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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 8곳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 속도 조절 등으로 위험자산에 투자 심리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아직까지 1000억 원대 소형주들만 IPO를 거쳤기 때문이다. 몸값 1조 원 이상 대형 공모주들은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 증권가는 증시와 비슷하게 IPO 시장도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꿈비·스튜디오미르 등 5종목, ‘따상’ 달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10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8곳 모두 공모가보다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평균 142.9%다. 연초 이후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각각 10.4%·13.7% 오른 것과 비교해 10배 이상 높다. 작년 11·12월 증시에 입성한 23개사 중 13곳이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돈 것과도 다른 분위기다.
수익률(공모가 대비)이 가장 높은 기업은 10일 기준으로 오브젠이 무려 261.1%에 달했다. 꿈비와 미래반도체도 각각 238.0%와 230.7%로 세 배 이상 몸집을 불렸다. 이어 스튜디오미르 174.9%, 삼기이브이 115.5%, 한주라이트메탈 58.2%, 티이엠씨 28.9% 순이었다.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을 기록한 곳도 많았다. 따상이 나온 것은 지난해 3월 상장한 유일로보틱스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유아용품업체 꿈비는 9일 공모가(5000원)의 두 배인 1만 원에 시초가를 형성하고 코스닥에 입성한 뒤 상한가인 1만3000원로 마감하면서 ‘따상’에 성공했다. 다음날에도 가격제한폭(30%)까지 올라 올해 첫 ‘따따상’을 신고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미르도 7일 공모가(1만9500원)의 2배인 3만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상한가인 5만700원에 마감해 ‘따상’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미래반도체와 오브젠 역시 상장 첫 날 공모가보다 130% 높은 1만5600원과 4만6800원에 장을 마쳤다.
증시 데뷔 전 분위기도 뜨겁다. 20일 상장한 이노진은 이달 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0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 1644 대 1을 거뒀다. 샌즈랩도 1일 수요예측과 6일, 7일 공모청약에서 각각 경쟁률 1326 대 1과 868 대 1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제이오도 세자릿수 경쟁률을 거두며 IPO 흥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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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이처럼 최근 IPO 흥행의 배경엔 공모시장의 물량 부담을 제한한 영향이 크다.
올해 상장한 8개사(10일 기준)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평균 1161억 원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공모금액도 평균 266억 원으로 소규모였다. 2021년과 2022년의 월평균 공모금액이 각각 1조6800억 원과 1조32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공모시장의 부담은 50 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금액이 줄어든 것은 IPO 기업이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 혹은 하단 미만으로 결정하거나 공모밴드를 이전보다 낮췄기 때문이다. 오브젠은 밴드 하단인 1만8000원으로, 티이엠씨와 삼기이브이는 밴드 하단보다 각각 12.5%, 20.3%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를 책정했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나 마지막 자금조달 때보다 기업가치를 낮추고 있다. 오아시스와 나노팀은 작년에 평가받은 기업가치와 유사한 수준에서 공모밴드를 결정했다.
작년 말 시황 악화로 상장을 철회했다가 다시 추진 중인 제이오·바이오인프라·자람테크놀로지는 공모가격을 희망밴드 중간 값 기준 10~30% 낮춰 잡았다.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한지 6개월 미만인 기업들의 올해 평균 주가상승률은 7일 기준 54.1%로 코스피(9.6%)·코스닥(13.8%) 상승률을 크게 앞섰다.
성장 테마에 부합한 점도 긍정적이었다. 경기가 부진하고 기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들은 주목받는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업종은 인공지능(AI)과 콘텐츠 및 로보틱스다. 각 테마별 대표 종목으로는 AI 테마에 오브젠, 콘텐츠 테마에 스튜디오미르 등이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가 돌아서고 있고 공모가 하향으로 시장가격 부담이 작아졌고,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는 AI·콘텐츠·로보틱스 관련 기업들이 2~3년래 상장한 경우가 많아 관심이 공모시장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앞으로 상장이 예정된 기업들도 성장산업에 속해 있고 공모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며 “충분히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공모주의 시장 아웃퍼폼(평균치 상회)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올해 IPO 공모 규모 5~7조 원… 증시 ‘상저하고’ 반영
그럼에도 IPO 시장 회복을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몸값 1조 원 이상 대형주들이 연초 줄지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대내외 환경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등의 상황을 고려해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에는 새벽배송 업체인 플랫폼 컬리가 코스피 입성을 뒤로 미뤘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도 상장 목표를 접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국내 첫 상장 사례로 주목받은 오아시스도 끝내 상장을 철회했다.
오아시스는 13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의 동의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오아시스는 희망 공모가를 3만500~3만9500원으로 정했지만 7,8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만 원 수준의 주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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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중소형 및 대형 공모주 간 IPO 흥행 결과가 상반된 가운데 증권가는 올해 IPO 시장과 관련해 정부의 IPO 건전성 제고 방안 시행 등으로 IPO 시장 환경이 개선되고 하반기 증시 회복 가능성에 따라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에서는 62~74개의 종목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주 시장 활황기인 2020~2021년 평균(85개)보다는 10여 개 적지만 2011~2020년 10년 평균(63개)보다는 10여개 많다.
예상 공모금액은 5조2000억~7조3000억 원 수준이다. 2021년(20조 원), 2022년(22조 원)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규모다. 다만 2020년 이전 5년 또는 10년 평균 공모금액에 비해서는 25~38%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심사청구·심사승인 기업이 상장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과 시장 양극화 현상 및 올해 증시 상저하고 전망을 반영했다”며 “작년보다는 투자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여전히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공모금액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흥국증권은 올해 IPO 기업 수를 75개, 공모 규모는 6조1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총 공모금액은 지난해(16조100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2배 가까운 반등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IPO 시장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는 없어도 조정을 충분히 받은 주가수익률(공모가 대비)은 증시의 ‘상고하저’ 흐름에 따라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올해 IPO 시장에서 공모 규모 얼마를 채우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의 향방 및 그에 따른 증시의 반등 가능성이 IPO 시장으로 직결되는 만큼 오히려 지금 전망치는 전혀 의미 없는 큰 장세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카카오엔터·CJ올리브영·SSG닷컴·11번가 등의 신규 상장이 예상된다”며 “침체된 시장이 얼마나 되살아나 IPO 시장에 불을 옮겨 주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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