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규제로 옭아매고 어찌 ‘퍼스트 무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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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13 00:02:40

“생활가전 많이 팔렸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다. 산업 전체가 바뀌고 있다. 상황이 심각하다. 대한민국도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새롭게 해야 한다.”

세계 최대 전자산업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를 연초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지켜본 한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토로했다. ‘충격·경이·전율’로 표현되는 감상이다. 예컨대 사물인터넷(IoT)·빅 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전 분야에 걸쳐 더 많은 가치를 만들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의지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올해로 56회째인 이번 박람회에는 173개국 31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지난해(2200여 개)에 비해 900여 개나 더 많이 참가했고 관람객도 10만 명 넘게 방문해 성황을 이뤘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6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이번 ‘CES 2023’은 초연결·초융합·초지능 그리고 영역 간 파괴가 일어나는 빅블러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 혁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실감 나게 하는 혁신의 향연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메타버스였다. 머잖아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메타 세계가 인류의 일상 공간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차세대 자율주행 전기차 모빌리티와 도심공중모빌리티(UAM)도 주목을 받았다. 미래 모빌리티는 ‘메타 모빌리티’가 될 것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모빌리티 안에서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 접속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도 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등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완전한 융합이 모빌리티 안에서 일어나는 시대라는 의미다.

컴퓨터 연결망이 인간의 신경망처럼 도시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도시를 뜻하는 스마트 시티도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도시 구성원 간 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교통망이 거미줄처럼 효율적으로 짜여진 것이 특징이다.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서도 집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텔레워킹(teleworking)이 일반화된 도시이기도 하다.

미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21세기의 새로운 도시 유형으로 스마트 도시를 꿈꿔 왔다.

이미 집안의 모든 기기들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연결돼 스스로 작동하는 스마트 홈의 시대를 연 바 있다.

안타까운 점은 ‘CES 2023’의 충격 현장을 살펴본 대기업 CEO 말처럼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선도해야 할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반기업 정책으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버·타다에 이어 로톡(법률서비스 플랫폼)·택스테크(세무회계)·프롭테크(부동산 기술) 등 여러 분야의 혁신 서비스가 각종 규제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헬스케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원격진료가 속속 선보여지고 해외에서는 허용되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20년 넘게 시범운용만 하고 있다. 플라잉 택시는 항공과 운수 관련 규제가, 개인용 모빌리티는 운수 관련 규제가, 드론은 항공 관련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우리 사회에 쌓인 과제가 적잖다.

중앙·지방 정부와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의 혜안과 리더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변화에 대해 마냥 두려워하며 현실과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진취적인 도전을 이끄는 리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회는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소프트웨어, 특히 ‘최고의 소프트웨어’는 괴짜(geek)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경험적 사례를 눈여겨봐야겠다. 그들은 넘치는 자유 의지,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엄청난 집착, 기존 질서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갖추지 않고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성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인의 의지를 옥죄는 과도한 법과 제도에 대한 정비도 긴요하다. 정보화시대를 발빠르게 따라잡아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한 한국 경제의 추동력을 다시 살려야겠다. 세계를 앞장서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시대를 뛰어넘어 2500년 전 고전 ‘논어’는 이렇게 교훈을 주고 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나 앞으로의 일은 오히려 쫓아갈 수 있다(往者不可諫來者猶可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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