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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을 모욕하지 말라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20 00:02:40
 
▲ 조정진 발행인·편집인
범죄 용의자 한 사람이 형과 형수·여배우에 이어 성남시·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 국회를 농단(壟斷)하고 있다. 농단은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오른 언덕이라는 뜻이지만, 맹자에 의해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굳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170석 가까이 되는 국회 다수당을 쥐락펴락하며 법망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누구나 범죄 혐의가 있으면 무죄가 소명될 때까지는 국가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조사·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면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국민 누구도 이런 사법 체계에 이의를 제기한 사례가 없었다. 그런데 범죄 혐의가 주렁주렁한 이 대표가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이 대표의 언술(言術)을 분석해 보면 처음엔 모른다” “기억 안 난다” “증거가 없잖냐” 며 무조건적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구체적 증거가 나오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거론한다. 미국 곤충학자가 개미의 행태를 관찰하고 내놓은 개념인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가 서로 협력 또는 경쟁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같이 여러 의견이 습합돼 서로서로 오류를 바로잡으며 진실에 접근해 가는 개념이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와 일연의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중구삭금(衆口鑠金)도 크게 보면 같은 의미다. 때론 간신배들의 속삭임이 통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다수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 그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좋은 말을 범죄 용의자 정치인이재명이 어휘변화를 일으키게 하고 있다. 이재명은 17일 신성한 국회 앞에서 자신을 위해 연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거대한 촛불의 강물로 현 정권을, 책임을 물어 끌어내릴 만큼 그렇게 국민은 강하고 집단지성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깟 5년 정권 뭐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느냐고 현 정권을 겁박했다.
 
작심한 듯 집단지성이라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물론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33일 대선 직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패색이 짙어지자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고, 인천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서 방탄 출마비난이 쏟아지자 57일엔 언제나처럼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고 민심의 바다에 온전히 저를 던지겠다고 했다. 성남시 대장동 사건으로 측근이 줄줄이 구속됐을 때도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했다.
 
이재명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엊그제 이 대표께서 이전에 저에게 했던 말 중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국민이 가장 똑똑하다,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언급하며 권력 앞에서 도망가는 이재명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서 국민을 지키는 이재명을 원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간구(懇求).
 
민주당 내 몇 안 되는 소신파 김해영 전 의원은 정치인이 어느 정도는 뻔뻔하다고 해도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이란 인물이 대표로 있는 한 정부와 여당·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그 어떤 메시지도 설득력 없다. 지금 민주당은 집단적 망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이 대표 없어도 민주당은 말살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차기 공천에 멱살을 잡혀 찍소리 못 내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종이 될 만하다.
 
이재명은 과거 자신의 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사건 재판 땐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다. 국민참여재판이야말로 평범한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집단지성의 전형적인 형태다. 이재명에게 과연 집단지성은 뭘까. 그의 말에 답이 있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에 경고한다. ‘이게 나라냐고 묻는 국민의 고통과 분노, 결코 무시하지 마시라. 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 몰락한 과거 독재정권의 그 슬픈 전철을 밟지 말라. 국민과 역사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가녀린 촛불이 든 미약한 개인들로 보이지만 현 정권을 책임을 물어 끌어내릴 만큼 그렇게 국민은 강하고 집단지성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이 말하는 집단 지성은 결국 그것으로 제2의 촛불 시위를 촉발해 윤석열정부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권좌에 올라 무죄를 만들겠다는 엄포다. 내놓았던 권력을 다시 회복하려고 마오쩌둥이 일으킨 문화대혁명과 다름 아니다. 그의 눈에는 법이고 뭐고 안 보이는 모양이다. 청맹과니가 따로 없다. 이재명의 인식이 21세기 현재 민주당의 수준이고, 왜곡된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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