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악성 댓글 등에 따른 정신적인 피해, 오랜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서 작업하는 직업 특성상 앓게 되는 각종 질환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작가에 대한 수익 분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계약 대상의 모호한 규정 △저작권과 사업권의 반영구적 사측 양도 △불공정한 수익 분배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계약 기간 등이 꼽혔다.
특히 수익 분배의 경우 작가가 플랫폼과의 연재 계약을 맺는 구조가 아니라 웹툰 스튜디오 등의 제작사를 중간에 끼고 연재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정작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 비율은 적어 “재주는 작가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착취해 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1년 10월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이 밝힌 수익 구조 예시에 따르면 보장된 최저 수입 외에 추가적인 수입이 없거나 제작사 몫 혹은 마케팅 비 등 기타 비용까지 정산에 포함되면서 기존 최저 수입보다 마이너스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그 결과 한 작품에서 한 달에 몇십만 원 정도의 수익밖에 얻지 못해 다작을 하거나 부업을 하는 작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의 근간에는 웹툰 창작자가 있는 만큼 웹툰 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작가들이 안심하고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웹툰 산업의 구조 변화와 처우 문제가 작품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웹툰 산업의 기업화·분업화는 웹툰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처우 문제 외에도 장르의 편중성 등 전체적인 웹툰 콘텐츠의 질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교수는 이어 “플랫폼·CP·작가 등 업계 전체가 구조 개선에 힘쓰는 동시에 플랫폼 업계는 가능성 있고 다양한 장르의 신작 발굴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정부도 표준 계약서를 비롯해 부당 행위 여부 등을 감시하고 산업 발전을 위해 생계가 어려운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작가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모두 인식하고 있고 개선하려는 의지도 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협의회를 통해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이어 “아직 성장하는 사업이고 떠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걸 다 갖출 수는 없다”면서 “더 나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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