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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내에서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는 단지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추진 위원회를 구성했던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8월16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1기 신도시 특별법’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해당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남겼다. 정부는 뒤늦게 “신도시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다”라며 해명했지만, 정책의 지연으로 인한 피해와 주민들의 반발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지연… 집값 하락에 주민들 마음도 뒤숭숭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성남시의 경우 1월 121건이었던 거래량이 3월 277건, 4월 28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 또한 1월 253건에서 4월 53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평촌신도시와 군포시, 부천 역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의 8·16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2022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46쪽에 달하는 이번 정책 발표문 중 1기 신도시에 관한 부분은 ‘연구용역(2022 하반기 착수)을 거쳐 도시재창조 수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 추진(2024년 중)’이라는 한 문장이 끝이었다.
이에 4월 6664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경기도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달 28일 기준 1104건에 그치며 큰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 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삼성한신아파트는 3월 16억8000만원으로 올해 최고 거래액을 달성하며 호가가 17억원에 달했으나 8월16일 이후 호가가 15억원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선경1단지 아파트는 호가가 4월 16억원이었으나 발표 이후 15억3000만원으로 하락했고,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2단지 한신아파트 또한 5월 10억8000만원까지 올라갔던 호가가 9억5000만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지연되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나타나자 재건축 위원회를 꾸리던 주민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가 지연이 주민들의 의견을 분열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지나면 아파트 전체 토지 지분의 75% 이상이 재건축에 찬성하고 동별로도 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재건축 추진조건이 갖춰진 후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의 시행 필요 여부가 판가름 난다. 이 또한 주민 10% 이상의 동의서 제출로 시작되기 때문에 재건축에는 주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재건축 추진 주민·지자체 반응 따라 지역별 ‘천차만별’
당초 찬성률이 75%가 넘어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라고 하더라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 했다’ 혹은 ‘재건축 빨리되면 좋은 것 아닌가’라며 막연한 기대감에 찬성표를 던진 주민도 존재한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만의 화살이 재건축 위원회를 향할 경우 내부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기 신도시 중 분당, 일산, 평촌의 재건축 위원회를 방문해 현재까지의 재건축 진행 상황과 특별법 발표 지연에 따른 주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단지별로 추진 일정과 주민 반응이 엇갈렸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목련단지는 리모델링 조합을 꾸린 2단지를 제외하고 1, 6, 7, 8, 9단지가 올해 4월 재건축 추진 위원회를 설립했다. 4개월 가량 지나 방문한 목련마을에서 주민들은 재건축에 대해 조용한 반응을 보였다. 단지 내에서 만난 주민들은 재건축 위원회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도 재건축 관련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재건축 위원회는 제일 먼저 위원회를 설립한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재건축 지연으로 인한 불화를 막기 위해 서현동 시범단지 재건축 위원회는 ‘찾아가는 재건축 교양강좌’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곳의 재건축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종석 대표는 빠른 재건축 추진과 올바른 방향성을 위해 5개 신도시가 연합한 신도시재건축연합회(신재연)을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과 재건축 위원회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성남시의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곳도 있었다. 일산 백송5단지 풍림산호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백송5단지)가 그 주인공이다. 백송5단지는 재건축 연한 30년을 목전에 두고 일산에서 가장 먼저 주민들의 재건축동의율 75% 달성과 예비안전진단 동의서 제출 10%를 넘겼다. 이달 중 이동환 고양시장을 직접 만나 예비안전진단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백송5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단지 내 주민들을 전부 다 알 정도로 발로 뛰어다녔다”면서 “주민들의 단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큰 분열과 갈등 없이 재건축동의율 75%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표를 늦췄지만, 지자체의 적극적인 추진 지원이 있으면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라며 “1기 신도시 내에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만큼 모범적인 사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산 백송5단지 “지자체장과 협력해 모범사례 보여줄 것”
‘1기 신도시 특별법’ 마스터플랜 지연 이후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1기 신도시 재정비 TF(태스크 포스)를 즉각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건축 위원회와 주민들은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로 백송5단지 재건축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동환 고양시장과 함께 백송5단지를 시작으로 일산지역 재건축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로 꾸준히 협의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자체장도 호응하고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국토부의 발표 이후 “경기도만의 독자적인 재건축을 계획을 수립·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6일 이동환 고양시장과 함께 백송5단지를 방문해 노후된 지하주차장 시설과 아파트 내부 등을 살펴보며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는 “백송5단지의 주민 생존권이 크게 위협당하고 있다”라며 “1기 신도시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예산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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