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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대중의 인상은 대개 비슷하다. 스테인리스 부검대, 안경을 쓴 전문의들, 무영등 불빛 아래에서 번득거리는 각종 수술 도구 등. 저자는 서문에서 그보다 더 넓은 법의학의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독자를 유혹한다.
이 책은 법의학자들이 지닌 전문 지식과 능력을 ‘죽음의 키보드’라고 일컫는다. 그들이 밝혀내는 사실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주로 ‘범죄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이다.
본문에 따르면 모든 죽음에는 아주 특수한 키보드가 장착돼 있는데, 법의학자들은 이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진실을 쫓는다.
법의학자들은 시신 조사를 통해 죽음 과정을 재구성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오가며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엇갈린 상황을 바로잡는다. 피해자의 몸에 남은 상처에서 가해자의 진술과 대치되는 부분을 확인하고, 범인이 조작한 단서들에서 어떤 요소가 과학적으로 어긋나는지 살핀다.
이 책은 법의학의 지식이나 기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거나 그 역사를 설파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법의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의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전문인이 ‘법의학의 세계’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기록한 경험담에 더 가깝다.
본문에 따르면 다양한 범죄 현장은 아무런 전조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건에는 그 상황을 촉발한 인과들이 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범죄 현장을 조작하는 이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다루면서 그들의 심리 저편에 더 깊은 트라우마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추론한다. 모든 사건 혹은 사람의 이면에는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 미하엘 초코스는 법의학의 성지로 불리는 독일에서 가장 명망 있는 법의학자 중 한 사람으로, 과학수사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 중이다.
그는 법의학자들이 사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지녀야 하며 타인과 상황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누구의 의견에 기대지 않은 채 사실을 탐구하려는 직업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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