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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조차 가짜 뉴스에 동참...'))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상이 느껴져요. 정치 진영으로 갈려서 같은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죠. 일부 유튜브의 가짜 뉴스도 문제지만, 신뢰를 받는 사람들의 사실 왜곡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어요.”
양준모(60)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조차 가짜 뉴스에 동참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개탄했다. 교묘한 통계 왜곡이나 탈원전으로 전기요금 상승은 없다는 말처럼 사회 전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실은 사라지고 논란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농단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죠. 진영논리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일부 정치 세력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한국은 경쟁력을 상실할 거예요.”
“배운 사람들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에요. 진실은 자신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진실로 존재해야죠. 탈진실 현상은 우리 사회가 논점을 확인하고 진실을 가리는 일을 등한시한 채 계속 논점을 바꿔가며 진영 싸움에 매달리기 때문이에요.”
경제학은 나의 천직
양 교수는 1963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배재중과 상문고 시절 신입생 대표로 입학 선서를 할 정도로 우등생이었다. 고교시절 때 수학 과목에서 두각을 보여 대학전공을 경제학으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경제학은 재미있는 학문이에요. 사람들의 행동방식과 경제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견하는 데에 도움을 줘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을 알아낸다는 건 경제학의 가장 큰 매력이죠.”
양 교수는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군대를 마치고 여의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미국 유학에 도전했다.
“대학생 때 양 교수가 별명이었죠(웃음). 자연스럽게 공부를 저의 천직으로 생각하고 경제학에 몰두하게 됐어요. 대학원을 마치고 군대 다녀와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에 친구가 ‘양 교수가 교수직을 버렸냐’고 농담을 한 게 제 가슴을 찔렀죠. 준비도 없이 바로 유학을 떠났어요. 당시엔 한 학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죠. 유학비가 부족했거든요. 하지만 장학금을 받게 되는 바람에 눌러앉게 됐어요.”
양 교수는 1994년 유학 4년 만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잠시 강사 생활을 하다가 부산대 경제학과를 거쳐, 현재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에게 공부를 잘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인내’와 ‘노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내와 노력이 저희집 가훈이었어요. 조부께서 내려주신 인지위덕(忍之爲德)을 아버지가 쉬운 의미로 바꾸셨죠. 학문하는 스타일도 인내와 노력입니다.”
“제가 수학에 적성이 있었는데 수학 문제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해법과 다른 방법으로 풀어서 자주 혼났어요. 제가 추구하는 건 자유와 진실, 그리고 조화인데요. 다른 사람들은 고집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리더 없는 사회, 미래 불안할 수밖에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이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 불이 켜졌고, 민생 실물경제도 얼어붙었다. 역대 최악의 무역수지 적자에다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마저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양 교수는 진실을 호도하는 사회는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있는 그대로의 경제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두 가지 상반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어요. 첫째 관점은 지난 정권 5년간 망가진 경제정책 시스템으로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커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에요. 또 한편의 관점은 진영논리로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두 번째 관점의 사람들은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저지하기 위해 물가상승을 용인하고 계속 금리를 인하하기 바라는 측면에서 금리 인상 문제를 부각하죠.”
“현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금리 인상과 수출 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 과정에 있다는 거예요.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경기를 살리지 못했듯이 부동산 가격의 급락도 경기를 죽이지 못해요. 부동산발 부실채권 증가를 신속하게 처리해 준다면 큰 충격 없이 안정적인 경기를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양 교수는 당국이 물가안정을 도모하면서 부실채권기금을 통한 부실채권 관리를 한다면 경기둔화 기간은 짧게 만들면서 경기를 회복 국면으로 진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조기에 금리 인하로 전환될 경우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가 되면 자산시장은 박스권을 유지하면서 하향세를 보이겠죠. 하지만 물가상승을 지속시켜 임금상승과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장기적 불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사태를 초래할 거예요.”
양 교수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정권이 망가뜨린 에너지 수급 시스템을 회복하고 국가 채무관리를 통해 국채 관리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리게 된다면 현재의 지지부진한 경기가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 사회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인재 양성, 그리고 연금 개혁이라는 3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p 떨어지는 구조적인 무기력에 빠져 있죠. 그간 기업을 적대시하는 정치인이 득세하고 귀족노조가 노동시장을 호령하는 경제에서 성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았을까요, 경제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한국의 미래는 암울한 상황이에요.”
그는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있는 그대로의 경제 실상을 알려 망가진 경제 정책시스템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악화일로의 늪에 빠져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시스템 전반에 침투된 비효율을 제거하지 않으면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시해야죠. 지난 정부는 실패한 정책이 많아요. 이를 바로 잡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어요. 현 정부가 내놓은 노동, 교육, 그리고 연금 및 공직 사회의 3+1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봐요. 윤석열정부는 선거를 의식하지 말고 개혁과제를 추진해서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죠.”
“현 정부의 정책은 지난 정부에서 급증한 통화공급량을 제어해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걸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요. 또 지난 정부가 급증시킨 국가채무를 관리하면서 민생에 영향을 주는 분야에 정부 재정을 지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방향성은 잘 잡았다고 봐요.”
일각에선 국내 경기침체가 세계 경제 위축에서 오는 현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국 경제가 국가경쟁력 상실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유독 더 나빠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우리의 경제 구조가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부분의 나라가 코로나 돈 풀기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어요.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죠.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국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요. 중국의 코로나19 폐쇄정책 폐기 이후 대중국 수출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어려움이 더 길어지겠죠.”
끝으로 국가 미래비전이 보이지 않는데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지 물었다.
“현재로선 기술 격차만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요. 교육 개혁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및 국가혁신 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과학기술 발전을 도모해야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샴페인 일찍 터뜨린 지난날을 잊고 신발 끈 고쳐매고 이 악물고 다시 뛰어야 해요. 실패해도 남는 게 있고 배우는 게 있어요. 거짓으로 좋은 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것보다 진실을 위해 함께 일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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