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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위기
“세브란스도 지원자 제로”… 붕괴 진행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정원의 16%… 전공의 ‘0명’ 수련병원 늘어나
의료계, “‘진료 수가 정상화’ ‘진료전달체계 재편’ 필요”
“중증 고난도 환자, 국가 책임지고 전담전문의 체계 전환해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3 15:00:00
▲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를 중단한 가운데 국내 소아청소년과 4곳 중 3곳이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최근 소아청소년과 붕괴 위기가 현실화했다. [그래픽=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20232월 말까지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입원환자 진료를 할 인력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병실 입원 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20233월에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그 사이라도 입원 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입원환자를 재개할 계획이고, 재개하게 되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인구 300만 명의 광역시인 인천시의 최대 규모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최근 의료진 부족으로 환자 입원을 잠정 중단하며 낸 공고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병동이 운영을 중단한 건 이번 길병원 사례가 처음이다. 길병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에 가장 부족한 인력은 전공의다. 현재 1명 밖에 남지 않아 입원병동을 운영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길병원 사태는 위기가 아닌 이미 붕괴되기 시작했다는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1~6)에 국내 65개 병원에서 선발하는 소아청소년과 신규 레지던트 정원은 199명이었는데, 지원한 사람은 16.6%33명에 그쳤다. 65개 병원 중 길병원을 포함한 54(83.1%)은 지원자가 ‘0이었다. 소청과 미달 사태는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대형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7일 지원자 서류접수가 마감된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5'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병원은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브란스병원은 11명 정원에 지원자가 전무했으며 산하 8개 병원을 운영 중인 가톨릭의료원은 총 13명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의료공백 위기 심화한 지방 이어 수도권까지 위기
 
소청과 지원율은 정원 대비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급감했다.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레지던트 수련병원은 전체의 36%에 불과하고, 입원 전담 전문의가 1인 이상 운영되는 곳은 27%(서울 30%·지방 24%). 또한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이 올해 서울 12.5%, 지방 20%에 달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소청과의 경우 2019년 이후 내리 3년 넘게 의대 전공의 정원이 채워지지 못하며 소청과의 대부분은 응급실과 입원환자 당직 진료의 일부를 교수들이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형병원에는 야간에 지방에서 밀려온 환자까지 더해져 인력부족에 고심하고 있다.
 
의대생 A씨는 소청과 지원 포기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아과 공부를 할 때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말로, 어린이는 임상의학적 관점에서 성인 진료와 완전히 다른 전문적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전문직에 진상 보호자에 돈도 안되고, 코로나로 환자 수까지 급감했고 저출산까지 겹쳐서 전망이 너무 안좋다고 털어놨다.
 
A씨는 굳이 소청과를 지원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소명의식을 갖더라도 몸을 갈아 일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선배들을 보면서 환경적구조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소청과 지원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도 80%, 2020년도 74%로 그나마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졌다가 2021년도 38%, 2022년도 27.5%까지 떨어졌다. 이달 5~7일 진행된 내년도 전국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7명 중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6.6%까지 급감했다. [그래픽=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형병원의 소아진료 실태를 고발하며 비관적 현실을 털어놨다. 그는 “3차 병원의 중증도 높은 진료는 전문교수를 지원하는 전공의 보조가 필수적이라며 전공의 인력이 없으면 전문 교수가 혼자서 중증도 높은 환자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전공의 인력이 필요 인력의 60%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지금 교수들이 일선에서 진료 대란을 막고자 당직을 서면서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현재 수련병원의 75%에서 이미 교수 당직을 서고 있는 실정이라고 현실을 짚었다.
 
김 이사장은 매주 당직을 서는 수련병원이 25%를 벌써 넘어섰고, 이런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까, 이제는 진료 축소로 이어졌다그러한 단면이 현재 길병원 사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전체 인구 중 17%의 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길병원 사태에서 보듯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상급병원도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면서 소아진료 인프라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최악의 인력 위기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수가 대폭 인상과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견된 수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청과의 경우 비정상적인 수가 보상이 낮은 관계로 대량 진료로 보존을 하며, 의사미달 사태를 대비한 수가 정상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해마다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고 수년이 된 사안이지만, 정부와 의료 당국의 미비한 대비로 사태가 악화일로에 빠져들었다는 게 의료계의 목소리다.
 
이 가운데, 2020년 초에 코로나19로 환자수가 급감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코로나 전 대비 진료량이 40% 가까이 급감했다. 실제 의료계에 따르면 소청과는 필수의료과 중 하나로서, 어린이병원이 매년 적자를 거듭하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다. 가장 잘 돼 있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1985년에 개원해, 50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9년에 13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대병원·서울아산병원·강원대병원 등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사실상 소청과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에서도 만성 적자과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낮은 보험수가로 유지되고 있어 병원에서는 소청과 전문의 고용을 불편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낮은 수가의 경우 소아 진료비는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되는데, 적자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행위별수가제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의 경우 의사 1~2명에 1시간이면 충분한 진료에 어린이는 더 많은 의료인력이 들어가더라도 행위별수가제로 건강보험 수가는 같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낮은 보험수가로 유지되고 있어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으려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응급진료에 들어 온 아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의료진이 진료과실 가능성이 입증됐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형사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또한 소청과 지원을 기피하게 된 원인으로 작동했다.
 
낮은 수가에 보호자 갑질까지… 국가책임 전담의제도 필요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페이스북에 낮은 수가에 대해 편의점 커피보다 싼 게 소아과 진료비라며 돈을 몇 백 원 몇 천 원 내고 가면 보호자들은 진료 자체를 몇 백 원짜리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몇 백 원짜리 정보를 손쉽게 제공하는 존재에게 부모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중을 보일 것 같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 잔에 6000원 커피는 물론 6만 원짜리 굿즈까지 사지만, 전문의 진단과 처방은 싸구려라 닥터 쇼핑은 당연하고 진료는 평가할 재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소아과 의사가 되면 이런 자괴감을 매일 견뎌야한다다른 것 해도 되는데 굳이 소아과를 하고 싶겠느냐고 낙담했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8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소아암 지방거점병원을 지정하는 내용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통한 필수의료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이에 의료계는 현행 입원·진료 수가 2배 인상과 특별법 제정 및 정부 전담부서 신설 등 긴급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6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합동 회견을 열고 경증질환 대비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 전공의 임금 지원과 PA(진료 보조인력) 비용 지원 고난도, 중증, 응급질환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전환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 및 인건비 50% 긴급지원 아동 진료 안전망 유지를 위한 양육의료특별법 제정 총리 직속 소아청소년 총괄 부서 운영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신설 등의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박양동 대한병원협회장은 일본이 2018년 소아과의사회의 제안으로 육성의료기본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와 여야 합의로 양육의료특별법을 제정해 소아청소년 진료 붕괴 위기를 막고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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